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경제학으로 풀어보는 내 마음의 비밀
매년 실패하는 새해 다짐, 비싼 헬스장 회원권의 비밀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늘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다짐합니다. 새해가 되면 금연, 다이어트, 외국어 공부 등 야심 찬 계획을 세우지만, 어째서인지 그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기 일쑤죠. 특히 큰맘 먹고 거금을 들여 등록한 헬스장 회원권은 어느새 서랍 속에서 잠자며 ‘기부 증서’가 되어버린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이게 정말 우리가 의지가 약하거나 남들보다 유독 게을러서일까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고개를 젓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에 의문을 던지며 시작된 학문입니다. 심리학과 경제학의 교차점에서, 합리적이라 믿는 인간이 실제로는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선택을 하는지, 그리고 그 행동 뒤에 숨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심층적으로 탐구하죠.
이 글은 바로 그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마치 내 마음의 사용 설명서를 얻는 것과 같습니다. 도대체 나는 ‘왜 그랬는지’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의 다음 선택은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제1장. 내 안의 싸움: ‘지금의 나’ vs. ‘미래의 나’
우리의 결심이 번번이 무너지는 가장 큰 이유는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끊임없는 싸움 때문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재 편향(Present Bias)’ 또는 **‘쌍곡형 할인(Hyperbolic Discount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간단히 말해, 사람들은 먼 미래의 큰 보상보다 눈앞의 작은 보상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강력한 편향 때문에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 달성에 계속해서 실패합니다.
1.1. 사례 연구: 헬스장 회원권의 역설
새해 목표로 야심 차게 등록한 헬스장에 몇 번 가지 않고 돈만 날린 경험은 현재 편향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는 단순히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나는 분명 꾸준히 운동할 거야!‘라고 현재의 내가 과도하게 믿어버리는 **‘과신(Overconfidence)’**의 결과물입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델라비냐(DellaVigna)와 말멘디어(Malmendier) 교수의 유명한 헬스클럽 연구를 들여다보면 이 현상이 얼마나 명확하게 드러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월 70달러 이상의 정액 월회비를 선택한 회원들은 한 달에 평균 4.3회 방문했습니다. 방문당 비용으로 환산하면 17달러가 넘는 셈이죠. 하지만 이들에게는 방문당 10달러만 내는 ‘10회 이용권’이라는 훨씬 저렴한 대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월회비를 선택한 회원 중 80%는 같은 횟수를 방문하고도 더 비싼 요금을 냈고, 그 결과 멤버십 기간 동안 평균 **600달러(우리 돈 약 83만 원)**의 손해를 봤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헬스장에 출석한 후 평균 2.31개월이 지나서야 계약을 해지했다는 사실입니다. 미래의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믿었을 뿐만 아니라, 만약 운동을 안 하게 되더라도 즉시 해지할 것이라고 또 한 번 과신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유연성’**이라는 옵션에 비싼 돈을 지불했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의 귀찮음(inertia)’**을 과소평가하여 그 유연성을 사용할 행동(해지)을 하지 못하고 돈을 이중으로 낭비한 셈입니다. 이는 돈 계산을 못 하는 어리석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내 감정과 행동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자기 인식의 실패’**에서 비롯된 체계적인 실수입니다.
헬스클럽 계약 유형별 비용 및 손실 분석
계약 유형 | 월평균 방문 횟수 | 실제 방문당 비용 |
---|---|---|
월회비 계약 (> $70) | 4.3회 | > $17 |
10회 이용권 ($10/방문) | - | $10 |
자료 출처: DellaVigna & Malmendier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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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례 연구: 당뇨병과 스마트폰 중독에 숨겨진 공통의 적
현재 편향은 단지 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건강 관리, 중독 문제 등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깊숙이 관여하며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연구는 환자들을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아 입원한 ‘입원군’과 외래 진료로 관리가 가능한 ‘외래군’으로 나누어 **‘지연 할인 과제(Delay Discounting Task)’**를 실시했습니다. 이 과제는 “지금 당장 받을 수 있는 작은 돈"과 “나중에 받을 수 있는 큰돈(10만 원)”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여 미래 보상의 가치를 얼마나 빠르게 깎아내리는지(할인율) 측정하는 실험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입원군은 외래군에 비해 미래의 큰 보상 가치를 훨씬 더 급격하게 평가절하했습니다. 즉, **‘지연 할인율’**이 현저히 높았던 것이죠. 혈당 관리의 핵심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높을수록, 미래 보상의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는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뇌의 의사결정 방식은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연구에서도 똑같이 발견됩니다.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은 일반 사용자군에 비해 지연 할인율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이는 더 높은 충동성을 의미합니다.
두 사례는 표면적으로 달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동일한 인지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당장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의 유혹을 참지 못해 혈당 관리에 실패하는 뇌의 작동 방식과, 미래의 중요한 과제를 미루고 스마트폰이 주는 즉각적인 쾌락을 좇는 뇌의 방식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이는 현재 편향이 단순히 개인의 재무적 선택을 넘어, 건강과 웰빙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인지적 특성’**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운동하세요” 혹은 “스마트폰 그만 보세요"와 같은 단순한 조언이 효과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나 정보 부족이 아니라, 보상 가치를 평가하는 우리 뇌의 근본적인 작동 방식에 있기 때문입니다.
제2장. 의지력에만 기댈 수 없을 때: 성공을 위한 똑똑한 시스템 설계
‘현재의 나’가 ‘미래의 나’를 이기기 어렵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동경제학은 의지력만 탓하지 말고, ‘미래의 나’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현재의 나’가 미리 똑똑한 장치를 설계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를 **‘결심 이행 장치(Commitment Device)’**라고 부릅니다.
2.1. 오디세우스의 지혜: 스스로를 묶어라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영웅 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마녀 ‘사이렌’의 바다를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는 사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었지만, 유혹에 넘어가 배를 난파시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어떻게 했을까요? 그는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꽁꽁 묶게 하고, 무슨 말을 하더라도 절대 풀어주지 말라고 명령합니다. 자신은 밀랍으로 귀를 막지 않은 채로 말이죠.
이는 ‘미래의 나’(사이렌의 노래에 홀린 나)가 저지를 비합리적인 행동을 ‘현재의 나’(이성적인 나)가 미리 막는, 결심 이행 장치의 완벽한 원형입니다. 우리도 오디세우스처럼 유혹에 빠질 자신을 예측하고, 스스로를 묶는 현명한 시스템을 삶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2.2. 사례 연구: 노벨상을 받은 저축 프로그램, ‘내일 더 저축하기(Save More Tomorrow™)’
행동경제학의 대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가 설계한 ‘내일 더 저축하기(Save More Tomorrow™, 이하 SMarT)’ 프로그램은 인간의 약점을 성공의 동력으로 전환한 결심 이행 장치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저축을 어려워하는 이유인 **‘손실 회피’**와 **‘현상 유지 편향(게으름)’**을 역으로 이용해 저축률을 극적으로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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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원리 1 (손실 회피 이용): 사람들은 당장 월급이 줄어드는 것을 ‘손실’로 느끼기 때문에 저축액을 늘리기를 꺼립니다. SMarT 프로그램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축액 증가 시점을 ‘미래의 임금 인상’ 시점과 교묘하게 연결했습니다. 덕분에 참가자들은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실수령액이 줄어드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았고, 저축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 크게 줄었습니다.
- 핵심 원리 2 (현상 유지 편향 이용): 사람들은 한번 정해진 것을 바꾸기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SMarT는 이 ‘관성’을 이용했습니다. 한번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임금이 오를 때마다 저축률이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저축을 그만두려면 ‘직접 탈퇴 신청’이라는 번거로운 행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가만히 있었고, 그들의 게으름이 저축을 늘리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최초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의 평균 저축률은 불과 28개월 만에 3.5%에서 13.6%로 3배 이상 치솟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참가자의 80%가 4번의 임금 인상을 거치는 동안에도 이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입니다.
SMarT 프로그램의 천재성은 인간의 ‘결점’을 비난하거나 뜯어고치려 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오히려 그 결점을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더 나은 인간이 되자’**는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인정한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자’**는 시스템 설계의 관점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유도하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Libertarian Paternalism)’ 철학의 정수입니다.
SMarT 프로그램 참가자 저축률 변화
그룹 | 시작 전 저축률 | 시행 후 저축률 |
---|---|---|
SMarT 참가자 (중견 제조업체) | 3.5% | 13.6% |
자료 출처: Thaler & Benartzi (2004)
2.3. 사례 연구: 필리핀의 작은 통장이 일으킨 나비효과
결심 이행 장치는 개인의 목표 달성을 넘어, 사회적 관계와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쉬라프(Ashraf), 칼란(Karlan), 인(Yin)의 연구팀은 필리핀의 한 은행과 함께 **‘SEED(Save, Earn, Enjoy Deposits)’**라는 특별한 저축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이 상품은 계좌를 개설할 때 목표 금액이나 목표 날짜를 정하면, 그때까지는 돈을 인출할 수 없도록 만든 ‘결심 이행 저축’ 계좌였습니다.
실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이 상품을 제안받은 그룹은 12개월 후 대조군에 비해 평균 저축액이 **81%**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사전 설문에서 현재 편향 성향을 보였던 여성들이 이 상품에 가입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스스로 자기 통제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결심 이행 장치를 찾았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결과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이 저축 상품에 가입한 여성들의 가계 내 의사결정권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고, 그 결과 여성 중심의 내구재(예: 가전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등 가정 내 권력 구도에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는 잘 설계된 금융 상품이 단순한 저축 도구를 넘어 **‘사회적 권한 부여(Social Empowerment)’**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4. 사례 연구: 대한민국 ‘고3 국민연금 자동가입’ 정책 논쟁
이러한 행동경제학 원리는 이제 개인의 삶을 넘어 국가 정책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고3 국민연금 자동가입’ 정책은 바로 국가 단위의 거대한 결심 이행 장치, 즉 **‘넛지(Nudge)’**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정책 내용: 만 18세가 되는 모든 청년에게 정부가 첫 달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국민연금에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제도입니다.
- 정책 목표: 현재 18~34세 청년 인구의 53.3%에 달하는 국민연금 가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가입 기간을 최대한 늘려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려는 목적입니다.
- 행동경제학적 원리: 소득이 없거나 관심이 부족해 가입을 미루는 청년들의 **‘현상 유지 편향’**을 **‘자동 가입’**이라는 강력한 ‘기본값(default)’ 설정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입니다.
- 쟁점: 막대한 재원 마련 문제와 더불어, “보험료 납부에 대한 책임의식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 전체에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국가가 부드럽게 개입해야 한다는 ‘넛지’ 철학 사이의 첨예한 긴장을 보여줍니다.
제3장. 보이지 않는 손: 나의 선택을 조종하는 것들
우리의 선택은 ‘현재 편향’ 외에도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종당합니다. 행동경제학은 우리의 판단을 왜곡하는 다양한 인지적 편향들을 밝혀냈습니다. 그중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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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사례 연구: 푸드 스탬프와 ‘꼬리표가 붙은 돈’
전통 경제학에서는 ‘돈은 돈일 뿐(money is fungible)‘이라고 가정합니다. 1만 원짜리 지폐는 월급으로 받았든, 길에서 주웠든 똑같은 1만 원의 가치를 지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뇌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돈에다 ‘공돈’, ‘월급’, ‘비상금’, ‘밥값’ 같은 꼬리표를 붙이고 다르게 취급합니다. 이를 **‘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합니다.
미국의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프로그램인 SNAP(과거 푸드 스탬프)에 관한 연구는 심적 회계의 강력한 증거를 보여줍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SNAP 수혜자들은 매달 초에 받은 혜택(돈)을 한 달 예산에 통합하여 꾸준히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매달 초에 혜택을 받으면 식료품 소비를 크게 늘렸다가, 월말로 갈수록 소비를 줄이고 심지어 굶는 날까지 생기는 극단적인 **‘소비 사이클’**을 보였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총 식료품 지출액이 SNAP 혜택보다 많아서 사실상 SNAP 혜택이 현금과 똑같이 사용될 수 있는 가구에서조차, 사람들은 SNAP 혜택으로 받은 돈을 현금보다 식료품에 쓸 확률(한계소비성향)이 훨씬 높았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SNAP 혜택에 **‘이건 밥값’**이라는 꼬리표를 붙였고, 그 결과 월초에 ‘밥값’을 과소비하고 월말에 고통받는 비합리적 선택을 반복한 것입니다.
3.2. 일상 속의 행동경제학: 팝콘 가격의 비밀과 세일의 유혹
우리의 선택은 제시되는 정보의 **‘틀(frame)’**이나 처음 본 **‘숫자(anchor)’**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됩니다.
-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 마트에서 “정가 20,000원 → 할인가 18,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보면 왠지 싸다고 느껴집니다. 처음 본 숫자 ‘20,000원’이 **닻(anchor)**처럼 머릿속에 박혀 판단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18,000원이라는 가격 자체가 합리적인지는 아무도 모르는데도 말이죠.
- 미끼 효과 (Decoy Effect): 영화관 팝콘 메뉴의 비밀을 아시나요? 작은 팝콘이 3,000원, 큰 팝콘이 7,000원일 때는 어떤 것을 살지 고민됩니다. 이때 극장이 ‘미끼’로 중간 팝콘을 6,500원에 내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갑자기 7,000원짜리 큰 팝콘이 엄청난 이득처럼 보이며 불티나게 팔려나갑니다. 여기서 중간 팝콘은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큰 팝콘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 “수술 후 생존율 90%“라는 의사의 말과 “수술 후 사망률 10%“라는 말은 통계적으로 완전히 같은 정보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전자의 말을 들었을 때 훨씬 더 안심하고 수술을 결정합니다. 똑같은 내용도 어떤 틀(frame)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평가와 선택은 180도 달라집니다.
결론: 내 마음의 조종간을 되찾는 법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헬스장 회원권부터 국민연금 정책까지,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는 행동경제학의 원리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비합리적이고, 수많은 편향에 휘둘리며, 후회할 선택을 반복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비합리성이 마구잡이가 아니라 **‘예측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편향에 취약한지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의지력 부족을 탓하며 자책하는 대신, 우리를 비합리적 선택으로 이끄는 ‘시스템’과 ‘환경’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오디세우스처럼 ‘미래의 나’를 위해 결심 이행 장치를 만들고(월급날 저축 자동이체 설정하기), 심적 회계를 역이용하며(여행, 경조사, 비상금 등 목표별로 통장 쪼개기), 마케터들이 교묘하게 짜놓은 프레이밍과 앵커링의 함정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완벽한 이성적 인간이 되는 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결점 많고 인간적인 우리 모습 그대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현명하고 행복한 선택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이제 내 마음의 조종간을 되찾을 시간입니다.
출처
새해 결심, 알람을 끄며 무너지다 | 나라경제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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