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혹시 전설적인 탐험가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뛴 적 없으신가요? 미지의 바다를 건너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나, 세계 일주에 성공한 마젤란처럼 말이죠. 우리는 그들의 위대한 업적 앞에서 그들의 천재적인 항해술과 불굴의 용기에 감탄을 보냅니다.
물론 그들의 뛰어난 실력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만약, 그들의 여정에 단 한 번도 순풍이 불어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폭풍우가 그들의 배를 집어삼켰다면요?
이상하게도 우리는 ‘돈’이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할 때, 이 순풍과 폭풍우, 즉 **‘행운’과 ‘리스크’**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곤 합니다. 누군가 엄청난 부를 이룬 항해사가 나타나면, 우리는 그의 항해 일지 모든 곳에서 성공의 필연적인 공식만을 찾아내려 애씁니다. 반대로 파산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난파된 이가 있으면, 그의 무모함과 탐욕을 탓하며 자신은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하죠. 성공은 100% 실력, 실패는 100% 무능의 결과라고 믿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이 거친 바다가 예측 가능하고 공정한 곳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오늘 우리는 조금 불편할지라도, 모든 항해사가 반드시 펼쳐봐야 할 비밀 지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우리 인생과 돈의 항로를 결정짓는 거대한 두 해류, ‘행운’과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당신은 아마 돈이라는 바다를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겁니다. 자, 이제 닻을 올리고 함께 떠나볼까요?
고대의 항해 지도가 펼쳐져 있는 책상
첫 번째 항해: 보이지 않는 힘, 행운과 리스크
백만 분의 일의 순풍을 만난 소년, 빌 게이츠
우리의 첫 번째 탐험은 ‘빌 게이츠’라는 이름의 전설적인 선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만약 1968년, 어린 빌 게이츠가 ‘레이크사이드’라는 아주 특별한 항구(고등학교)에 정박하지 않았다면, 과연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함선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요?
1960년대의 텔레타이프 컴퓨터 터미널
당시 전 세계의 수많은 항구 중, 학생들이 마음껏 ‘컴퓨터’라는 최신 항해 장비를 만지고 조종법(프로그래밍)까지 배울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건 하우절의 표현을 빌리자면, 빌 게이츠는 그야말로 ‘백만 분의 일’에 해당하는 강력한 순풍을 만난 소년이었습니다.
물론, 그는 밤을 새워가며 항해술을 연마했고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선원이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의 ‘노력’이라는 돛에만 집중하죠. 하지만 잠시 멈춰 생각해 봅시다. 만약 그에게 애초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갈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의 그 위대한 재능과 열정은 어디에서 꽃피울 수 있었을까요?
이것이 바로 ‘행운’의 무서운 힘입니다. 행운은 단순히 항해 속도를 조금 높여주는 양념이 아닙니다. 때로는 항해를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에게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는 그의 재능이라는 배를 띄울 수 있었던 거대한 바다와도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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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못한 폭풍우에 스러진 천재, 켄트 에번스
빌 게이츠의 이야기가 순풍의 기록이라면, 모든 항해 일지에는 반드시 함께 기록되어야 할 폭풍우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켄트 에번스’**라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또 다른 천재 선원의 이야기입니다.
켄트 에번스는 빌 게이츠의 가장 절친한 동료였습니다. 빌 게이츠 스스로 “내가 아는 가장 똑똑한 아이"였다고 회상할 정도였죠. 그들은 함께 미래의 바다를 탐험할 것을 약속했고,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 함대는 ‘게이츠, 앨런 & 에번스’라는 이름으로 출항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켄트 에번스는 항해를 채 시작하기도 전, 등반 사고라는 예기치 못한 폭풍우에 휩쓸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의 비극은 그의 실력이나 노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피할 수 없었던 순전한 ‘불운’, 즉 **‘리스크’**였습니다.
우리는 성공적으로 항해를 마친 빌 게이츠는 기억하지만, 안타깝게 사라져간 켄트 에번스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만 듣고 성공 비결을 일반화하려는 ‘생존자 편향’ 때문이죠. 켄트 에번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경고합니다. 인생과 돈의 바다에는 당신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통제할 수 없는 ‘리스크’라는 암초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연의 파도가 빚어낸 또 다른 항해기
사례 1: 실패한 지도가 신대륙을 열다 (3M의 포스트잇)3M 포스트잇1968년, 3M의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 접착제’라는 목적지를 향해 항해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아주 약한 접착제’라는 엉뚱한 섬에 도착했습니다. 그의 항해는 공식적으로 실패했죠. 몇 년 후, 동료 아서 프라이는 찬송가 책갈피가 자꾸 떨어지는 개인적인 불편함을 겪다, 문득 실패한 항해의 기록(약한 접착제)을 떠올렸습니다. 이 **‘우연한 만남’**이 바로 ‘포스트잇’이라는 새로운 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사례 2: 가장 위대한 함대의 침몰 (노키아의 실패)노키아의 몰락2000년대 중반, ‘노키아’는 휴대폰 시장의 무적함대였습니다. 그들의 기술력, 즉 항해술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죠.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라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배가 등장했습니다. 노키아는 그저 ‘작은 틈새시장을 노린 장난감 배’라며 무시했습니다. ‘하드웨어’라는 자신들의 성공적인 항해 방식만을 고집하다, ‘소프트웨어 생태계’라는 거대한 조류의 변화를 읽지 못한 것입니다. 결국, 과거의 위대한 성공 경험이 오히려 미래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내재된 리스크’**가 되어 무적함대를 침몰시키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항해: 우리를 길 잃게 만드는 마음의 나침반
자, 우리는 이제 바다의 흐름을 지배하는 거대한 두 힘, 행운과 리스크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평소에 이토록 명백한 힘을 잘 느끼지 못하고, 심지어 무시하려 할까요? 그 이유는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장착된 ‘인지 편향’이라는 고장 난 나침반 때문입니다.
오래되고 정교한 황동 나침반
내 항해는 실력, 네 항해는 순풍 덕: 근본적 귀인 오류
이렇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내가 투자에 성공한 것은 나의 뛰어난 항해술(분석력) 덕분이야.” 하지만 친구가 성공하면 “저 친구는 운 좋게 순풍을 만났네.“라고 생각하죠. 반대로 내가 실패하면 “예상치 못한 풍랑(시장 상황) 때문이었어.“라며 바다를 탓하지만, 친구가 실패하면 “거봐, 내 말대로 무리한 항해(공격적 투자)를 하니까 그렇지.“라며 그의 탓을 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성공은 실력, 실패는 불운 탓으로 돌리고, 타인의 성공은 운, 실패는 무능 탓으로 돌리는 심리를 ‘이기적 편향’과 ‘근본적 귀인 오류’라고 부릅니다. 이는 ‘나는 훌륭한 항해사’라는 자존감을 지키려는 본능적인 방어막과 같습니다. 하지만 이 방어막은 우리가 자신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만듭니다.
목적지에 도착했으니 모든 게 옳았다: 결과 편향
어떤 선장이 무모하게 폭풍우 속으로 배를 몰아 기적적으로 보물섬에 도착했다고 합시다. 결과만 보면 그는 ‘위대한 항해사’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결단력을 칭송하겠죠.
하지만 그 과정은 99%의 확률로 난파될 수 있었던 멍청한 도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보물섬 도착’이라는 결과가 그의 무모한 과정을 ‘현명한 결정’으로 둔갑시켜 버립니다. 이것이 바로 **과정의 합리성이 아닌, 오직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결과 편향’**입니다. 운 좋게 성공한 도박사의 항해술을 따라 하는 것은, 결국 도박사의 비참한 최후를 함께 맞이할 확률을 높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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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영웅의 뱃노래: 서사 편향
인간의 뇌는 복잡하고 무작위적인 사건들을 ‘그럴듯한 이야기’로 엮어내려는 본능이 있습니다. 빌 게이츠의 성공을 ‘천재성 + 노력 + 운 + …‘처럼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로 이해하기보다, ‘컴퓨터를 사랑한 천재 소년이 역경을 딛고 세상을 바꾸다’라는 매끄러운 영웅 서사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쉽고 재미있기 때문이죠.
이 과정에서 그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던 ‘행운’이라는 요소는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의 안목’ 정도로 축소되거나 아예 삭제됩니다. 이런 영웅담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세상이 예측 가능한 곳이라는 착각에 빠지고, 나도 그 주인공처럼 노력만 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됩니다.근본적 귀인 오류, 결과 편향, 서사편향을 상징하는 이미지
세 번째 항해: 폭풍우에도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드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차피 모든 게 운이라면,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는 허무주의에 빠져야 할까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행운과 리스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더 현명하고 튼튼한 나만의 배를 만드는 진정한 첫걸음입니다. 핵심은 통제할 수 없는 파도에 좌절하는 대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돛과 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영웅의 비밀 지도를 탐내지 말고, 보편적인 항해술을 익혀라
그 누구도 빌 게이츠의 항로를 똑같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그의 항해에 필요했던 ‘1968년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라는 특별한 순풍은 다시는 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정 영웅의 극단적인 성공 사례를 모방하는 것은, 그의 행운까지 모방하려는 것과 같기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선장들에게 효과가 증명된 **‘보편적인 원칙’**에 집중해야 합니다.
소득의 일부를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기 (배를 꾸준히 보수하고 식량을 비축하기)
단기적인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목적지를 바라보기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싣지 않기
하나의 화물(자산)에 모든 것을 걸지 않고 분산하여 싣기
이런 원칙들은 거대한 보물섬을 향한 지름길은 아닐지라도, 우리 대부분이 ‘경제적 자유’라는 평화로운 항구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돕는 가장 확실한 항해술입니다.
빨리 가는 것보다 ‘가라앉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마진 확보
투자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른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가 되는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치명적인 난파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배의 단면도, 특히 선체 하부의 밸러스트나 이중 선체 구조를 보여주는 이미지
따라서 우리는 항상 예상치 못한 암초(리스크)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안전마진’**의 개념입니다.
비상 삭량 (현금 보유): 갑작스러운 태풍이나 무풍지대를 만났을 때를 대비한 여유 자금.
분산된 화물 (분산 투자): 한쪽 화물칸에 물이 차더라도 배 전체가 가라앉지 않도록 하는 것.
보수적인 항로 계획 (보수적인 예측): 항상 최악의 날씨를 염두에 두고 항로를 짜는 신중함.
감당 가능한 무게 (감당 가능한 투자): 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짐을 싣지 않는 것.
튼튼한 안전마진은 당신이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받았을 때, 바다에서 퇴장당하지 않고 계속해서 항해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가장 든든한 방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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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항해 계획에 ‘만약’이라는 여백을 두라
우리는 종종 미래의 항해 계획을 너무 촘촘하게 짜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바다는 단 한 번도 우리의 계획대로만 흘러가 주지 않습니다.
행운과 리스크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 항해 계획에 **‘만약에 ~하면 어쩌지?’**라는 질문을 위한 여유로운 여백을 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금은 여유 있는 목표, 유연하게 수정 가능한 항로, 그리고 삶의 예기치 못한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 이것들이 바로 불확실한 바다를 항해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입니다.
가장 위대한 선장의 조건
우리는 ‘돈’이라는 바다를 함께 항해하며 눈부신 순풍과 비극적인 폭풍우의 기록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 긴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도달하는 결론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겸손’**입니다.
나의 성공이 오직 나의 뛰어난 항해술 덕분이라고 자만하지 않는 겸손. 나의 실패가 거친 파도 탓이라고만 변명하지 않고, 나의 판단 착오를 인정하는 겸손.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지도를 넘어서는 거대한 행운과 리스크의 힘을 인정하는 겸손.
이러한 겸손함이야말로 우리를 더 신중하게 만들고, 더 멀리 보게 하며, 더 튼튼한 배를 만들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결국 돈의 세계에서 진정한 승자는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가장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순풍 앞에서 감사할 줄 알고 폭풍우 앞에서 겸손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자, 이제 당신의 배는 운과 위험 사이, 어디쯤에 서 있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 그 자체가 당신을 경제적 자유라는 새로운 대륙으로 이끌 가장 위대한 항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