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연함 속에 숨어있던 거대한 착각
“한국 사람처럼 야채 많이 먹는 민족이 또 있을까?”
우리의 밥상을 한번 떠올려볼까요? 기본으로 깔리는 배추김치, 깍두기는 물론이고, 시금치나물, 콩나물무침, 향긋한 깻잎장아찌까지. 쌈을 싸 먹고 국에 넣어 먹고, 밥에 비벼 먹으며 우리는 늘 야채와 함께 살아왔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채소 섭취량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야채 강국’입니다.
2000년대 초,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야채는 너무 당연해서, 이걸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힘들다.” 하지만 hy(당시 한국야쿠르트)는 이 당연함 속에 숨겨진 아주 교묘한 ‘빈틈’을 발견합니다. 바로 ‘섭취량’과 ‘섭취 방식’의 불균형이었죠.
우리는 야채를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지만, 상당 부분은 소금에 절인 ‘김치’ 형태였고, 바쁜 현대인들은 매일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야채를 골고루 챙겨 먹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사람들은 야채를 많이 먹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2. 야쿠르트 아줌마의 새로운 무기, 하루야채
야쿠르트로 대한민국 발효유 시장을 평정한 hy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남들이 모두 ‘레드오션’이라고 외면했던 야채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들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이 정말 ‘충분히, 그리고 골고루’ 먹고 있을까?”
hy의 연구 결과는 ‘아니오’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야채 권장량은 350g. 하지만 바쁜 직장인, 편식하는 아이들, 심지어 건강을 신경 쓰는 주부들조차 이 기준을 꾸준히 채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2005년, 시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제품이 탄생합니다. 바로 **‘하루야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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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야채’의 성공 전략은 놀랍도록 명쾌했습니다.
- 명확한 콘셉트: “이 한 병으로 하루 야채 권장량 350g을 간편하게!”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었습니다. 건강을 위해 야채를 먹어야 한다는 건 모두가 알았지만, 얼마나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했던 소비자들에게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 것이죠.
- 품질에 대한 신뢰: 100% 유기농 야채만을 사용한다는 원칙은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 최강의 유통망: 전국 구석구석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현 프레시 매니저)‘는 그 어떤 택배 시스템보다 강력했습니다. 사무실 책상까지, 아파트 문 앞까지 매일 아침 신선한 건강을 배달해주는 이 시스템은 하루야채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하루야채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야채 주스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야채는 씹어 먹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간편하게 마시는 건강’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것입니다.
3. 세상을 바꾼 역발상의 힘
hy의 하루야채 성공 신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모두가 ‘그렇다’고 믿는 시장의 상식 속에, 어쩌면 가장 큰 사업 기회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죠. 야채 소비 1등 국가라는 사실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불편함’과 ‘결핍’을 정확히 꿰뚫어 본 역발상이 대한민국 식품 시장에 길이 남을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곁가지 이야기: 하루 야채, 대체 얼마나 먹어야 할까?
### “하루 야채 350g”, 감이 잘 안 오시나요?
우리는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지만, ‘그래서 정확히 얼마나?‘라는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하루야채가 기준으로 삼았던 ‘350g’은 과연 어느 정도의 양일까요?
#### 세계보건기구(WHO)와 한국의 기준
- 세계보건기구(WHO): 하루에 최소 400g 이상의 과일과 채소를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보통 ‘하루 5번(Five a day)’ 캠페인으로 알려져 있죠.
- 한국영양학회: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하여, 성인 기준 하루 채소 500g 이상(생것 기준, 7접시 분량), 과일 200g(2개 분량) 섭취를 권장합니다. 나물처럼 익힌 채소는 한 접시(70g)가 1단위, 생채소는 두 접시(140g)가 1단위입니다.
#### 눈으로 보는 하루 야채 권장량
글로만 보면 여전히 어렵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음식으로 양을 가늠해볼까요?
- 오이 1개 (약 200g)
- 토마토 중간 크기 2개 (약 300g)
- 양상추 1/2통 (약 200g)
- 시금치나물 한 접시 (약 70g)
- 파프리카 1개 (약 150~200g)
이렇게 보면, 매일 꾸준히 챙겨 먹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양뿐만 아니라 **‘다양성’**입니다.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깔의 야채를 골고루 먹어야 우리 몸에 필요한 다양한 비타민과 무기질, 파이토케미컬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식탁에, 알록달록한 야채 샐러드 한 접시를 추가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