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과 확실성 사이, 당신의 뇌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
- 왜 우리는 불확실한 진실보다 확실한 거짓에 끌리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 우리의 결정을 지배하는 핵심 인지 편향(확실성 효과, 손실 회피, 확증 편향)의 작동 원리를 파악합니다.
-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구체적인 방법을 배웁니다.
프롤로그: 우리는 왜 ‘확실한’ 거짓을 ‘불확실한’ 진실보다 사랑하는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확실성이다.” 이 문장은 우리가 스스로를 합리적 존재라 믿고 싶은 마음에 반감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이 글은 우리의 뇌가 왜 이토록 인지 편향에 빠져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확실성에 집착하도록 설계되었는지, 그 심리적 원인을 탐험합니다.
아주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저녁 식사를 예약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 레스토랑 A: 리뷰 100개, 평균 별점 4.5점. 통계적으로 실패 확률이 매우 낮은, 훌륭하고 신뢰할 만한 선택지입니다.
- 레스토랑 B: 리뷰 단 3개, 하지만 모두 완벽한 5.0 만점.
당신의 마음은 어디로 더 끌리나요? 많은 사람이 데이터는 부족하지만 ‘완벽함’이라는 약속을 주는 레스토랑 B에 더 강한 매력을 느낍니다. 이는 논리가 아닌 감정의 선택이며, 확률이라는 데이터를 넘어 확실성이라는 ‘느낌’을 선택한 것입니다.
확실성을 향한 본능적 끌림: 대표적 인지 편향 3가지
우리의 뇌가 확실성을 선호하는 경향은 몇 가지 강력한 심리 기제, 즉 인지 편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확실성 효과: 100%의 압도적인 유혹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란 확률적인 결과보다 확실한 결과를 터무니없이 과대평가하는 인지 편향을 말합니다.
다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면 어떨까요?
- 옵션 1: 100% 확률로 10억 원을 받는다. (기댓값: 10억 원)
- 옵션 2: 20% 확률로 100억 원을 받고, 80%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기댓값: 20억 원)
수학적으로는 옵션 2가 두 배 더 가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본능적으로 옵션 1에 끌립니다. 그 이유는 ‘10억’이라는 숫자보다 ‘100%‘라는 확실성에 있습니다. 옵션 1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후회’라는 감정적 고통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심리적 안전’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2. 손실 회피: 얻는 기쁨보다 2배 큰 잃는 고통
확실성 선호의 더 깊은 근원에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이론이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이 정립한 이 이론의 핵심은, 인간은 같은 크기의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 손실에서 느끼는 고통을 심리적으로 약 2배 더 크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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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면이 나오면 15만 원을 따고 뒷면이 나오면 10만 원을 잃는 동전 던지기 게임이 있다면, 참여하시겠습니까? 기댓값은 2만 5천 원으로 이득이지만, 대부분은 거부합니다. 10만 원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15만 원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손실을 보고 있는 주식을 팔지 못하고 “언젠가는 오르겠지"라며 버텼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평가 손실을 ‘실현 손실’로 확정하는 고통을 피하려는, 손실 회피 편향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처럼 손실 회피는 강력한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을 만들어, 변화보다는 익숙한 현재에 머무르게 합니다.
3. 확증 편향: ‘내 그럴 줄 알았지!’ 확신의 감옥
손실 회피가 확실성을 ‘찾게’ 만든다면,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그 확실성을 ‘유지하고 강화’하게 만듭니다. 이는 자신의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찾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 역사 속 사례: 진주만 공습 당시 키멀 제독은 ‘일본은 공격할 여력이 없다’는 자신의 신념과 배치되는 수많은 경고를 무시하여 참혹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 현대 사회: 소셜 미디어의 ‘필터 버블’과 ‘에코 챔버’는 확증 편향을 극대화하여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킵니다. 우리는 비슷한 견해에만 둘러싸여 자신의 믿음을 ‘당연한 진실’로 여기게 됩니다.
이 세 가지 인지 편향은 서로를 강화하며 우리를 ‘확신의 감옥’에 가두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비교: 합리적 뇌 vs. 현실의 뇌
우리의 뇌가 이상적으로 작동할 때와 인지 편향의 영향을 받을 때가 얼마나 다른지 비교해 봅시다.
영역 | 합리적인 뇌의 접근 방식 (정확성 추구) | 현실의 뇌가 접근하는 방식 (확실성 추구) & 심리 기제 |
---|---|---|
투자 | 위험을 감안한 기댓값이 가장 높은 포트폴리오를 선택한다. | ‘원금 보장’ 저수익 예금을 선호한다. 손실 중인 주식을 ‘본전 생각’에 팔지 못한다. |
(손실 회피, 확실성 편향) | ||
정보 소비 | 완전한 그림을 얻기 위해 다양하고 상반된 관점을 찾아본다. 출처를 교차 확인한다. | 자신의 기존 관점과 일치하는 뉴스와 SNS 피드만 구독한다. 반대 정보는 ‘가짜 뉴스’로 치부한다. |
(확증 편향) | ||
건강 | 치료법 결정을 위해 대규모 임상 시험과 통계적 증거에 의존한다. | “내 사촌이 이거 먹고 나았다!“는 식의 극적인 일화 하나를 신뢰한다. 나쁜 소식을 들을까 두려워 건강 검진을 피한다. |
(확증 편향, 손실 회피) | ||
커리어/인생 |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기회에 열려 있다. 편안한 자리를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 변화의 불확실성이 두려워 ‘익숙하지만 불행한’ 직장이나 관계에 머무른다. |
(손실 회피, 현상 유지 편향) | ||
신념 | 새롭고 신뢰할 만한 증거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수정한다. |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사실에 직면했을 때, 사실을 왜곡하여 신념에 끼워 맞춘다. |
(확증 편향) |
인지 편향 극복: 불확실성과 친구가 되는 2가지 방법
끊임없는 확실성 추구는 정체로 이어집니다. 진정한 혁신과 성장은 불확실성을 끌어안을 때 시작됩니다.
-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 찾아 나서기 성공적인 창업가들은 자신의 생각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팀 회의에서 일부러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 역할을 맡기거나, 나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론을 습관화하는 것은 확증 편향의 고리를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기 진정한 자신감은 모든 결과를 100% 확신하는 데서 오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닥치든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나옵니다.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 집중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자유는 ‘불확실성 속에서의 편안함’을 얻는 데 있습니다. 이는 미지에 대한 태도를 ‘두려움’에서 ‘호기심’으로 바꾸는 여정입니다.
결론
우리는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확실성을 갈망하지만, 이러한 본능이 종종 우리를 더 나은 선택으로부터 멀어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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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점:
- 확실성 효과: 우리는 확률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보다 100% 확실한 결과를 비합리적으로 선호합니다.
- 손실 회피: 이익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약 2배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잠재적 손실을 피하려다 더 큰 기회를 놓칩니다.
- 확증 편향: 한번 형성된 믿음을 지키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 취사선택하며 스스로를 확신의 감옥에 가둡니다.
다음 행동 제안(CTA): 이 글을 읽고 난 지금, 당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확실성’은 무엇인가요? 그 믿음의 끝에 찍힌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꿀 용기를 낸다면,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까요? 오늘, 의도적으로 당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기사를 하나 찾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참고자료
- Reddit r/samharris - Good books on biases, logical fallacies, and…
- 알라딘 씽킹 101 :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하기 연습
- 중앙일보 익숙해져야 시작된다, 사랑도 그렇다
- 이코노믹리뷰 [북앤북] 콘크리트 속 감춰진 당신의 욕망
- 주간동아 [‘손실회피 편향’에서 벗어나야 부자 된다]
- 조선일보 [WEEKLY BIZ] 왜 우리는 주식·아파트 값이 떨어질 때 팔지 못하는가 …
- 동아일보 [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
- 잡학서고 확증 편향 극복: 객관적 사고의 길
- 위키백과 확증 편향
- 인천일보 [발언대] 확증편향과 SNS, 그리고 어그로의 불편한 관계
- 브런치 05화 1-3. 창업자들 대부분이 갖고 있는 “확증 편향”
- 나무위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 포춘코리아 채용 담당자들 “전직 창업가는 별로”
- BE(ATTITUDE) 도시에 스며드는 제너러티브 아트
- 티스토리 장자 명언 19. “변화와 불확실성을 받아들임으로써 진정한 자유를 찾아라.”
- 브런치 흔들리지 않는 나를 위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