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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의 도구, 나를 겨누는 무기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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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막내가 스파이라니!”

한 사람이 소파에 앉아 스마트 스피커에게 말을 걸고 있고, 그 위로 보이지 않는 데이터 선들이 뻗어나가는 이미지
한 사람이 소파에 앉아 스마트 스피커에게 말을 걸고 있고, 그 위로 보이지 않는 데이터 선들이 뻗어나가는 이미지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좀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해볼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누구랑 대화하세요? 가족? 아니면 연인? 아마 많은 분들이 “알렉사, 오늘 날씨 어때?” 혹은 “오케이 구글, 신나는 노래 좀 틀어줘!“라며 하루를 시작하실 거예요. 이 똑똑한 기계들은 우리 일상을 정말 편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도구(Tools)’**가 맞아요.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래드 스미스가 쓴 ‘Tools and Weapons’라는 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모든 기술은 도구인 동시에 무기가 될 수 있다.” 저는 오늘, 이 ‘무기’라는 말이 국가 간의 거창한 사이버 전쟁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집 거실과 현관문 앞에서 벌어지는 아주 개인적이고 조용한 전쟁을 가리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준비되셨나요?

***

1. 기업은 왜 그렇게 우리를 궁금해할까?

이야기는 우리가 너무나 사랑하는 스마트 기기들에서 시작돼요. 앞서 말한 스마트 스피커부터 한번 볼까요?

항상 귀 기울이는 친구

우리가 “헤이, 시리!” 하고 부르기 전까지는 얌전히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친구는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있어요. ‘혹시 나를 부르나?’ 하고 들을 준비를 하는 거죠. 제조사들은 물론 명령어 외의 대화는 저장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끔 오류로 우리 집 부부싸움 소리나 아이 혼내는 소리까지 서버로 슝~ 날아갈 수 있다는 거,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죠.

더 나아가서, 요즘엔 우리 대화 내용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 분석해서 광고에 써먹으려는 기술 특허까지 나오고 있어요. 내가 좀 우울한 목소리로 말하면 신나는 음악 대신 위로가 되는 상품 광고가 나오는 식이죠. 편리하긴 한데… 기분이 좀 묘하지 않나요?

보이지 않는 장사, 감시 자본주의

그럼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생겨요. “기업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우리를 알고 싶어 할까요?” 그건 바로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에요. 말이 좀 어렵죠? 쉽게 풀어드릴게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이 세계에서 우리는 기업의 ‘고객’이 아니에요. 그냥 ‘무료 원자재‘에 가깝죠. 우리의 말, 행동, 감정, 심지어 건강 상태까지 전부 다 기업에게는 돈이 되는 원자재인 거예요. 기업은 이 원자재들을 모아서 ‘저 사람은 곧 운동화를 살 것 같아’, ‘이 사람은 다음 주에 여행을 떠날 확률이 80%야’ 같은 ‘예측 상품’을 만들어요. 그리고 이 예측 상품을 다른 광고 회사에 비싸게 팔아넘기는 거죠.

결국 스마트 기기가 우리 데이터를 모으는 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그들의 사업 핵심 그 자체랍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무료 서비스의 진짜 가격은 바로 ‘우리의 삶’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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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내 정보를 둘러싼 위험한 줄다리기

자, 그런데 우리 정보를 노리는 건 기업뿐만이 아니에요. 바로 ‘정부’라는 아주 강력한 플레이어가 남아있죠. 여기서부터 우리의 개인정보를 둘러싼 기업과 정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가 시작됩니다.

“열쇠 내놔!” 정부 vs. “절대 안 돼!” 기업

이 줄다리기를 전 세계에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어요. 바로 2015년의 Apple vs. FBI 대결이었죠. 끔찍한 총기 테러 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의 아이폰에 중요한 단서가 들어있었어요. FBI는 애플에게 “수사를 해야 하니, 아이폰 잠금을 풀 수 있는 뒷문(백도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어요.

2015년의 Apple vs. FBI 대결
2015년의 Apple vs. FBI 대결

상식적으로는 정부에 협조하는 게 맞는 것 같죠? 하지만 애플은 전 세계를 상대로 선언합니다. “절대 안 된다!“고요. 왜였을까요? 한번 그런 뒷문을 만들면, 그 열쇠가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독재자나 해커의 손에 넘어가 전 세계 모든 아이폰 사용자의 사생활을 위협하는 ‘만능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이 사건은 우리 정보를 지키려는 기업과, 국가 안보를 위해 그 정보를 원하는 정부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똑똑히 보여줬죠.

그런데… 둘이 손을 잡는다면?

애플처럼 기업이 우리 편에서 정부랑 싸워주면 참 좋겠죠? 하지만 천만에요. 오히려 둘이 슬쩍 손을 잡고 우리를 더 촘촘히 들여다보는, 훨씬 더 무서운 경우도 있답니다. 바로 여러분 집 현관문에 달린 스마트 초인종 이야기예요.

현관문에 설치된 스마트 초인종 렌즈를 클로즈업한 이미지, 렌즈에 동네 풍경이 비치고 있다.
현관문에 설치된 스마트 초인종 렌즈를 클로즈업한 이미지, 렌즈에 동네 풍경이 비치고 있다.

아마존이 만든 ‘링(Ring)‘이라는 스마트 초인종, 많이들 쓰시죠? 우리는 ‘우리 집 안전’이라는 아주 선한 목적으로 이 ‘도구’를 설치해요. 그런데 이 회사는 미국 전역의 경찰서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요. 경찰이 “어이, 이 동네에 사건이 생겼는데 영상 좀 봅시다"라고 앱을 통해 요청하면, 주민들은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별다른 영장 없이도 영상을 제공하게 되죠.

어떤가요? 앞선 애플의 사례와는 완전히 다르죠? 기업과 정부가 싸우는 게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안전’이라는 그럴듯한 명분 아래 한 편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내가 내 돈 주고 산 사설 카메라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경찰의 CCTV이자 기업의 데이터 수집 장치가 되는 거죠. 이 교묘한 협력 앞에서 ‘내 프라이버시’라는 말은 힘을 잃게 됩니다.

물론, 유럽연합의 GDPR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 시민 정보 함부로 다루지 마!” 하고 강력한 법을 만드는 ‘보호자’ 역할을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줄다리기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걸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진짜 주인은 바로 ‘나’

이야기가 좀 무겁게 흘러왔나요?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고 산속으로 들어가자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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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양면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기업과 정부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그 기술을 이용하죠. 이 위험한 줄다리기 속에서 내 정보를 지킬 수 있는 힘은 결국 우리 자신에게서 나와요.

기업에게는 투명성을 요구하고, 정부에게는 권력 남용을 감시하며, 우리 스스로는 ‘이 편리함의 진짜 대가가 뭘까?‘라고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내 데이터의 주인은 거대한 기업도, 막강한 정부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라는 사실, 이것 하나만은 절대 잊지 말자고요.

#소비자 프라이버시#데이터 수집#감시 자본주의#스마트 초인종#정부 규제#Apple vs FBI#디지털 권리#구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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