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부유해지는데 왜 우리 밥상은 초라해지는가
2022년 봄, 우리나라의 평범한 마트 진열대 앞에서 많은 분들이 발걸음을 멈췄던 기억, 있으신가요? 매일같이 식탁에 오르던 대파 한 단의 가격표가 믿기지 않을 만큼 치솟아 있었기 때문이죠. 전년 대비 341.8%라는 경이로운 폭등세는 단순한 가격 인상을 넘어 사회 현상으로 번졌습니다. 사람들은 집에서 대파를 직접 길러 먹기 시작했고, **‘파테크(파+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으니까요. 이는 식료품 가격 급등이 우리 집 살림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고통스러운 영향을 미치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문제는 대파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기 사과는 91.3%, 계란 역시 91.3%, 닭고기는 33.3%나 가격이 올랐죠. 이건 특정 품목의 일시적인 흉작을 넘어, 우리 밥상을 둘러싼 구조적인 문제가 곪아 터지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나의 채소에서 시작된 위기감은 장바구니 전체로, 그리고 식탁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더욱 거대한 역설을 드러냅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세계 경제의 성장과 부의 축적을 이야기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식탁의 빈곤입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회원국 평균보다 56%나 높으며, 의류와 같은 필수재 역시 61%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의 비용 부담이 유독 크다는 의미이며, 경제 성장이라는 거시 지표와 개인의 삶 사이에 깊은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줍니다. 어째서 세계는 점점 더 부유해지는데,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은 갈수록 힘겨워지는 것일까요? 이 글은 대파 한 단에서 시작된 질문을 따라, 우리 밥상을 초라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의 정체를 추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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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당신의 저녁 식사를 설계하는 보이지 않는 건축가들
우리가 마트에서 고르는 식료품의 가격과 종류는 단순한 시장 논리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이면에는 소수의 거대 기업과 금융 자본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막강한 힘을 가진 건축가들이 존재하죠. 이들은 전 세계 식량 시스템의 구조를 설계하고, 그들의 결정은 곧바로 우리 식탁의 풍요와 빈곤을 좌우합니다.
1.1 수확의 네 기수: 세계 곡물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 독점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빵, 국수, 과자의 원료가 되는 밀과 옥수수는 대부분 지구 반대편에서 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거의 모든 단계를 통제하는 네 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있습니다. 바로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 벙기(Bunge), 카길(Cargill), 루이 드레퓌스(Louis Dreyfus)로, 이들은 흔히 머리글자를 따 ‘ABCD’ 기업으로 불립니다. 이들은 민간 소유 기업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75%에서 90%를 장악하는 사실상의 독점 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세계 최대 기업인 **카길(Cargill)**은 단독으로 시장의 40%를 점유하며, 연 매출은 120조 원을 넘어섭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은 종자 개발부터 곡물 저장 시설(엘리베이터), 가공 공장, 전 세계를 잇는 운송망까지 수직 계열화를 완성했습니다. 이는 신규 기업이 진입할 수 없는 거대한 장벽을 의미하며, 이들이 설정한 가격과 조건을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죠.
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은 종종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이들은 시장의 불안정성을 이용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죠. 1972년 세계적인 밀 흉작이 발생했을 때, 이들은 공급을 통제하며 국제 시세를 3배나 폭등시켰습니다. 2006년에서 2008년 사이의 세계 식량 위기 때에도 옥수수와 밀을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공급하며 이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심지어 평시에도 계약된 등급보다 낮은 품질의 곡물을 공급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구매자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들의 영향력은 경제를 넘어 지정학적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자국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펴자 밀 공급을 줄여 굴복시킨 사례가 있으며, 니카라과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곡물 수출을 중단하여 정권 교체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식량이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강력한 정치적 무기임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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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글로벌 구조는 식량 자급률이 낮은 국가에 치명적입니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로, OECD 38개 회원국 중 32위에 머무는 최하위 수준입니다. 쌀을 제외한 밀, 옥수수 등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의 식탁은 사실상 이들 거대 곡물 메이저의 손에 달려있는 셈이죠. 지구 반대편 시카고나 제네바의 회의실에서 내려진 결정이 서울의 빵값과 라면값을 직접적으로 흔드는 구조적 취약성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표 1: 세계 곡물 독점 체제: ‘빅4’의 시장 점유율과 영향력
회사 | 추정 점유율 | 주요 논란 및 영향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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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길 (Cargill) | 40% | 가격 담합 주도, 저등급 곡물 공급, 미국 농업 정책에 막대한 영향력 행사 |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ADM) | 15-20% | 4대 메이저 중 하나로 수직계열화 완성, 가격 담합 및 독과점 체제 형성 |
벙기 (Bunge) | 15-20% | 공격적 확장, 곡물 가격 급등기 이익 극대화 |
루이 드레퓌스 (Louis Dreyfus) | 10-15% | 세계 곡물 저장 능력의 75%를 공동 지배 |
이 표는 ‘자유 시장’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거대한 권력의 불균형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들 보이지 않는 건축가들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은 우리 밥상 문제의 근원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1.2 굶주림을 건 도박: 식량의 금융화
만약 곡물 시장의 독점이 시스템의 구조적 균열이라면, 식량의 금융화는 그 균열을 파고들어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폭발물과 같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의 ‘상품선물 현대화법(CFMA)’과 같은 규제 완화 조치들은 식량을 인간 생존의 필수품에서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단순한 금융 투자 자산으로 변질시켰습니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연기금 등 거대한 자본이 ‘굶주림’을 대상으로 한 거대한 카지노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죠.
이 비극의 정점은 2007-2008년 세계 식량 가격 위기였습니다. 물론 위기의 시작점에는 실제적인 요인들이 있었습니다. 유가 상승으로 비료와 운송비가 올랐고, 미국 등지에서 옥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 생산이 급증했으며, 주요 곡물 생산국에 가뭄이 닥쳤죠. 하지만 이는 불씨에 불과했습니다. 이 작은 불씨를 전 세계를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마로 키운 것은 바로 금융 자본의 투기였습니다.
월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은 식량 가격 상승에 베팅하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밀,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 상승에 투자해 무려 4억 달러(약 4,234억 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 10억 명이 굶주리는 동안, 누군가는 그들의 고통을 담보로 막대한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투기 자본의 유입은 실제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격을 밀어 올렸고, 그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금융 차트 속 숫자의 폭등은 현실 세계에서 끔찍한 비명으로 바뀌었습니다.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식량 가격 폭등에 항의하는 **‘식량 폭동(Food Riot)’**이 일어났습니다. 가장 비극적인 사례는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아이티였습니다. 아이티는 1980년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압력으로 쌀 시장을 개방한 후, 값싼 미국산 수입쌀에 밀려 자국의 쌀 농업 기반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쌀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하자, 국민들은 식량을 구할 길을 잃었습니다. 굶주린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유혈 사태와 사회 혼란 끝에 결국 정부가 붕괴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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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우리 접시 위에 오른 지구의 열병
기후 변화와 지정학적 분쟁은 더 이상 먼 나라의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매일 아침 마시는 커피 한 잔,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아보카도 한 조각에 스며들어 우리 식탁의 가격과 질, 그리고 윤리적 무게를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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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사라지는 아침의 여유: 벼랑 끝에 선 커피와 초콜릿
수십억 인구의 아침을 깨우는 커피는 이제 조용한 사치품이 아닌, 기후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작물이 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 커피 재배 적합지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섬세한 향미로 사랑받는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 생산량이 최대 80%까지 급감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옵니다.
이 붕괴는 여러 경로를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커피나무는 매우 예민해서 특정 온도 범위에서만 자랄 수 있습니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전통적인 커피 재배지들은 너무 뜨거워지고 있고, 농부들은 더 서늘한 고지대로 농장을 옮겨야만 합니다. 하지만 고지대의 경작지는 한정되어 있어, 커피 산업 전체가 지리적인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둘째, 따뜻하고 습한 환경은 커피나무에 치명적인 병충해를 확산시킵니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잎녹병(La Roya)’**이라 불리는 곰팡이병입니다. 이 병은 잎을 말라 죽게 해 수확량을 급감시키는데, 이미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전역의 커피 농장들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초콜릿의 운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 역시 기후에 매우 민감합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구 평균 기온이 2.1°C만 상승해도 2050년경 카카오나무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미 주요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의 가뭄으로 인해 최근 카카오 가격은 세 배나 폭등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달콤한 간식이 더 이상 값싸고 흔한 기쁨이 아닐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지불하는 커피와 초콜릿 가격에는 기후 위기에 대한 인류의 집단적 실패의 비용이 포함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2.2 슈퍼푸드의 진짜 가격: 피의 아보카도
건강하고 세련된 이미지 덕분에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슈퍼푸드, 아보카도. 그러나 그 초록빛 과육 뒤에는 폭력과 범죄, 환경 파괴로 얼룩진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패의 맛: 아보카도 전쟁(Rotten: The Avocado War)’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치며,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는 음식의 윤리적 딜레마를 고발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전 세계 아보카도 공급량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는 멕시코의 미초아칸주가 있습니다. 아보카도 열풍으로 **‘녹색 황금(Green Gold)’**이라 불릴 만큼 막대한 이윤이 발생하자, 이 돈 냄새를 맡은 무자비한 마약 카르텔이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르텔은 아보카도 산업을 새로운 수입원으로 삼고, 농장주들을 협박해 보호비를 갈취하거나 납치하고, 유통망 전체를 장악해 나갔습니다.
폭력뿐만이 아닙니다. 아보카도 재배는 심각한 환경 문제도 야기합니다. 칠레의 페토르카 지역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죠. 아보카도는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작물 중 하나입니다. 거대 농장들이 아보카도 재배를 위해 강물을 무분별하게 끌어다 쓰면서, 지역의 강은 완전히 말라버렸고, 정작 인근 주민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조차 구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보카도 이야기는 세계화와 윤리적 소비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강력한 우화입니다. 지구 한편에서 이뤄진 건강을 위한 선한 선택이, 다른 한편에서는 폭력과 조직범죄, 환경 파괴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폭로합니다. 영양 성분표 너머에 숨겨진 우리 음식의 ‘도덕적 발자국(moral footprint)’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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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위대한 식품 기만극
우리 밥상의 위기는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교묘하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방식으로, 우리가 먹는 음식의 본질적인 **‘질’**이 저하되고 있으며, 동시에 상상조차 하기 힘든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향한 거대한 기만극과도 같습니다.
3.1 맛없는 토마토의 비극: 맛이 아닌 내구성을 위해 길러지다
마트에서 파는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밍밍하고 물컹한 식감에 실망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에요. 현대 산업 농업 시스템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오늘날의 토마토는 맛과 영양보다는 오직 수확량, 균일한 모양, 그리고 무엇보다 장거리 운송을 견디는 단단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품종이 개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가스 토마토’**라 불리는 이들의 생산 과정은 자연의 섭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토마토는 맛이 들기 한참 전인 초록색의 단단한 상태에서 수확됩니다. 그리고 전국 각지의 마트로 운송되는 동안 창고에서 에틸렌 가스를 쬐어 인공적으로 붉게 ‘후숙’되죠. 이 방식은 모든 토마토가 상처 없이 완벽한 모양으로 진열대에 오르게는 하지만, 햇볕을 받으며 천천히 익어가는 자연적인 풍미 형성 과정은 완전히 생략해버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양소의 감소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유전적 희석 효과(genetic dilu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1950년부터 1999년까지 43가지 농작물의 영양 성분 변화를 추적한 한 연구에 따르면, 단백질, 칼슘, 철, 비타민 C와 같은 핵심 영양소들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그 주된 원인으로 더 많은 수확량을 내는 품종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개별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영양소의 밀도가 희석되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3.2 완벽한 모양의 거짓말: 산더미처럼 버려지는 음식들
지금까지 식량 가격 폭등과 굶주림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사실을 잠시 기억해볼까요? 그리고 이제, 이와는 정반대의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해야 합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생산된 식량의 약 3분의 1, 무려 13억 톤이 매년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낭비의 상당 부분은 음식이 가게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생합니다. 바로 ‘못난이 농산물’ 때문이죠. 맛과 영양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지만, 단지 모양이 조금 비뚤어지거나 흠집이 있다는 이유로 엄격한 상품 규격에 미달하여 폐기되는 과일과 채소들을 말합니다.
표 2: 숨겨진 식품세: 농장에서 식탁까지 음식물 낭비 분석
단계 | 주요 낭비 원인 | 해결 방안 |
---|---|---|
생산 | 외관 기준 미달, 과잉 생산 | 못난이 농산물 마켓 활성화, 수요 예측 고도화 |
유통/소매 | 엄격한 품질 기준, 유통기한 임박 | ‘푸드리퍼브’ 캠페인, 소비기한 표시제, 푸드뱅크 |
소비 | 과도한 상차림, 식재료 관리 실패 | 소비자 교육, 소포장 상품 확대 |
다행히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반격도 시작되고 있습니다. **‘푸드리퍼브(Food Refurb)’**는 못난이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거나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할인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어글리어스’와 같은 스타트업이 못난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 사업 모델로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낭비의 고리를 끊고,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으려는 희망적인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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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미래를 심다: 우리 식탁의 주권을 되찾기 위한 노력
지금까지 살펴본 문제들은 거대하고 복잡해서 무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싹트죠. 전 세계 곳곳에서, 그리고 바로 우리 곁에서, 깨어진 식량 시스템을 치유하고 우리 식탁의 주권을 되찾으려는 의미 있는 시도들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4.1 가까움의 힘: 로컬푸드 혁명
1장에서 분석했듯, 길고 불투명하며 소수의 거대 기업에 의해 좌우되는 글로벌 식량 시스템은 수많은 문제의 근원이었습니다. 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해독제는 바로 ‘가까움’, 즉 로컬푸드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이 혁명의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줍니다. 특히 ‘한국 로컬푸드의 메카’로 불리는 전북 완주군의 용진농협은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곳의 연간 매출액은 수백억 원에 달하며, 성공의 핵심 비결은 **‘신뢰’와 ‘투명성’**에 있습니다. 모든 제품에는 생산한 농부의 이름과 얼굴이 그대로 브랜드가 되어 붙습니다. 소비자는 누가, 어디서, 어떻게 길렀는지 알 수 있는 음식을 구매하며 안심하고, 농부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감 있게 생산하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합니다.
더 나아가 소비자와 생산자가 한 공동체가 되는 모델도 있습니다. **공동체지원농업(CSA)**은 소비자들이 연초에 농장의 연간 생산량 일부를 선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농부는 안정적인 영농 자금을 확보하고, 소비자는 신선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공급받으며 농사의 위험과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충남의 ‘논산청년농부영농조합’은 이 CSA 모델을 현대적으로 구현하는 멋진 예시입니다.
4.2 하늘의 농장: 도시 농업의 약속
농장은 더 이상 시골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회색빛 도시의 잊혀진 공간, 바로 우리 건물 옥상과 자투리땅에서 새로운 농업 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도시농업은 식량 생산을 넘어, 현대 도시가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네이처 어반(Nature Urbaine)’은 유럽 최대 규모의 옥상 농장으로 도시 농업의 상징이 되었으며, 땅이 부족한 싱가포르의 수직농장이나 일본의 식물공장은 첨단 기술로 미래를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도 도시농업의 가치는 점점 더 주목받고 있으며, 농촌진흥청 연구에 따르면 그 총 가치는 무려 5조 2,367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도시농업은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정화하며, 단절된 이웃 간의 소통을 돕는 등 수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결국 도시농업은 시민을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능동적인 공동 생산자로 변화시키며, 우리 눈앞에서 자라고 우리 손으로 가꾸는 참여의 장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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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당신의 포크에 달린 선택
이 글은 ‘세계는 부유해지는데 왜 내 밥상은 초라해질까?’라는 역설적인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문제의 근원이 단순히 식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과 지구의 안녕보다는 산업적 효율성과 이윤을 위해 설계된 **‘깨어진 시스템’**에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소수의 거대 기업이 독점한 글로벌 공급망, 굶주림을 도박의 대상으로 삼는 금융 자본, 지구의 열병을 가속하는 기후 위기, 그리고 맛과 영양 대신 외형과 내구성만을 좇는 산업 농업과 그로 인한 막대한 낭비까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리 식탁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장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 살펴본 희망의 씨앗들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거대한 문제에 대한 해답은 종종 가장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글로벌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우리 지역 공동체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모든 선택은 하나의 투표입니다. 지역 농부를 살리기 위해 로컬푸드 직매장을 이용하는 것, 이웃과 함께 아파트 옥상에 작은 텃밭을 가꾸는 것, 모양이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 그리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은 모두 지금과는 다른 종류의 식량 시스템을 향한 강력한 지지의 표시입니다.
결국 포크는 단순히 음식을 집어 먹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선택하는 가장 강력하고 일상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각자의 작은 선택이 모일 때, 비로소 우리는 거대한 시스템의 흐름을 바꾸고, 진정으로 풍요롭고 건강한 밥상을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되찾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 [파테크 이유 있었네…파값 3배·사과값 2배 뛰었다 |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103245774i)
- [“식비·집세 다 비싸”…한국만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 - 세계일보] (https://www.segye.com/newsView/20250618511213)
- ADM란? - 뜻 & 정의 | KB의 생각
- 곡물 메이저 카길, 삼림 벌채와 인권 위반으로 곤혹 - 임팩트온
- [밥이 하늘이다] (2) 곡물 공룡 ABCD를 아시나요 - 브런치
- [유레카] 곡물 메이저 / 곽병찬 - 한겨레
- [화주분석] 카길, 세계 곡물유통시장 40% 장악 ‘압도적 1위·127조 매출’ - 로지브릿지- 식량이 곧 무기 - 곡물메이저와 투기자본의 결합
- 전세계 곡물 전반을 先占…戰略的 무기 - 모닝선데이
- 곡물 메이저 큰손에 요동치는 한국 식탁 - 한겨레21
- 대한민국 곡물 자급률 OECD 최하위… 원인과 타개책은? -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 세계 식량위기의 정치경제학- eiec.kdi.re.kr
- 2007-2008년 세계 식료품 가격 위기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시민단체 “골드만삭스, 식량가격 상승 부추겨 수익” | 연합뉴스
- 쌀 자급국이었던 필리핀과 아이티가 식량주권을 잃고 생긴 일 - YouTube
- [기고]식량주권을 내준 결과, 기아와 비만의 이중주 - 한국농정신문
- 2008년 식량 폭동 재연되나 - 서울경제- 식량안보와 필리핀 쌀 사례* - KREI Repository
- 쌀 위기가 돌아온다 - PADO- 필리핀의 쌀 산업은 정말 무너졌을까? - 브런치
- 지구 온난화로 2050년까지 세계 커피 생산 50% 급감- 2050년 커피 생산은 어떻게 될까 - 그리니시 위클리
- 2. 재배지역의 고도 - 수안커피- 한잔의 커피는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가격이 되었을까? - 브런치
- 커피 재배고도가 높을수록 좋은커피 인가? - Reliable barista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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