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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 미래 금융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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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떻게 디지털 달러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 미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반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한 전략적 이유
  • 지니어스법, CBDC 반감시국가법 등 핵심 디지털 자산 법안의 주요 내용과 목표
  •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가 국내외 금융 시장과 지정학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

미국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설계: 법안 분석 및 글로벌 영향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일련의 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들은 단순 규제를 넘어, 미국 금융 시스템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중대한 전환점입니다. 수년간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이제 미국은 ‘민간이 발행하고 정부가 규제하는’ 디지털 달러를 육성하는 동시에 ‘국가가 발행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거부하는 명확한 길을 선택했습니다. 이는 FTX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중국 디지털 위안화(e-CNY)의 도전에 맞서 금융 리더십을 지키려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이 글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CBDC 반감시국가법, 루미스-길리브랜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RFIA), 그리고 CLARITY 법안 등 네 가지 핵심 법안을 심층 분석하여 미국이 그리는 디지털 금융의 큰 그림을 진단합니다.

미국 국회의사당 이미지
디지털 달러의 부상 이미지

제1장: ‘육성’ 전략 - 규제된 디지털 달러의 부상

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의 핵심은 민간 부문의 혁신을 장려하되, 명확한 규제 틀 안에 두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 바로 스테이블코인이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의 진화와 최종 프레임워크

초기에는 규제 강화를 주장한 ‘결제 스테이블코인 명확성 법안(H.R. 4766)‘과 규제 완화를 주장한 ‘CLARITY 법(H.R. 3633)‘이 충돌하며 논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FTX와 같은 기업들의 붕괴는 강력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증명했고, 결국 ‘규제를 통한 합법성 확보’ 모델이 힘을 얻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최종 제정된 **‘지니어스법(GENIUS Act)’**은 미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새로운 규칙을 정의합니다.

  • 허가된 발행사: 은행 자회사, 연방 또는 주 정부의 허가를 받은 비은행 기관만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 엄격한 준비금: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현금, 단기 국채 등 고품질 유동 자산으로 1:1 가치를 보증해야 하며, 이 자금을 다른 곳에 재투자하는 ‘재담보’ 행위는 금지됩니다.
  • 투명성 의무: 발행사는 매월 준비금 내역을 공개하고 독립적인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 법적 지위 명확화: 허가된 스테이블코인은 증권이나 상품이 아님을 명시하여 SEC나 CFTC가 아닌 은행 규제 당국의 감독을 받게 됩니다.
  • 자금세탁방지(AML/CFT): 발행사는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및 제재 준수 의무를 집니다.

제가 이 법안들을 분석하며 가장 흥미롭게 본 지점은 준비금 요건의 지정학적 함의입니다. 법안은 사실상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달러와 미국 국채를 준비금으로 보유하도록 강제합니다. 이는 디지털 달러 수요가 늘어날수록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자동으로 창출되는 구조로, 암호화폐의 성장이 역설적으로 달러 패권을 강화하는 엔진이 되도록 설계한 고도의 금융 전략입니다.

달러와 디지털 코인이 결합된 이미지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달러 패권의 강화

제2장: ‘금지’ 전략 - CBDC 반감시국가법의 명확한 선

미국 전략의 또 다른 축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도입을 단호하게 막는 것입니다. **‘CBDC 반감시국가법’**은 이러한 결정을 입법화한 것으로, 금융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부의 과도한 금융 통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법안 지지자들은 CBDC가 개인의 모든 거래를 정부가 감시하는 ‘오웰리언 감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사례를 경계합니다.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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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의 CBDC 발행 전면 금지: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개인에게 직접 CBDC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 의회 승인 의무화: 의회의 명시적인 사전 승인 없이는 CBDC 관련 연구나 테스트조차 할 수 없도록 못 박았습니다.

이 ‘금지’ 전략은 스테이블코인 ‘육성’ 전략과 맞물려 작동합니다. 국가가 직접 만드는 디지털 달러의 가능성을 법으로 제거함으로써, 규제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제3장: 거대 청사진 - 루미스-길리브랜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RFIA)

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 논의에서 가장 포괄적인 제안은 상원의 **‘루미스-길리브랜드 책임있는 금융혁신법(RFIA)’**입니다. 비록 법안 전체가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모든 관련 법안의 개념적 토대를 제공하는 ‘소스 코드’ 역할을 합니다.

  • 관할권 정리: 디지털 자산은 기본적으로 ‘상품’으로 간주해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하고, 배당이나 이익 분배 등 전통 증권의 특성을 가질 때만 예외적으로 ‘증권’으로 보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독하도록 제안합니다. 이는 SEC의 막강한 권한에 대한 도전이자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시도입니다.
  • 생태계 전반 규율: 200달러 미만 소액 결제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의 법적 실체 인정 등 산업 친화적인 조항과 강력한 소비자 보호 장치를 모두 포함합니다.

RFIA는 그 자체로 미국 디지털 자산 규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청사진이며, 여기서 제시된 개념들이 ‘지니어스법’과 같은 개별 법안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설계하는 이미지
디지털 통화 전략의 두 축 미국과 중국

비교: 미국과 중국의 디지털 통화 전략

그렇다면 이 거대한 규제 변화가 글로벌 무대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미국의 전략은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중국 모델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전략적 벡터미국 (민간 주도 모델)중국 (국가 통제 모델)
핵심 기술규제된 스테이블코인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디지털 위안화(e-CNY) (중앙은행 통제 프라이빗 원장)
거버넌스규제받는 민간 기업 발행 (간접적 정부 감독)중앙은행 직접 발행 (직접적 국가 통제)
글로벌 전략규제된 ‘금융 상품’ 수출로 시장 표준화국가 통제 ‘금융 인프라’ 수출로 기술 표준 장악

미국의 접근법이 중국의 e-CNY라는 명확한 지정학적 경쟁자를 겨냥한 ‘전략적’ 성격이 강하다면, 유럽연합의 MiCA(Markets in Crypto-Assets)는 역내 시장 단일화와 소비자 보호라는 ‘규범적’ 성격이 더 강하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이는 향후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두 서방 블록 간의 미묘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체크리스트: 새로운 규제 환경 대비하기

새로운 미국 디지털 자산 법안 환경은 관련 기업들에게 중대한 변화를 요구합니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통해 대비해야 할 사항을 점검해 보세요.

  1. 규제 관할권 명확화: 현재 취급하는 디지털 자산이 SEC(증권)와 CFTC(상품) 중 어디에 속하는지 법적 검토를 통해 명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2. 자금세탁방지(AML/CFT) 의무 강화: ‘은행비밀보호법’상 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것에 대비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은행 수준으로 재점검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3. 스테이블코인 전략 재수립: ‘지니어스법’의 허가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 평가하거나, 비허가 스테이블코인의 취급을 중단하고 허가된 스테이블코인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합니다.
  4. 투명성 및 소비자 보호 강화: ‘준비금 증명’ 등 강화된 정보 공개 의무에 맞춰 투명성 보고 체계를 구축하고, 고객 자산 분리 보관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결론

미국의 새로운 디지털 자산 법안들은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을 형성하며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재편하고 있습니다. 핵심 요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전략: 미국은 ‘국가 통제형’ CBDC를 금지하고, ‘규제된 민간 혁신’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는 명확한 이중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 궁극적 목표: 이 전략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달러 패권을 강화하고,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가 주도하는 국가 통제 모델에 대한 강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함입니다.
  • 미래 전망: 디지털 자산 시장은 ‘규제된 탈중앙화’ 시대로 진입할 것입니다. 이제 성공의 열쇠는 복잡한 규제 환경을 효과적으로 탐색하고 준수하는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이 거대한 실험의 결과는 미래 통화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며, 전 세계는 미국이 설계한 새로운 디지털 금융 아키텍처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자료
  • Lummis-Gillibrand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An Overview of New Provisions in the Reintroduced Bill Gibson Dunn
  • The Importance of the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An Analysis of the Proposed American Crypto Regime Merkle Science
  • H. Rept. 118-492 - CLARITY FOR PAYMENT STABLECOINS ACT OF 2023 Congress.gov
  • H.R.4766 - 118th Congress (2023-2024): Clarity for Payment … Congress.gov
  • WHAT THEY ARE SAYING: Financial Services Highlights Support for CLARITY Act financialservices.house.gov
  • Steil and Hill Introduce STABLE Act steil.house.gov
  • GENIUS Act Ushers in New Era for US Stablecoin Regulation and Digital Asset Leadership JDSupra
  • The GENIUS Act: A New Era of Stablecoin Regulation Gibson Dunn
  • What Passage of the ‘GENIUS Act’ Means for Stablecoins Investopedia
  • Majority Whip Tom Emmer’s Flagship Legislation, the 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 Passes House of Representatives emmer.house.gov
  • ABA Applauds House Passage of 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 ABA.com
  • CBDC Spells Doom for Financial Privacy Cato Institute
  • S. 2281 (IS) - Lummis-Gillibrand 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 govinfo.gov
  • The stable door opens: How tokenized cash enables next-gen payments McKinsey
  • Four questions (and expert answers) on the new US cryptocurrency legislation Atlantic Council
  • Existential Threat or Digital Yawn: Evaluating China’s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Harvard International Law Journal
  • Who Will Rule Crypto? The China-US Battle for Global Financial Leadership The Diplomat
#미국디지털자산법안#스테이블코인#cbdc#루미스-길리브랜드#금융규제#디지털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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