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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벨 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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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근러’ 지혜 씨의 하루

사무실 책상 위, 늦은 밤까지 켜져 있는 모니터 불빛과 식어버린 커피잔
사무실 책상 위, 늦은 밤까지 켜져 있는 모니터 불빛과 식어버린 커피잔

여기, ‘일’과 결혼했다는 말을 듣는 평범한 직장인 지혜 씨가 있습니다. 그녀의 아침은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업무 관련 알림으로 시작됩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일을 훑어보고,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지는 업무 요청에 정신이 아득해지죠.

지혜 씨는 소위 ‘멀티태스킹의 달인’입니다. 보고서를 쓰면서 메신저로 업무 협의를 하고, 틈틈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회의 자료를 준비합니다. 모두가 그녀를 유능하다고 말했지만, 정작 지혜 씨의 마음은 타들어 갔습니다.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였지만, 퇴근 시간이 다가와도 제대로 끝낸 일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거든요. 결국 오늘도 그녀의 책상 위에는 ‘야근’이라는 그림자가 길게 드리웁니다.

“내일은 정말 칼퇴해야지.”

수백 번 되뇌었던 다짐은 식어버린 저녁처럼 공허하기만 합니다. 일에 치여 약속을 미루고, 취미를 잃어버리고, 가족과의 대화가 줄어드는 동안, 지혜 씨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1장: 우리는 왜 퇴근하지 못하는가

‘착각’이 부르는 야근

많은 직장인이 지혜 씨처럼 ‘멀티태스킹’을 능력의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은 사실 뇌의 입장에서 보면 ‘주의력의 분산’일 뿐입니다. 우리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거든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의 모습.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 앞에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의 모습.

보고서를 쓰다가 메신저를 확인하고, 다시 보고서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우리 뇌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죠. 결국,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사소한 실수가 잦아지며, 이는 곧 야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습니다. 우리는 바쁘게 일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허둥지둥 시간을 낭비한 셈입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

“지혜 씨, 이것 좀 부탁해요.”

퇴근을 30분 앞둔 시간, 상사는 늘 새로운 업무를 던져줍니다. 거절하면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미움받을까 봐, 지혜 씨는 차마 “내일 오전에 처리해드려도 될까요?“라는 말을 꺼내지 못합니다. 이런 ‘착한 사람’이 되려는 마음이 우리의 저녁을 송두리째 빼앗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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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과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불가능한 요청에는 정중히 선을 긋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나의 업무 리듬을 지키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기 위한 프로다운 태도입니다.

2장: ‘워라밸’은 권리이자 기술입니다

어느 날, 번아웃 직전까지 몰린 지혜 씨는 큰 결심을 합니다. ‘빼앗긴 나의 저녁을 되찾겠어!’ 그녀는 일을 줄이는 대신,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마음먹습니다.

첫 번째 기술: ‘집중의 벽’을 세우세요

헤드폰을 끼고 오롯이 자신의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헤드폰을 끼고 오롯이 자신의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

지혜 씨는 가장 중요한 업무를 할 90분을 정해, 그 시간에는 모든 알림을 끄고 오직 한 가지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놀랍게도 3시간 동안 허둥지둥했던 일들이 단 90분 만에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죠. 중요한 것은 일하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밀도’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두 번째 기술: ‘저녁’을 디자인하세요

“퇴근 후에 뭐 하지?”

예전의 지혜 씨라면 그저 멍하니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잠들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저녁을 적극적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월요일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읽기, 수요일은 동네 공원 산책하기, 금요일은 친구와 맛있는 저녁 먹기.

퇴근 후의 시간이 기다려지는 ‘작은 계획’들로 채워지자, 그녀의 하루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의 끝’이 아니라 ‘즐거움의 시작’으로서의 퇴근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잘 쉬는 것이야말로 내일의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임을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기술: ‘쉼’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일하는 법은 배웠지만, 제대로 쉬는 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쉼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상태가 아닙니다. 일에서 완전히 생각의 연결을 끊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적극적인 행위’입니다.

주말 내내 잠만 자거나, 평일의 피로를 술로 푸는 것은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몸을 더 지치게 만들 뿐이죠. 가벼운 운동, 명상, 좋아하는 사람과의 깊은 대화처럼, 나에게 맞는 ‘회복의 기술’을 찾아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몇 달 후, 지혜 씨는 더 이상 ‘프로 야근러’가 아닙니다. 그녀는 정시에 퇴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녁을 즐기며, 주말에는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기쁨을 누립니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업무 성과는 예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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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은 단순히 일과 삶의 시간을 50:50으로 나누는 산술적인 개념이 아닙니다. 일할 때는 치열하게 몰입하고, 쉴 때는 온전한 ‘나’로 돌아올 수 있는 삶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혹시 당신도 지혜 씨처럼 잃어버린 저녁을 그리워하고 있나요? 그렇다면 기억하세요. 저녁이 있는 삶,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권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요. 오늘, 그 권리를 되찾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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