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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그 온기 있는 이면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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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기술 인재’라고 하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두운 방에서 수많은 코드를 입력하는 천재 개발자를 떠올리곤 하죠. 물론 그런 분들도 이 시대의 영웅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스며든 지금, 정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인재는 그런 모습뿐일까요?

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이자 ‘무기’를 만드는 사람들 곁에, 그 기술이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 함께하고 있느냐고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두 가지의 짧은 이야기와 함께 찾아보려 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기술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이미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기술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이미지


첫 번째 이야기: 할머니의 ‘스마트팜’과 청년 인문학도의 만남

어느 시골 마을, 평생 흙과 함께 살아오신 할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자식들이 선물해 드린 ‘스마트팜’ 키트 덕분에,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밭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물도 줄 수 있게 되었죠. 기술은 할머니의 고된 노동을 덜어주었고, 더 맛있는 토마토를 수확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스마트폰 앱의 인터페이스는 온통 어려운 용어뿐이었고, 데이터 그래프는 복잡하기만 했죠. 기술은 분명 편리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불친절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도시의 자식들에게 전화하기도 미안했고요.

바로 그때, 마을로 귀농한 한 청년이 할머니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컴퓨터 공학이 아닌, 역사와 철학을 공부한 인문학도였어요. 그는 코드를 짜는 대신, 할머니의 삶과 농사짓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청년은 개발자에게 연락해 할머니의 어려움을 설명했습니다. “할머니께는 ‘최적 습도 3% 상승’이라는 말보다, ‘토마토가 목말라해요’라는 말이 더 와닿지 않을까요?” 그의 제안은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앱의 언어는 할머니에게 친숙한 말로 바뀌었고, 복잡한 그래프는 해, 구름, 물방울 같은 귀여운 그림으로 변했습니다.

이제 할머니는 스마트팜을 ‘차갑고 어려운 기계’가 아닌, ‘말 잘 통하는 든든한 일꾼’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뛰어난 개발자뿐만 아니라, 기술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아줄 ‘번역가’가 필요하다는 것을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기술을 더 따뜻하고 이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능력. 이것이 바로 『 새로운 시대의 핵심 인재, ‘기술의 인간적인 측면’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인공지능 면접관’이 놓쳐버린 최고의 소방관

여기, 수십 년간 화재 현장을 누비며 수많은 생명을 구한 베테랑 소방관이 있었습니다. 그는 은퇴 후, 소방관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는 그 어떤 교과서보다 값진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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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회사는 모든 채용 과정을 최첨단 ‘인공지능(AI) 면접관’에게 맡기고 있었습니다. AI 면접관은 지원자의 표정, 목소리 톤, 사용하는 단어를 분석하여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을 수치로 평가했습니다.

베테랑 소방관은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끔찍한 순간에도, 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동료들을 이끌었던 경험을 털어놓았죠.

그러나 AI 면접관의 평가는 냉정했습니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적어 열정이 부족함”, “과장된 표정이나 제스처가 없어 표현력이 낮음”. 결국 AI는 그의 핵심 역량인 ‘위기 상황에서의 침착함’과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을 데이터로 측정하지 못하고, 그를 불합격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만약 그 자리에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의 눈빛에서,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서, 그의 이야기에 담긴 무게에서 진짜 ‘영웅’의 모습을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기술의 한계와 인간의 역할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은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깊이와 가치를 놓칠 수 있습니다. 기술을 설계하고 감독하며, 그 결정이 가져올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보완하는 역할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AI 개발자와 함께 윤리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가치를 AI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이야기: 기술의 미래, 사람에게 길을 묻다

오늘 들려드린 두 이야기에서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인 “인재 격차"는 단순히 코딩 잘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기술이 인간을 향하도록, 기술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도록 방향을 잡아줄 사람들이 부족하다는 외침에 가깝습니다.

밝은 미래 도시의 풍경 속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웃고 있는 모습
밝은 미래 도시의 풍경 속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웃고 있는 모습

인문학도의 따뜻한 공감이 할머니의 스마트팜을 완성시켰듯, 베테랑 소방관의 경험이 AI의 차가운 판단력을 보완해줄 수 있듯, 우리의 미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이 서로를 존중하고 협력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람’들의 몫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분야를 공부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든, 기술의 시대에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이 바로 기술의 ‘인간적인 측면’을 채워나가는 일이니까요.

여러분이 바로, 이 시대가 기다리는 진정한 ‘인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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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격차,#기술과 사회#4차 산업혁명#소프트 스킬#평생교육#디지털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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