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막내가 스파이라니!”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좀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해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누구랑 대화하세요? 가족? 아니면 연인? 아마 많은 분들이 “알렉사, 오늘 날씨 어때?” 혹은 “오케이 구글, 신나는 노래 좀 틀어줘!“라며 하루를 시작하실 거예요. 이 똑똑한 기계들은 우리 일상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도구(Tools)’**가 맞아요.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가 쓴 ‘Tools and Weapons’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모든 기술은 도구인 동시에 무기가 될 수 있다.” 저는 오늘, 이 ‘무기’라는 말이 국가 간의 거창한 사이버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 거실과 현관문 앞에서 벌어지는 아주 개인적이고 조용한 전쟁을 가리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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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은 왜 그렇게 우리를 궁금해할까?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스마트 기기들에서 시작돼요. 앞서 말한 스마트 스피커부터 한번 볼까요?
항상 귀 기울이는 친구
우리가 “헤이, 시리!” 하고 부르기 전까지는 얌전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친구는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요. ‘혹시 나를 부르나?’ 하고 들을 준비를 하는 거죠. 제조사들은 물론 명령어 외의 대화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오류로 우리 집 부부싸움 소리나 아이 혼내는 소리까지 서버로 슝~ 날아갈 수 있다는 거,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죠.
더 나아가서, 요즘엔 우리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분석해서 광고에 써먹으려는 기술 특허까지 나오고 있어요. 내가 좀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면 신나는 음악 대신 위로가 되는 상품 광고가 나오는 식이죠. 편리하긴 한데… 기분이 좀 묘하지 않나요?
보이지 않는 장사, 감시 자본주의
그럼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요. “기업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알고 싶어 할까요?” 그건 바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에요. 말이 좀 어렵죠? 쉽게 풀어드릴게요.
이 세계에서 우리는 기업의 ‘고객’이 아니에요. 그냥 ‘무료 원자재‘에 가깝죠. 우리의 말, 행동, 감정, 심지어 건강 상태까지 전부 다 기업에게는 돈이 되는 원자재인 거예요. 기업은 이 원자재들을 모아서 ‘저 사람은 곧 운동화를 살 것 같아’, ‘이 사람은 다음 주에 여행을 떠날 확률이 80%야’ 같은 ‘예측 상품’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 예측 상품을 다른 광고 회사에 비싸게 팔아넘기는 거죠.
결국 스마트 기기가 우리 데이터를 모으는 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그들의 사업 핵심 그 자체랍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무료 서비스의 진짜 가격은 바로 ‘우리의 삶’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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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정보를 둘러싼 위험한 줄다리기
자, 그런데 우리 정보를 노리는 건 기업뿐만이 아니에요. 바로 ‘정부’라는 아주 강력한 플레이어가 남아있죠. 여기서부터 우리의 개인정보를 둘러싼 기업과 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열쇠 내놔!” 정부 vs. “절대 안 돼!” 기업
이 줄다리기를 전 세계에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바로 2015년의 Apple vs. FBI 대결이었죠. 끔찍한 총기 테러 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의 아이폰에 중요한 단서가 들어있었어요. FBI는 애플에게 “수사를 해야 하니, 아이폰 잠금을 풀 수 있는 뒷문(백도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어요.
상식적으로는 정부에 협조하는 게 맞는 것 같죠? 하지만 애플은 전 세계를 상대로 선언합니다. “절대 안 된다!“고요. 왜였을까요? 한번 그런 뒷문을 만들면, 그 열쇠가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독재자나 해커의 손에 넘어가 전 세계 모든 아이폰 사용자의 사생활을 위협하는 ‘만능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이 사건은 우리 정보를 지키려는 기업과, 국가 안보를 위해 그 정보를 원하는 정부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줬죠.
그런데… 둘이 손을 잡는다면?
애플처럼 기업이 우리 편에서 정부랑 싸워주면 참 좋겠죠? 하지만 천만에요. 오히려 둘이 슬쩍 손을 잡고 우리를 더 촘촘히 들여다보는, 훨씬 더 무서운 경우도 있답니다. 바로 여러분 집 현관문에 달린 스마트 초인종 이야기예요.
아마존이 만든 ‘링(Ring)‘이라는 스마트 초인종, 많이들 쓰시죠? 우리는 ‘우리 집 안전’이라는 아주 선한 목적으로 이 ‘도구’를 설치해요. 그런데 이 회사는 미국 전역의 경찰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경찰이 “어이, 이 동네에 사건이 생겼는데 영상 좀 봅시다"라고 앱을 통해 요청하면, 주민들은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별다른 영장 없이도 영상을 제공하게 되죠.
어떤가요? 앞선 애플의 사례와는 완전히 다르죠? 기업과 정부가 싸우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안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한 편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내가 내 돈 주고 산 사설 카메라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의 CCTV이자 기업의 데이터 수집 장치가 되는 거죠. 이 교묘한 협력 앞에서 ‘내 프라이버시’라는 말은 힘을 잃게 됩니다.
물론, 유럽연합의 GDPR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 시민 정보 함부로 다루지 마!” 하고 강력한 법을 만드는 ‘보호자’ 역할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줄다리기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진짜 주인은 바로 ‘나’
이야기가 좀 무겁게 흘러왔나요?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고 산속으로 들어가자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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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양면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기업과 정부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그 기술을 이용하죠. 이 위험한 줄다리기 속에서 내 정보를 지킬 수 있는 힘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요.
기업에게는 투명성을 요구하고, 정부에게는 권력 남용을 감시하며, 우리 스스로는 ‘이 편리함의 진짜 대가가 뭘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내 데이터의 주인은 거대한 기업도, 막강한 정부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 이것 하나만은 절대 잊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