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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부: 과시가 아닌 자유를 사는 기술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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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강남에서 본 페라리 한 대

햇살이 기분 좋게 쏟아지던 주말 오후, 당신이 강남의 어느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를 즐기고 있다고 상상해볼까요? 바로 그때, 심장을 울리는 듯한 배기음과 함께 눈부신 붉은색 페라리 한 대가 스르륵, 하고 길가에 멈춰 섭니다. 카페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하죠. 차문이 열리고, 멋진 옷차림의 젊은 운전자가 내립니다. 아마 우리 대부분은 마음속으로 같은 생각을 할 거예요. “와, 진짜 부자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답니다. 반짝이는 것, 비싼 것, 화려한 것이 곧 ‘부’라고 믿었으니까요. 우리 사회는 눈에 보이는 것들로 성공을 판단하도록 우리를 길들여왔거든요. 좋은 차, 비싼 시계, 근사한 저녁 식사 같은 것들 말이에요.

하지만 오늘, 저는 당신의 머릿속에 아주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단단한 생각을 한번 흔들어보려고 합니다. 만약 그 눈부신 페라리가 ‘부의 증명’이 아니라, 오히려 ‘부가 사라지는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면 어떨까요?

모건 하우절의 책, 『돈의 심리학』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부는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커다란 착각과 그 속에서 조용히 진짜 부를 쌓는 사람들의 비밀을 꿰뚫는 열쇠랍니다.

1. 눈에 보이는 것들의 화려한 거짓말

우리가 흔히 빠지는 가장 큰 함정은** ‘돈을 잘 버는 것(높은 소득)’**과 **‘돈이 많은 것(진짜 부)’**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월급이 오르면 더 좋은 차를 사고,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죠. 그러면 스스로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_ ‘부를 과시할 힘’이 생긴 것뿐, 진짜 부와는 다를 수 있어요._

한번 생각해볼까요? 누군가 1억 원짜리 자동차를 샀다면, 그 사람의 재산은 그 차를 사는 순간 정확히 1억 원이 줄어든 셈입니다. 물론 눈에 보이는 멋진 차가 남았지만, 그 차의 가치는 도로에 나오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을 내기 시작하죠. 즉,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1억 원의 ‘부’가 아니라 1억 원의 ‘소비’**였던 겁니다.

강남 거리에 주차된 화려한 붉은색 스포츠카
강남 거리에 주차된 화려한 붉은색 스포츠카

우리가 거리에서 보는 것은 사람들의 재산이 아니라, 그들이 쓴 돈의 흔적입니다. 그 사람이 얼마를 버는지는 짐작할 수 있어도, 그래서 통장과 주식 계좌에 얼마가 남아있는지는 절대 알 수 없죠.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부’의 핵심입니다. 진짜 부는 아직 사지 않은 고급 차, 아직 지르지 않은 명품 시계, 아직 떠나지 않은 퍼스트클래스 비행기 티켓입니다. 즉, 써버리지 않고 남겨둔 돈, 미래에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얻기 위해 오늘의 욕심을 잠시 접어둔 결과물인 셈이죠.

  • 소득이 자동차 엔진의 크기를 결정한다면,
  • **자아(과시욕)**는 당신이 가속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는지를 결정합니다.

아무리 힘 좋은 엔진을 가졌더라도 늘 전속력으로 달리면, 기름은 금방 바닥나고 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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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남들처럼’ 살기 위해 가난해지는 사람들

유독 우리 사회에서는 ‘보이는 부’에 대한 집착이 강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체면’과 ‘남의 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우리의 돈 씀씀이에 아주 깊이 관여하죠.

“그래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데, 이 정도 차는 타 줘야지.” “남들 다 사는 아파트인데, 우리만 없으면 뒤처지는 것 같아.”

이런 생각들이 우리를 ‘영혼까지 끌어모아(영끌)’ 집을 사게 만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수입차 할부 계약서에 사인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가난하게 보이기 싫어서, 기꺼이 진짜 가난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하는 슬픈 농담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거죠.

제가 아는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친구 A: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받습니다. 해마다 최신형 수입차로 바꾸고, SNS에는 해외 골프 여행과 명품 쇼핑 사진이 가득하죠. 사람들은 모두 그가 성공한 부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매달 카드값과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월급날만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의 진짜 재산은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깝습니다.
  • 친구 B: 평범한 회사에서 A보다 적은 연봉을 받습니다. 몇 년 된 국산차를 타고 다니고, 화려한 옷보다는 편안한 옷을 즐겨 입죠. 그의 SNS는 조용합니다. 하지만 그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꾸준히 저축하고, 남들이 모르는 사이 좋은 주식과 펀드에 차곡차곡 투자해왔습니다. 그의 자산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몇 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자유를 얻게 될 겁니다.

명품 시계를 자랑하는 손과,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조용히 확인하는 손을 대비시킨 이미지
명품 시계를 자랑하는 손과, 스마트폰으로 주식 차트를 조용히 확인하는 손을 대비시킨 이미지

자, 여러분. 둘 중에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요? 세상의 시선과 부러움은 A를 향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B에게 진짜 부를 선물하고 있습니다.

3. 조용한 부자들이 돈을 다루는 법

그렇다면 이 거대한 착각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부’를 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시작은 간단합니다. 돈을 ‘과시용품’이 아니라 **‘자유이용권’**으로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거죠.

첫째, 부의 목표를 다시 세워보세요. 당신은 돈을 통해 진짜로 무엇을 얻고 싶으신가요?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인가요, 아니면 하기 싫은 일을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인가요? 갑작스러운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을 안정감인가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유인가요? 진짜 부는 돈 자체가 아니라, 당신의 인생을 당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 즉 **‘선택권’**을 줍니다. 이 선택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어떤 명품 가방보다 큰 만족감을 줄 겁니다.

둘째, 저축을 ‘미래 자유 구매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저축을 ‘지금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고통’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세요. 오늘 당신이 10만 원을 저축했다면, 그건 미래의 어느 날 하기 싫은 야근을 거절하거나, 갑자기 아플 때 병원비 걱정을 덜거나,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자유 이용권’ 한 장을 산 것과 같습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저축은 더 이상 괴로운 인내가 아니라 가장 신나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당신의 돈에 ‘이름표’를 붙여주세요. 그저 ‘부자 되기’라는 목표는 너무 막연해서 돈을 모으기 힘듭니다. 대신 저축과 투자금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여주는 거예요. ‘3년 뒤 내 가게를 차릴 종잣돈’, ‘10년 뒤 부모님 세계여행 자금’, ‘20년 뒤 경제적 자유를 위한 은퇴 연금’처럼 말이죠. 이름표가 붙은 돈은 더 이상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당신의 소중한 꿈이 됩니다. 그러면 당신은 그 꿈을 지키기 위해 사소한 소비의 유혹을 훨씬 더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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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가족 여행’, ‘자유’ 등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여러 개의 유리 저금통
'나의 꿈', '가족 여행', '자유' 등의 이름표가 붙어 있는 여러 개의 유리 저금통

당신의 조용한 슈퍼파워

다시 처음의 페라리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우리가 그 차를 보며 감탄하는 건, 그 차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성능 때문이지, 그 차를 사느라 텅 비었을지도 모르는 운전자의 통장 잔고 때문이 아닙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관점을 살짝 바꿔보세요. 화려하게 소비하는 사람을 볼 때, **‘저 사람은 부자다’라고 생각하는 대신, ‘저 사람은 오늘 저만큼의 부를 행복과 맞바꿨구나’라고 생각해보는 겁니다. **그리고 검소하지만 꾸준히 저축하고 투자하는 당신 자신을 보며, **‘나는 오늘 미래의 자유를 조금 더 샀어’**라고 스스로를 칭찬해주세요.

진정한 부는 시끄럽게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쌓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은 당신만 아는 비밀스러운 슈퍼파워와 같아요. 누구에게도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당신을 지켜주고,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가장 강력한 힘이 되어줄 겁니다.

당신의 진짜 부는 오늘 당신이 무엇을 보여주었는지가 아니라, 내일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돈의 심리학#부#재테크#모건 하우절#소비#저축#투자#경제적 자유#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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