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 금융의 미래, 법으로 다시 쓰다

와일드 웨스트’는 끝났다. 새로운 금융 질서가 세워지고 있다.

•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은 ‘육성’하고 CBDC는 ‘금지’하는 이중 전략의 이유
• 4대 핵심 법안(지니어스법, CBDC 반감시법, RFIA/FIT21)의 주요 내용
• 새로운 규제가 글로벌 금융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어떻게 가를 것인가

미국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청사진

암호화폐 시장의 ‘혹한기’를 기억하십니까? 테라/루나 사태와 FTX 붕괴는 단순한 시장 실패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들은 워싱턴에 업계 자정 능력이나 사후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냈고, 이는 미국 디지털 자산법 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혼돈의 잿더미 속에서 미국은 두 갈래의 명확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바로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은 엄격한 규제 아래 **‘육성(Promote)’**하고, 정부 통제 CBDC는 단호하게 **‘금지(Prohibit)’**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은 국내 시장을 안정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에 맞서 미국의 금융 패권을 지키려는 계산된 선택입니다.

제1장: ‘공식’ 디지털 달러의 탄생: 지니어스법

한때 ‘암호화폐 카지노의 포커 칩’으로 불렸던 스테이블코인은 시스템의 시한폭탄이었습니다. 담보 없이 알고리즘에만 의존한 테라/루나는 신기루처럼 무너졌고, 테더(USDT)는 준비금의 불투명성으로 ‘디페깅’ 공포를 키웠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지니어스법(GENIUS Act)**입니다. 이 법은 야생마 같던 스테이블코인을 길들이는 최초의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입니다.

허가된 발행사’만 참여하는 클럽

아무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 아래와 같이 자격을 갖춘 소수만 ‘허가된 발행사(Permitted Issuer)‘가 될 수 있습니다.

• 은행 자회사: JP모건, 씨티그룹 등 기존 은행의 자회사
• 연방 인가 기관: 연방 통화감독청(OCC)의 심사를 통과한 핀테크 기업
• 주 인가 기관: 뉴욕 금융감독청(NYDFS)의 규제를 받는 팍소스(Paxos)처럼 연방 기준에 준하는 주 정부의 승인을 받은 기관

1:1 준비금 의무와 투명성 강화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유통량과 동일한 가치의 ‘고품질 유동 자산’(현금, 단기 미국 국채)으로 100%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고객 자산을 담보로 다른 곳에 투자하는 ‘재담보’는 명시적으로 금지되며, 발행사는 매월 감사받은 준비금 내역을 웹사이트에 공개해야 합니다. 이는 과거 테더(USDT)와는 차원이 다른 투명성 요구입니다.

새로운 자산 클래스의 탄생과 이자 지급 금지

지니어스법의 가장 큰 성과는 스테이블코인을 _증권도, 상품도 아닌 새로운 자산으로 정의_한 것입니다. 이로써 SEC와 CFTC의 오랜 관할권 다툼이 끝나고 은행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만,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것은 금지됐습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직접 경쟁하여 금융 시스템을 교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그 성격을 ‘투자가 아닌 결제 수단’으로 명확히 규정합니다.

제2장: ‘빅브라더 화폐’를 거부하는 이유: CBDC 반감시국가법

미국 디지털 통화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단호히 막는 것입니다. **‘CBDC 반감시국가법(CBDC Anti-Surveillance State Act)’**은 이를 법으로 못 박은 선언입니다.

가장 큰 동력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가 보여준 ‘금융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입니다. 정부가 모든 거래를 감시하고 돈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빅브라더 화폐’는 미국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규제된 민간 혁신(스테이블코인)과 국가 통제(CBDC)라는 갈림길에서 명확한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이 법은 연준이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CBDC를 발행하거나 연구, 테스트하는 것조차 금지합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육성법과 완벽한 콤비 플레이를 이룹니다. 먼저 CBDC라는 공공재 선택지를 법으로 제거해 시장에 공백을 만들고(‘금지’), 그 자리를 규제받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채우도록 길을 열어주는(‘육성’) 것입니다.

제3장: 규제 전쟁 종식 계획: RFIA & FIT21

**루미스-길리브랜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RFIA)**과 그 하원 버전인 **21세기를 위한 금융혁신 및 기술법(FIT21)**은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디지털 자산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규제안입니다.

이 법안들의 핵심은 ‘암호화폐는 증권인가, 상품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새로운 기준인 **‘탈중앙성’**을 도입하여 다음과 같이 역할을 나눕니다.

• 기본 원칙: 모든 디지털 자산은 **‘상품(commodity)’**으로 간주되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를 받는다.
• 예외 조항: 충분히 ‘탈중앙화’되지 않은 자산만 예외적으로 **‘증권(security)’**으로 분류되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관할에 놓인다.

이는 디지털 자산 현물 시장의 주도권을 CFTC에 넘겨주는 것으로, 그동안 시장을 억눌러 온 SEC에 대한 강력한 견제 장치입니다.

비교/대안

두 가지 핵심적인 대립 구도를 통해 미국의 전략을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내 입법 경쟁: 스테이블법 vs. 지니어스법

글로벌 모델 경쟁: 미국 vs. 중국

결론

미국의 새로운 디지털 자산 법률 체계는 흩어진 규제들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국가 전략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법안들을 개별적인 규제로만 봤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정교한 전략의 일부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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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중 전략: 미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고 국가 주도 CBDC는 ‘금지’하여 ‘규제된 민간 혁신’ 모델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2. 달러 패권 강화: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을 미국 국채로 강제함으로써, 민간 기업의 성장이 곧 미국 국채 수요로 이어지는 ‘천재적인’ 금융 전략을 구사합니다.
  3. 새로운 질서: 미래 디지털 자산 시장은 ‘규제된 탈중앙화’가 핵심이 될 것이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두 개의 디지털 통화 블록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권력의 이동을 의미합니다. 여러분은 이 새로운 질서에서 어떤 기회를 보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