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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TGI! 우리들의 금요일을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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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빛바랜 TGI 프라이데이스 매장 간판
낡고 빛바랜 TGI 프라이데이스 매장 간판

“Thank God It’s Friday!“를 외치며 한 주의 해방감을 만끽하던 곳. 붉은색과 흰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의 유쾌한 서비스와 이국적인 음식으로 우리를 설레게 했던 곳. 바로 ‘TGI 프라이데이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근, 그 즐거웠던 금요일의 상징과도 같았던 TGI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마치 즐거웠던 추억의 한 페이지가 찢겨나간 듯한 씁쓸함이 밀려오는데요. 오늘은 TGI의 소식을 실마리 삼아, 우리 삶의 특별한 순간을 함께했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탄생부터 변화까지, 그 길고 긴 시간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 설렘의 시작, ‘패밀리 레스토랑’의 탄생

생일 파티 모자를 쓴 아이들과 부모님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
생일 파티 모자를 쓴 아이들과 부모님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

1980년대와 90년대, ‘외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특별했던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자가용을 타고 조금 멀리 나가야 만날 수 있었던 곳.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영어로 인사를 건네는 직원들과 신나는 팝송, 그리고 처음 보는 신기한 음식들로 가득했던 그곳이 바로 패밀리 레스토랑이었습니다.

1988년 ‘코코스’를 시작으로 ‘TGI 프라이데이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베니건스’ 등이 속속 문을 열었죠. 이곳은 단순히 밥을 먹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서구의 문화를 맛보는 체험의 장이자, 생일이나 졸업식 같은 특별한 날에만 갈 수 있는 ‘선망의 공간’이었어요. 통신사 카드만 있으면 50%씩 할인을 해주던 시절,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 1순위로 꼽히던 곳이기도 했죠.

# 영원할 것 같던 ‘금요일’은 왜 저물었나?

그렇게 우리 곁에 영원할 것 같았던 패밀리 레스토랑의 시대는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TGI의 파산은 그 시대의 끝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죠. 과연 무엇이 이들을 위기로 내몰았을까요?

## 세상은 변했는데, 레스토랑은 그대로

  • ‘가족’의 의미가 변했다: 이름처럼 ‘가족’ 단위 고객이 중심이었지만, 사회는 빠르게 1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3~4인용 세트 메뉴가 주를 이루는 곳에서 혼자 밥 먹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죠.
  • ‘맛집’의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이국적인 맛’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SNS를 통해 전 세계의 맛집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작은 식당들이 생겨났습니다. 획일화된 메뉴와 인테리어는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 어중간한 위치: 소비자들은 이제 가성비 좋은 ‘패스트 캐주얼’이나, 아예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다이닝’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어중간한’ 가격과 서비스는 설 자리를 잃어갔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외식이 줄고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넓은 매장과 많은 직원을 유지해야 하는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TGI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만 것입니다.

# 변화의 파도 속, 새로운 ‘식사’를 꿈꾸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현대적인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스테이크를 즐기는 20대 커플의 모습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의 현대적인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스테이크를 즐기는 20대 커플의 모습

물론 모든 패밀리 레스토랑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닙니다. ‘아웃백’처럼 냉동육 대신 냉장육을 사용하고, 고급스러운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하는 등 ‘프리미엄화’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한 곳도 있습니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어떻게 발맞추느냐가 생존의 핵심임을 보여줍니다.

TGI 프라이데이스의 퇴장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립니다. 우리는 더 이상 정해진 틀 안에서 식사하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둘이서도, 혹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친구들과도 즐겁게 식사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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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우리의 즐거웠던 ‘금요일’은 추억 속으로 사라질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나눴던 웃음과 이야기는 우리 마음속에 남아 새로운 ‘맛집’을 찾아 나서는 발걸음에 설렘을 더해주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기억 속 최고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어디였나요?

#TGI프라이데이스#패밀리레스토랑#파산#외식문화#추억#아웃백#빕스#역사#트렌드변화#캐주얼다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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