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원은 어디로 사라졌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들
I. 서론: ‘자원 빈국’의 꿈과 자원외교의 서막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에너지와 광물 자원의 96%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자원 빈국’이라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죠. 원자재 가격이 뛸 때마다 경제 전체가 휘청이는 불안한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자원의 안정적 확보’를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로 삼고 **‘자원외교’**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인 해외자원개발에 나섰습니다. 단순히 자원을 사 오는 것을 넘어, 개발에 직접 참여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공격적인 전략이었죠.
정부가 내세운 목표는 아주 구체적이었습니다. 2007년 4.2%에 불과했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임기 내 18.1%, 2019년까지 **30%**로, 6대 전략 광물의 자주개발률은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었죠. 대통령이 직접 ‘에너지 실크로드’를 외치며 자원 부국을 순방하고, 국무총리는 ‘자원외교 총리’로 불릴 만큼 정책의 최전선에 섰습니다. 외교부까지 나서 전 세계 73개 재외공관을 에너지 거점으로 지정하는 등, 말 그대로 범정부적인 총력전이 펼쳐졌습니다.
정책 실행의 선봉에는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이하 에너지 공기업 3사)가 있었습니다. 정부는 이들을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공격적인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독려했고,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당시 고공행진하던 자원 가격과 자원 민족주의 분위기 속에서, 이런 선제적 확보 전략은 합리적이고 시급해 보였죠.
하지만 이 과정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의지에 따라 정책이 하향식(Top-down)으로 강하게 추진되면서, 공기업들은 ‘자주개발률’이라는 양적 목표 달성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렸습니다. 이런 정치적 압력은 경제적 타당성이나 사업 위험에 대한 신중한 검토 과정을 생략하거나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결국 **‘속도전’**과 **‘성과주의’**에 매몰된 의사결정 구조는, 이후 수십조 원의 혈세를 낭비하고 공기업을 부실의 늪에 빠뜨린 수많은 실패의 근본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부터 그 꿈이 어떻게 좌절되었는지, 구체적인 사업 사례들을 통해 깊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II. 에너지 공기업 3사, 자원외교의 선봉에 서다
자원외교의 실질적인 집행은 에너지 공기업 3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이들은 총 26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전 세계의 광구, 광산, 자원개발기업 인수에 나섰죠. 각 공기업이 추진한 주요 사업들의 명암을 살펴보겠습니다.
A. 한국석유공사(KNOC): 공격적 M&A의 빛과 그림자
석유공사는 자원외교의 핵심 주체로서 가장 공격적인 M&A를 주도했습니다. 수조 원대 해외 기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지만, 그 결과는 참담한 실패와 몇 안 되는 성공이 교차하는 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1.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실패의 상징
자원외교 실패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는 단연 캐나다 하베스트(Harvest Energy Trust) 인수 건입니다. 2009년 석유공사는 약 4조 1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하베스트와 그 자회사인 정유 부문 **날(NARL)**을 인수했습니다. 이 거래는 시작부터 끝까지 총체적 부실의 전형이었죠.
가장 큰 문제는 부실 자산인 NARL 정유공장을 억지로 떠안은 ‘끼워팔기’ 계약이었습니다. 당시 하베스트는 1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낡고 수익성 없는 NARL을 매각 조건으로 내걸었고, 석유공사는 이를 덜컥 수용했습니다. 석유 탐사·개발이 주 업무인 공사가 법적 근거도 없이 정유 사업에 뛰어든 비상식적인 결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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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심각한 것은 인수 과정의 불투명성과 부실한 경제성 평가였습니다. 당시 투자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었고, 자문사 선정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외압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NARL 정유공장은 막대한 손실만 내다가 2014년, 투자금의 3%도 안 되는 338억 원 헐값에 매각되었고, 하베스트 인수는 석유공사에 약 7조 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안기며 회사를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몰아넣었습니다.
2. 이라크 쿠르드 유전: 정치 리스크와 좌초된 기대
하베스트가 경제성 평가 실패의 상징이라면,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무시한 무모한 투자의 전형입니다. 2008년, 석유공사는 이라크 중앙정부를 배제하고 분리주의 성향이 강한 **쿠르드 자치정부(KRG)**와 직접 유전 개발 계약을 맺었습니다. ‘자원외교 1호 사업’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됐죠.
하지만 이는 이라크 주권을 무시하는 행위로 중앙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샀고, 원유 수출 중단과 입찰 참여 배제라는 압박으로 돌아왔습니다. 내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성과를 위해 계약을 밀어붙였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결국 IS 사태 등 현지 불안과 갈등으로 상업 생산은 불가능해졌고, 약 1조 3천억 원을 쏟아붓고도 회수한 금액은 100억 원 남짓에 불과합니다. ‘자원외교 1호’의 꿈은 회수 불가능한 부실 채권으로 남았습니다.
3. 영국 다나 페트롤리엄 인수: 적대적 M&A의 성과
모든 투자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2010년 석유공사는 약 3조 4천억 원을 들여 영국 북해 유전 개발 기업 **다나 페트롤리엄(Dana Petroleum)**을 한국 공기업 최초로 적대적 M&A 방식으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다나 이사회의 반대에도 주주들을 직접 설득해 경영권을 확보했죠.
초기에는 유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이후 유가가 회복되면서 다나는 석유공사의 핵심 우량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2년 석유공사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내는 데 크게 기여했죠. 이는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규제가 투명한 선진국 시장에서 검증된 자산을 인수한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4. UAE 할리바 유전: 뒤늦게 확인된 성공 사례
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유전 개발 사업도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2019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 이 사업은 한국 기업이 중동에서 탐사부터 개발, 생산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킨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총 투자비 약 3,830억 원은 5~7년 내 전액 회수될 전망이며, 확보한 원유는 국내 도입이나 제3국 판매가 자유로워 에너지 안보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B. 한국가스공사(KOGAS): 엇갈린 성적표
가스공사 역시 대규모 해외 투자를 단행했고, 그 성적표는 극적인 성공과 처참한 실패가 공존합니다.
1. 이라크 주바이르 프로젝트: 가장 성공적인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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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의 이라크 주바이르(Zubair) 유전 개발 사업은 자원외교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성공적인 투자로 평가받습니다. 2010년, 가스공사는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 ENI가 이끄는 컨소시엄에 참여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둬, 2017년까지 총 투자비 약 2조 7천억 원을 전액 회수했습니다.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되며 지속적인 수익을 내고 있죠. 성공 요인은 명확합니다. 단독으로 사업을 주도하기보다, 경험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메이저 기업 컨소시엄에 소수 지분으로 참여해 기술적, 정치적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킨 것입니다.
2. 호주 GLNG & 캐나다 혼리버: 셰일가스 붐의 역풍
반면, 호주 GLNG 프로젝트는 장기 유가 하락과 생산 지연으로 1조 2,7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손상차손을 기록하며 부실 투자 사례로 남았습니다. 또한 2010년 약 11억 달러를 투자한 캐나다 혼리버 셰일가스전 사업은 투자 직후 ‘셰일가스 혁명’으로 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제성을 잃고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낸 채 사실상 실패로 끝났습니다.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측하지 못한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C.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KOMIR): ‘묻지마 투자’의 비극
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자원외교의 가장 비극적인 실패 사례들을 남겼고, 결국 다른 기관과 통폐합되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1. 멕시코 볼레오 동광: 총체적 부실과 매각 난항
광물공사는 2008년부터 멕시코 볼레오(Boleo) 동광 개발에 1조 7천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이 사업은 시작부터 부실 검토 논란에 휩싸였고, 낮은 광물 품위와 기술 문제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돈 먹는 하마’**로 전락했습니다. 누적된 손실은 1조 7천억 원에 달했고, 공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부는 수년간 매각을 시도했지만, 막대한 부채 때문에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2.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애물단지에서 ‘핵심 광물’로
광물공사가 투자한 또 다른 대규모 사업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입니다. 이 사업은 초기 니켈 가격 하락과 기술적 문제로 장기간 적자를 내면서 **‘제2의 볼레오’**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이 급등하고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2022년 이후 흑자로 전환되었습니다. 현재는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사례는 자원 투자의 장기성과 인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반전 사례입니다.
3.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 성공에서 국제 분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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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광물공사가 지분 10%를 인수한 파나마 코브레파나마(Cobre Panama) 구리 광산은 오랫동안 성공 사례로 꼽혔습니다. 2019년 상업 생산 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수천억 원의 배당금을 안겨주었죠. 하지만 이 성공 신화는 2023년 말, 환경 파괴와 주권 침해를 주장하는 파나마 국민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결국 파나마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광산은 폐쇄되었고, 성공 가도를 달리던 프로젝트는 하루아침에 국제 분쟁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현재 대주주와 광해광업공단은 파나마 정부를 상대로 수십조 원 규모의 국제투자분쟁해결(ISDS)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III. 회계장부와 감사 보고서가 말하는 진실
자원외교의 성패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감사원과 국회의 공식 보고서입니다. 2015년 감사원은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분석’ 보고서에서, 이명박 정부 시기에 집중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자원의 안정적 확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실제 국내로 들여온 자원은 극히 미미했고, 대부분은 단순 지분 투자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감사원은 실패 원인으로 위험 요인을 축소·은폐하고 타당성을 왜곡한 사업 부서와 이를 견제하지 못한 내부 통제 시스템의 붕괴를 지적했습니다. 2015년 국회 국정조사에서는 에너지 공기업 3사의 손실 규모가 30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었고, 시민단체들은 자원외교의 결과 공기업에 56조 원의 부채가 남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업명 | 주관 공기업 | 대상 국가 | 총 투자액(추정) | 재무 성과(추정) | 현재 상태 |
---|---|---|---|---|---|
캐나다 하베스트 | 석유공사 | 캐나다 | 약 4.1조 원 | 약 7조 원 손실 | 자본잠식 상태로 보유, 지속 부담 |
이라크 쿠르드 유전 | 석유공사 | 이라크 | 약 1.3조 원 | 약 1.3조 원 손실 | 사업 실패, 청산 진행 |
영국 다나 | 석유공사 | 영국 등 | 약 3.4조 원 | 흑자 전환 | 핵심 우량 자산으로 운영 중 |
UAE 할리바 유전 | 석유공사 | UAE | 약 3,830억 원 | 투자비 회수 중 | 성공적 운영, 수익 창출 |
이라크 주바이르 유전 | 가스공사 | 이라크 | 약 2.7조 원 | 투자비 전액 회수 | 가장 성공적인 사례 |
호주 GLNG | 가스공사 | 호주 | 지분 15% 인수 | 약 1.3조 원 손상차손 | 저수익성 자산으로 운영 중 |
캐나다 혼리버 | 가스공사 | 캐나다 | 약 1조 원 | 약 6,700억 원 손실 | 사업 중단, 사실상 실패 |
멕시코 볼레오 동광 | 광물자원공사 | 멕시코 | 약 1.7조 원 | 약 1.7조 원 손실 | 완전 자본잠식, 매각 난항 |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 광물자원공사 | 마다가스카르 | 약 2.2조 원 | 흑자 전환 |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 |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 광물자원공사 | 파나마 | 약 9,000억 원 | (폐쇄 전) 성공적 | 광산 폐쇄, 국제 분쟁 중 |
주: 투자액 및 손실액은 보고 시점과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신뢰도 높은 자료들을 기반으로 추정한 값입니다.
이 표는 자원외교의 복합적인 유산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주바이르, 다나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하베스트, 볼레오 등에서 발생한 손실 규모가 성공의 과실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또한 암바토비와 코브레파나마 사례는 자원 개발 투자의 평가가 단기 재무 성과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주죠.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사업을 합산한 최종 성적표가 수십조 원의 적자라는 것입니다.
IV.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공방
수십조 원의 혈세가 투입된 국책 사업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자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은 **‘책임지는 사람 없는 실패’**라는 허망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검찰은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 등 정책을 집행한 공기업 사장들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결과적으로 손실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들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들의 결정이 당시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정책적 판단’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죠.
수사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자원개발 특혜 의혹으로 수사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검찰 수사의 초점이 자원외교의 구조적 문제 규명에서 정치인 금품 수수 의혹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비판은 수사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들에게는 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당시 자원외교를 주도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등 **‘자원외교 5인방’**으로 불린 핵심 책임자들은 ‘몸통’으로 지목되었지만, 대부분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결국 정책을 기획하고 지시한 ‘윗선’은 수사를 피하고, 지시를 이행한 공기업 사장들은 법리 뒤에서 면죄부를 받으면서, 수십조 원 손실에 대해 아무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V. 결론: 자원외교의 유산과 미래를 위한 교훈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자원 빈국’의 숙명을 극복하겠다는 거대한 포부로 시작했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유산은 성공과 실패, 행운과 오판이 뒤섞인 복합적인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값비싼 경험은 미래 국가 자원 전략 수립에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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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는 하베스트, 볼레오처럼 참담한 실패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주바이르, 다나처럼 성공적으로 안착한 사례도 있습니다. 또한 암바토비와 코브레파나마 사례는 자원 투자의 본질적인 불확실성과 장기성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애물단지가 핵심 자산이 되기도 하고, 최고 성공 사례가 하루아침에 국제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죠.
이 값비싼 경험을 통해 대한민국은 미래 자원개발 정책 수립을 위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 정치가 아닌 프로세스를 존중하라: 국가 자원개발은 단기적인 정치적 목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투자는 정치적 압력에서 독립된, 투명하고 엄격한 검증 절차에 기반해야 합니다.
- 리스크의 개념을 재정의하라: 재무적 리스크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시장 변화, 사회·환경적 리스크 등 비재무적 요인을 핵심 변수로 포함하는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단독 질주’보다 ‘현명한 동행’을 택하라: 경험이 부족한 초기 단계에서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과의 컨소시엄 참여가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 장기적 전략 자산에 대한 새로운 평가 잣대를 마련하라: 당장의 손익을 넘어 미래 산업 구조의 변화와 국가 안보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 관리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 책임 규명 시스템을 강화하라: 수십조 원의 손실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책 결정자와 집행자 모두에게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명확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자원 빈국’이라는 과제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의의가 있지만, 그 실행 과정은 조급함과 불투명성, 리스크에 대한 무지로 점철되었습니다. 그 결과 남겨진 막대한 부채와 깊은 사회적 불신은, 앞으로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를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값비싼 교훈으로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