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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결승선' 만들기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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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끝나지 않는 게임

혹시 이런 경험 없으신가요? 간절히 원하던 목표를 마침내 이룬 그 순간을요. 그토록 바라던 회사에 합격하고, 꿈에 그리던 차 키를 손에 쥔 바로 그날 말이에요.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에 휩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 벅찬 감정은 금세 우리 곁을 떠나갑니다. 며칠이 지나면 그 짜릿한 성취는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되고,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목표,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죠. “이것만 가지면 정말 행복할 텐데…“라는 주문을 외우면서요.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의 뒷모습. 목표 달성 후의 공허함을 상징합니다.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의 뒷모습. 목표 달성 후의 공허함을 상징합니다.

이 이상한 마음의 병은 ‘돈’ 문제 앞에서 더욱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부족하다’는 느낌에 시달립니다. 소셜 미디어는 온통 명품, 해외여행, 근사한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 차 있죠. 우리는 그들의 화려한 ‘하이라이트 릴‘과 나의 소박한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느끼곤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정말 우리가 가진 돈의 ‘절대적인 양‘일까요? 아니면 돈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있는 걸까요?

『돈의 심리학』의 저자 모건 하우절은 부를 쌓는 능력은 지능이 아닌 행동에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행동의 중심에는 ‘만족을 모르는 욕망’이라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하죠.

자, 지금부터 그 끝없이 ‘움직이는 골대’의 정체를 함께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게임에서 벗어나, 나만의 ‘결승선’을 긋고 진정한 행복을 찾는 여정을 떠나볼까 합니다.

1장: 누가 내 골대를 옮겼을까?

우리의 만족감이 금세 시들어버리는 현상 뒤에는 몇 가지 강력한 심리적 장치가 숨어 있습니다. 이건 결코 당신이 유약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아주 인간적인 특성 때문이랍니다.

쾌락의 쳇바퀴: ‘익숙해짐’이라는 바이러스

‘쾌락의 쳇바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뜨거운 물에 처음 들어갈 땐 깜짝 놀라지만 금세 적응하는 것처럼, 인간은 어떤 자극이든 놀랍도록 빠르게 익숙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쳇바퀴를 힘차게 달리고 있지만 제자리에 있는 햄스터의 모습. 쾌락의 쳇바퀴 개념을 시각화합니다.
쳇바퀴를 힘차게 달리고 있지만 제자리에 있는 햄스터의 모습. 쾌락의 쳇바퀴 개념을 시각화합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봉 5천만 원일 때는 1억을 버는 삶이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만, 막상 1억 원을 달성하면 그 기쁨은 순식간에 새로운 ‘기준점’이 되어버립니다. 이제는 2억, 3억을 버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고, 1억은 더 이상 만족이 아닌 ‘기본값’이 되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하지만, 정작 마음의 위치는 제자리에 머무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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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비교: 나의 삶 vs. 그들의 하이라이트 릴

인간은 본능적으로 주변과 나를 비교하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생존을 위한 이 본능이 소셜 미디어 시대에 와서 폭주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비교 대상이 이웃이나 동료였다면, 지금은 전 세계 상위 0.1%의 편집된 삶이 우리의 비교 대상이 되었죠.

화려한 여행 사진으로 가득 찬 스마트폰 화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화려한 여행 사진으로 가득 찬 스마트폰 화면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사람.

우리는 그들이 가장 행복해 보이는 순간만을 모아놓은 ‘하이라이트 릴’을 24시간 내내 보면서, 나의 꾸밈없는 현실과 비교하며 박탈감을 느낍니다. 이는 마치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선수가 100미터 단거리 선수의 속도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불공정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야망의 고정: 어제의 성공이 오늘의 기준이 될 때

만족을 모르는 마음을 만드는 또 하나의 주범은 바로 ‘과거의 나’입니다. 어제의 성공은 오늘의 새로운 기준이 됩니다. 처음 월급 100만 원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300만 원이 되는 순간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리죠. 한 번 비즈니스석을 타면 이코노미석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의 기대치는 계속해서 높아집니다. 야망은 성장의 동력이지만, 통제되지 않는 야망은 만족을 파괴하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2장: 우리의 불만족을 설계하는 사람들

우리의 이런 심리적 약점을 파고들어 ‘부족함’을 부추기는 거대한 힘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도록 설계된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본주의의 엔진: ‘더 많이’를 향한 열망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그 성장은 ‘소비’와 ‘욕망’을 먹고 자랍니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고, 어제의 최신형을 오늘의 ‘구형’으로 만듭니다. “더 나은 삶"이라는 매력적인 구호 아래,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욕망하도록 격려받죠.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해"라고 외치는 것은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처럼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마케팅이라는 마법: “당신에게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 마케팅은 우리도 모르는 문제를 찾아내고, 그 해결책으로 자사의 제품을 제시합니다. 아름다운 모델이 나오는 화장품 광고는 ‘지금 당신의 피부는 부족하다’는 불안감을, 멋진 자동차 광고는 ‘지금 당신의 삶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핍을 은밀하게 심어줍니다. 이 정교한 심리전 앞에서 온전한 만족감을 지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대형 빌딩과 거리를 가득 메운 화려한 광고판들.
대형 빌딩과 거리를 가득 메운 화려한 광고판들.

금융 산업의 속삭임: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금융 산업 역시 ‘더 높은 수익률’, ‘더 큰 자산 규모’만이 성공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끊임없이 전달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나의 수익률을 시장 평균과 비교하고, 주변 사람들의 자산과 나의 것을 비교하며 조급해합니다. ‘얼마나 가졌는가’가 주는 안정감보다 ‘남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우리의 중요한 결정을 흔들게 되는 것이죠.

3장: 게임의 규칙 바꾸기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불만족 시스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요? 아닙니다.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를 멈추고, 나만의 게임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로 ‘나만의 결승선’을 그을 용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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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충분함’의 재정의 - 숫자에서 가치로

“얼마를 벌면 만족하시겠어요?“라는 질문에 ‘10억’ 같은 숫자를 떠올렸다면, 우리는 이미 움직이는 골대를 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충분함’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상태’를 기준으로 정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보세요. “돈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나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가?”

  • 매일 아침 알람 없이 일어나고 싶은가?
  •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 내가 진정으로 열정을 느끼는 일에 시간을 쏟고 싶은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평화로운 모습.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평화로운 모습.

이 질문의 답이 바로 당신의 ‘충분함’의 기준입니다. 돈의 가장 큰 가치는 비싼 물건이 아니라, 내 시간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자율성’**을 사는 데 있습니다. 당신의 ‘충분함’을 숫자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 정의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남들이 만든 트랙 위를 달릴 필요가 없습니다.

2단계: 마음 주위에 해자 파기 - 비교의 감옥에서 탈출하기

사회적 비교라는 본능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그 영향력을 줄이는 것은 가능합니다.

  • 소셜 미디어 다이어트: 당신에게 박탈감을 주는 계정은 과감히 ‘언팔로우’하고, 영감을 주는 긍정적인 콘텐츠로 피드를 채워보세요.
  • 감사 일기 쓰기: 매일 밤, 사소하더라도 감사했던 일 3가지를 적어보세요. 감사는 우리의 초점을 ‘갖지 못한 것’에서 ‘이미 가진 것’으로 옮겨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 비교의 대상을 바꾸기: 타인 대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세요. 이런 건전한 비교는 우리를 성장시키는 긍정적인 동력이 됩니다.

3단계: 보이지 않는 부에 투자하기 - 자유라는 이름의 배당금

진정한 부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차나 명품 시계가 아닙니다. 그것들은 종종 빚으로 산 ‘부의 증표’일 뿐이죠. 진짜 부는 아직 쓰지 않아 우리에게 선택권과 유연성을 주는, 보이지 않는 돈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부’는 우리에게 갑작스러운 위기에 대처할 힘, 좋은 기회를 잡을 자유,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서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줍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사회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요? 우리는 소비로 부를 과시하는 대신, ‘자유’와 ‘시간’이라는 가장 현명한 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이 방에서 가장 부유한 당신에게

결국 이 긴 이야기의 결론은 아주 단순합니다. 돈을 둘러싼 경주에서 이기는 법은 더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경주를 멈추고 나만의 결승선을 긋는 것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가장 적게 원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삶의 목표가 ‘가진 것’과 ‘원하는 것’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면, ‘가진 것’을 무한정 늘리는 대신 ‘원하는 것’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의 모습.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며 평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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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주변을 둘러보세요. 당신보다 돈이 훨씬 많은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만약 늘 더 많은 것을 원하며 불안해한다면, 과연 그를 부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반면, 당신이 비록 가진 돈은 더 적을지라도, 스스로 정한 ‘충분함’의 기준 안에서 만족하고 당신의 시간을 온전히 통제하며 웃을 수 있다면, 어쩌면 이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돈의심리학#모건하우절#재테크#부자#만족#경제적자유#쾌락의쳇바퀴#사회적비교#미니멀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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