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향해 날아오른 천재들의 비극적인 추락 이야기
-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 ‘시스템 1, 2’를 이해하고 우리 의사결정의 허점을 파악합니다.
- LTCM 붕괴와 2008 금융위기를 통해 인지 편향이 부른 재앙적 결과를 학습합니다.
- 치명적 실패를 피하기 위한 개인과 조직의 구체적인 극복 전략을 배웁니다.
이카루스 증후군과 인지 편향의 위험
역사는 노벨상 수상자나 월스트리트의 전설 같은 천재들이 스스로 파멸하는 기묘한 비극을 좋아합니다. 저 또한 과거 중요한 투자 결정에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자신감, 즉 인지 편향에 빠져 손실을 본 경험이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그토록 어리석은 실패를 할 수 있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경제학 교과서가 아닌, 우리 마음속 ‘버그투성이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 마음의 버그를 해독하는 도구입니다. 오늘 우리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드림팀이 만든 헤지펀드 LTCM의 붕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거대한 재앙을 부검하며, 인간의 ‘예측 가능하게 비합리적인’ 마음이 빚어낸 예고된 비극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부: 우리 머릿속의 두 얼굴 - 원시인과 경제학자
우리의 뇌는 최신 슈퍼컴퓨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구형 운영체제 위에 최신 프로그램을 욱여넣은 것에 가깝죠.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 마음속에 두 명의 인물이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 시스템 1 (빠른 생각): 충동적이고 직관적인 ‘원시인’입니다. 눈앞의 위협에 즉각 반응하게 만드는 생존 최적화 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일상적인 판단을 처리합니다.
- 시스템 2 (느린 생각): 신중하고 논리적인 ‘경제학자’입니다. 복잡한 계산을 하고 시스템 1의 실수를 바로잡지만, 아주 ‘게으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전문가들조차 압박감과 불확실성 앞에서는 시스템 1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우리의 인지 편향 대부분은 과거 생존에 유리했던 ‘기능’이었습니다.
- 손실 회피(Loss Aversion): 100달러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2배 이상 크게 느끼는 경향입니다. 어렵게 구한 식량을 잃는 것이 곧 죽음이었던 원시 시대의 생존 본능입니다.
-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최근의 생생한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경향입니다. 어제 본 호랑이가 오늘도 나타날 확률을 높게 보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겠죠.
이 고대의 소프트웨어가 현대 금융 시장에서 실행될 때, 주가 폭락은 시스템 2의 차분한 분석 대신 시스템 1의 원초적 공포를 자극해 ‘공황 매도’를 촉발합니다. 천재들의 실패는 지능의 부재가 아닌, **‘진화적 불일치’**의 결과인 셈입니다.
2부: 실패한 천재들의 비극 - LTCM의 부검
1994년, 월스트리트에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라는 신들의 판테온이 세워졌습니다.
신들의 오만과 인지 편향
팀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이 포함된 ‘어벤져스’였습니다. 이들의 이름값은 그 자체로 강력한 **권위 편향(Authority Bias)**을 만들어 투자자들이 전략을 의심조차 못 하게 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수렴 차익거래’ 수학 모델이었습니다. 시장은 늘 합리적이며 가격 분포는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믿었죠. 하지만 모델 안에는 인간의 ‘공포’와 ‘탐욕’이 만드는 극단적인 상황, 즉 **‘팻 테일(fat tails)’**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이는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하는 전문가 편향의 전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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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의 해부학: 인지 편향의 교과서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재앙이 닥쳤습니다. LTCM 파트너들의 반응은 행동경제학 교과서 그 자체였습니다.
- 휴브리스(Hubris)와 과신: 손실이 불어나는 와중에도 “시장이 비합리적일 뿐, 우리 모델이 맞다"고 맹신했습니다. 전형적인 확증 편향입니다.
- 집단사고(Groupthink): 누구도 감히 노벨상 수상자들의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폐쇄적인 ‘반향실’이었습니다.
- 손실 회피와 매몰 비용 오류: 손실을 인정하는 고통을 피하려 오히려 베팅을 늘렸습니다. 이미 쏟아부은 돈과 명성 때문에 실패한 전략을 포기하지 못하는 **매몰 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46억 달러가 증발했고, 미국 연준이 직접 구제금융을 주선해야 했습니다. LTCM의 실패는 수학이 아닌,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 phronesis)**가 결여된 지적 오만의 실패였습니다.
3부: 거대한 붕괴 - 2008년, 시스템 전체가 미쳤을 때
2008년 금융위기는 시스템 전체가 집단적 망상에 빠진 대서사시였습니다.
마에스트로의 침묵과 편향의 연쇄 반응
당시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금융기관의 사리사욕이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라는 이데올로기의 결함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는 그의 확증 편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온갖 인지 편향의 합작품이었습니다.
- 군중 행동(Herd Behavior): “미국 집값은 절대 안 떨어진다"는 믿음 아래 모두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티에 뛰어든 밴드왜건 효과의 전형이었습니다.
- 잘못된 앵커(Anchoring): 신용평가사들이 ‘쓰레기’ 자산에 부여한 ‘AAA’ 등급은 잘못된 ‘닻’이 되어 투자자들을 현혹했습니다.
-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은행가들은 복잡한 금융상품이 위험을 완벽히 분산시켰다고 믿었지만, 실은 시한폭탄을 숨겨둔 것에 불과했습니다.
- 잘못된 인센티브와 도덕적 해이: 대출의 질이 아닌 양에 따라 보너스를 받자, 위험은 사회 전체에 떠넘기고 단기 이익만 좇는 거대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습니다.
물론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처럼 위기를 예견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모두가 ‘예스’라고 외칠 때 반대 증거를 찾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인지적 습관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비교: 빠른 생각 vs 느린 생각
특성 | 시스템 1 (원시인) | 시스템 2 (경제학자) |
---|---|---|
속도 | 빠름, 자동적 | 느림, 의도적 |
역할 | 직관, 감정, 습관 | 분석, 논리, 복잡한 계산 |
에너지 | 거의 소모하지 않음 | 많은 노력을 요구함 |
오류 | 잦은 편향과 실수 발생 | 실수를 감독하고 수정 가능 |
예시 | 2+2=?, 갑자기 들리는 큰 소리에 놀람 | 17x24=?, 세금 계산, 주차 |
체크리스트: 인지 편향을 극복하는 방법
LTCM과 2008년의 비극은 지능이 아닌 지혜의 실패였습니다. 우리 안의 이카루스가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음을 실천해 보세요.
- 거꾸로 생각하기: “이 투자가 어떻게 성공할까?” 대신 **“이 투자가 실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무엇인가?”**라고 자문해보세요. (찰리 멍거)
- ‘레드팀(Red Team)’ 운영하기: 조직 내에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팀을 두어 집단사고를 방지하세요.
- ‘사전부검(Pre-Mortem)’ 실시하기: 프로젝트 시작 전 “1년 뒤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패했다. 왜일까?“라고 가정하고 원인을 분석해 보세요.
- 나의 ‘능력의 범위’ 알기: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을 갖추세요.
- 반대 의견 경청하기: 내 생각과 다른 의견에 의도적으로 귀를 기울여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세요.
결론
똑똑한 사람들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능 부족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진 인지 편향의 함정을 간과하기 때문입니다.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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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뇌는 비합리적입니다: 생존을 위해 진화한 ‘시스템 1’은 현대 사회에서 치명적인 판단 오류를 일으킵니다.
- 역사가 증명합니다: LTCM과 2008 금융위기는 과신, 집단사고 등 인지 편향이 부른 예고된 재앙이었습니다.
- 지혜가 방패입니다: 지적 겸손을 바탕으로 거꾸로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어책입니다.
결국 ‘어리석음’에 대한 궁극적인 방어는 자신의 합리성이 어디까지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당신이 최근 내린 중요한 결정은 시스템 1과 2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나요?
참고자료
- Reddit ELI5 •|• 행동 경제학이 정확히 뭔데? 그리고 일반/고전 경제학이랑은 뭐가 달라?
- KDI 경제정보센터 행동경제학, 현실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있을까?
- 위키백과 행동경제학
- WEEKLY BIZ - 조선일보 [Cover Story] 노벨 경제학상 받은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교수
- 위키백과 인지 편향
- 연합인포맥스 [시사금융용어]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 연합인포맥스 [시사금융용어] LTCM 사태
- 나무위키 LTCM
- 프레시안 ‘금융위기 주범’ 그린스펀, 때늦은 반성
- Atlassian 사전 검토 연습 실행 방법 [템플릿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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