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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진동벨 도입, 소통의 종말 혹은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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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왜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차가운 기계를 선택했을까요?

  • 스타벅스가 ‘콜 마이 네임’을 포기하고 진동벨과 키오스크를 도입한 진짜 이유
  • 인건비 상승과 프리미엄 전략 사이에서 찾아낸 스타벅스의 생존법
  •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두 가지 유형의 스타벅스 매장

스타벅스는 어떻게 고객 경험의 상징이 되었나?

우리가 사랑했던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었습니다. 스타벅스 진동벨과 키오스크가 등장하기 전, 그곳은 ‘사람’과의 특별한 경험을 약속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정신에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브랜드 사명 아래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제3의 공간: 커피 이상의 경험을 팔다

스타벅스 성공의 핵심에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라는 철학이 있습니다.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 머물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죠. 하워드 슐츠의 신념처럼, 스타벅스는 공간에 고객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습니다. 바리스타는 그 소통의 중심에 있는 창구였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의 스타벅스 매장은 단순한 카페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의 스타벅스 매장은 단순한 카페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콜 마이 네임: 인간적 교감의 정점

이러한 철학이 가장 빛을 발한 서비스가 바로 한국에서 시작된 **‘콜 마이 네임(Call My Name)’**입니다. 주문번호 대신 고객의 닉네임을 불러주는 이 서비스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더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가장 인간적인 서비스의 성공이 기술 도입의 필요성을 증명했습니다. 고객들이 잘 설계된 디지털 경험(사이렌 오더)에 얼마나 개방적인지 보여주었고, 동시에 피크 타임에 파트너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물리적 한계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변화의 서막: 트로이의 목마, 사이렌 오더

스타벅스가 커피 회사를 넘어 데이터 기술 기업으로 변모하는 결정적 계기는 **‘사이렌 오더(Siren Order)’**였습니다. 점심시간의 긴 줄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이 모바일 주문 앱은 스타벅스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사이렌 오더는 단순한 주문 앱을 넘어 스타벅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었습니다.
사이렌 오더는 단순한 주문 앱을 넘어 스타벅스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었습니다.

사이렌 오더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었습니다. 고객을 스타벅스의 디지털 생태계에 묶어두는 **‘트로이의 목마’**였습니다. 앱을 사용하기 위해 가입한 고객들의 모든 주문 데이터(개인화 옵션, 방문 시간 등)는 스타벅스의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 데이터와 디지털에 익숙해진 고객 기반은 훗날 키오스크와 스타벅스 진동벨을 도입하는 단단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키오스크와 진동벨: 숨겨진 두 가지 진실

스타벅스는 왜 자신의 상징과도 같았던 ‘사람과의 소통’을 버리고 기계를 택했을까요? 공식적인 설명 뒤에는 훨씬 더 현실적인 비즈니스 논리가 숨어있습니다.

1. 키오스크: 친절한 도우미인가, 비용 절감 도구인가?

스타벅스는 외국인 관광객의 언어 장벽 해소와 피크 타임 혼잡 완화를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급증하는 인건비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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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스타벅스 코리아의 인건비 상승률은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31%까지 치솟으며 수익성에 큰 압박이 된 것입니다. 결국 키오스크 도입은 통제하기 어려운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한 피할 수 없는 경제적 선택이었습니다.

효율성을 상징하는 키오스크와 진동벨은 스타벅스의 새로운 전략을 보여줍니다.
효율성을 상징하는 키오스크와 진동벨은 스타벅스의 새로운 전략을 보여줍니다.

2. 진동벨: 실용적 도구인가, 브랜드의 배신인가?

스타벅스 진동벨은 ‘더북한산점’처럼 매장이 너무 넓거나 복층 구조라 이름을 부르기 어려운 특수 매장을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됩니다. 이 설명은 사실에 가깝지만, 더 깊은 맥락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예외가 아니라, 스타벅스의 새로운 ‘프리미엄 전략’을 지탱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입니다. 300평이 넘는 거대한 체험형 매장에서 고객을 목청껏 부르는 것은 오히려 프리미엄 경험을 해칩니다. 이때 비인격적으로 보이는 진동벨은 역설적으로 고객이 소음과 혼란에 방해받지 않고 공간의 가치에 집중하도록 돕는 **‘프리미엄 경험 보호 장치’**가 됩니다.

기술 (Technology)공식 도입 이유 (Official Rationale)숨겨진 비즈니스 요인 (Underlying Driver)
키오스크 (무인 주문기)외국인 관광객 언어 장벽 해소, 피크 타임 효율성 증대10년간 지속된 인건비 상승 압박 해소, 직접적인 비용 통제 및 수익성 방어 전략
진동벨 (Vibrating Buzzer)복층, 대형 매장 등 물리적으로 이름 호명이 불가능한 특수 환경에서의 실용적 필요‘체험 중심’ 대형 매장의 프리미엄 경험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운영 지원 도구

두 개의 스타벅스: 정교한 시장 분할 전략

결국 스타벅스의 행보는 정체성의 혼란이 아니라, 치열한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고도의 ‘시장 분할(Market Segmentation)’ 전략입니다. 과거처럼 모든 매장에서 동일한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1. ‘처리량 중심(Throughput)’ 매장

  • 특징: 오피스 밀집 지역이나 지하철 역사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하며, 속도와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 핵심 기술: 키오스크, 사이렌 오더를 집중 활용해 거래량을 극대화하고 운영 비용을 통제합니다. 이곳은 저가 커피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는 ‘방어용 해자’ 역할을 합니다.

2. ‘경험 중심(Destination)’ 매장

  • 특징: 북한강변이나 ‘경동1960점’처럼 특별한 장소에 위치하며, 휴식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 핵심 기술: 원활한 운영을 위한 스타벅스 진동벨, 최상급 커피 장비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극대화합니다. 이곳은 저가 브랜드가 흉내 낼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공격용 창’**입니다.

결론: 당신의 선택이 스타벅스의 미래를 결정한다

스타벅스는 인간적 연결이라는 낭만에서 출발해, 인건비 상승과 시장 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기계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진화의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치밀한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핵심 요약:

  1. 인간적 교감의 역설: ‘콜 마이 네임’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디지털 전환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증명했습니다.
  2. 현실적 압박: 키오스크와 진동벨 도입의 배경에는 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인건비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있었습니다.
  3. 이원화 전략: 스타벅스는 이제 ‘효율성’과 ‘경험’이라는 두 가지 유형의 매장으로 시장을 나누어 공략하고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은 우리에게 남았습니다. 당신이 매장 앞 키오스크를 마주하거나 손안에서 울리는 진동벨을 느낄 때, 당신은 스타벅스에게 하나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커피 한 잔에서 더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따뜻한 목소리인가요, 아니면 완벽한 속도인가요? 우리의 선택이 내일의 스타벅스를 만들 것입니다.

참고자료
  • 스타벅스 사명 레포트월드
  • 카페 공간의 경제학…美 스타벅스, 왜 ‘공짜 손님’ 쫓아내나 조선일보
  • [로코노미 라이프] 집ㆍ직장 아닌 균형을 위한 공간 개념 이투데이
  • 제3의 공간에서 브랜드의 역사가 탄생한다 한국표준협회
  • 국내 커피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 시빅뉴스
  • 미국도 따라한 사이렌 오더, 한국이 최초 개발 리얼푸드
  • 20일만에 20여만명 참여…“고객과의 감성 소통 기대” 아이뉴스24
  • 그러나 대형 매장이나 고객 밀집도가 높은 매장에서는… 이코노미데일리
  • 스타벅스,서울 명동에 키오스크 도입 뉴닉
  • [스타벅스 디지털기획팀]한국서 개발한 사이렌 오더 미국 본토로 역수출 매거진한경
  • 사이렌 오더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스티비
  • 리워드(Reward), 개인화(Personalization), 결제(Payment), 주문(Ordering)이 그것인데요. 브런치
  • ‘인간적 소통 원칙’ 스타벅스, 키오스크 도입 왜? 이데일리
  • 대형 매장 등서 직원 편의성 확보 취지 “고객과의 소통 기반 원칙 변함 없어” 아시아경제
  • 키오스크 도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대체로 엇갈렸다. 뉴스워커
#스타벅스진동벨#스타벅스키오스크#사이렌오더#브랜드전략#고객경험#시장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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