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 시사

트럼프는 왜 코카콜라에 설탕을 넣으라고 했을까?

phoue

4 min read --

콜라 한 병에 담긴 정치, 거대 기업의 딜레마, 그리고 미국 농업 정책의 민낯을 파헤칩니다.

  •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액상과당을 사용하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됩니다.
  • ‘뉴코크 사태’가 브랜드 경영에 남긴 교훈을 이해하게 됩니다.
  • 트럼프의 발언 뒤에 숨겨진 정치적 계산과 로비 전쟁의 실체를 파악합니다.

서막: 트럼프의 폭탄선언과 코카콜라의 딜레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 미디어 선언 하나가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코카콜라가 미국 내 판매품에 ‘진짜 사탕수수 설탕(REAL Cane Sugar)‘을 사용하기로 동의했다는 내용이었죠. 하루 다이어트 콜라 12캔을 마시는 그가 왜 갑자기 오리지널 콜라의 성분에 관심을 보인 걸까요?

코카콜라의 반응은 신중했습니다. 그들은 “대통령의 열정(enthusiasm)“에 감사하며, 기존 레시피 변경이 아닌 미국산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새로운 제품(a new offering)’ 출시로 응답했습니다. 트럼프가 선언한 ‘전면 교체’와 코카콜라가 발표한 ‘신제품 출시’. 이 미묘한 차이 속에 정치와 비즈니스의 거대한 게임이 숨어있습니다.

실패의 교훈: 1985년 ‘뉴코크’ 대참사

코카콜라가 왜 트럼프의 요구에 즉각 레시피를 바꾸지 않았는지 이해하려면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바로 역사상 최악의 마케팅 실패로 꼽히는 **‘뉴코크(New Coke) 사태’**입니다.

당시 펩시의 ‘펩시 챌린지’에 밀리던 코카콜라는 20만 명 대상의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맹신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달콤한 새 레시피를 명백히 선호했죠. 데이터에 근거해 99년 된 오리지널 레시피를 버리고 ‘뉴코크’를 출시했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데이터를 맹신했다가 역사상 최악의 마케팅 실패로 기록된 1985년의 ‘뉴코크’.
데이터를 맹신했다가 역사상 최악의 마케팅 실패로 기록된 1985년의 '뉴코크'.

소비자들의 반응은 맛에 대한 평가가 아닌, 분노와 배신감이었습니다.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앗아갔다”, “이건 미국적이지 않다!“는 항의가 빗발쳤죠. 이 사건은 저에게 브랜드의 본질이 제품이 아닌,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결국 77일 만에 ‘코카콜라 클래식’이 재출시되었고, 이 교훈은 코카콜라의 DNA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달콤한 교체의 진실: 설탕 vs 액상과당

왜 미국 코카콜라는 **액상과당(HFCS, High-Fructose Corn Syrup)**을, ‘멕시칸 콜라’는 사탕수수 설탕을 쓸까요? 이는 맛의 선택이 아닌, 미국 정부의 농업 정책이 낳은 경제적 결과입니다.

  1. ‘옥수수 왕(King Corn)’ 정책: 1970년대부터 미국 정부는 자국 옥수수 농가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값싼 옥수수가 과잉 생산되었고, 이를 소비하기 위해 액상과당이 개발되었습니다.
  2. ‘설탕 장벽(Sugar Wall)’ 정책: 동시에 수입 설탕에는 높은 관세와 쿼터를 부과해 자국 설탕 산업을 보호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설탕 가격은 국제 시세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옥수수(액상과당)의 손을, 관세 정책은 사탕수수(설탕)의 손을 들어주며 시장을 왜곡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옥수수\(액상과당\)의 손을, 관세 정책은 사탕수수\(설탕\)의 손을 들어주며 시장을 왜곡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비싼 설탕 대신 저렴한 액상과당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결국 코카콜라의 단맛은 미각이 아닌, 정부 정책이 시장을 왜곡한 결과물인 셈입니다.

트럼프의 각본: 3가지 숨은 의도

트럼프의 ‘설탕 콜라’ 발언은 단순한 건강 캠페인이 아닙니다. 그 뒤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3가지 정치적 각본이 있습니다.

Advertisement

각본 1: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포퓰리즘

트럼프는 이 캠페인을 통해 ‘진짜/전통 재료’ 대 ‘가공/인공 재료’ 라는 단순하고 강력한 대결 구도를 만들었습니다. 액상과당을 ‘화학 물질’로, 사탕수수 설탕을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 포장하며 대중의 불안감에 호소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양학적으로 액상과당과 설탕은 대사 과정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진짜 건강 문제는 첨가당의 종류가 아니라 ‘총 섭취량’ 입니다. 이는 MAHA 캠페인이 과학적 사실보다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치적 쇼임을 보여줍니다.

각본 2: 보이지 않는 전쟁, 옥수수 vs 설탕 로비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옥수수 제국(King Corn)‘과 ‘설탕 제국(Big Sugar)’ 이라는 거대 농업 로비 세력입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이들의 전쟁에서 누구 편에 설 것인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미국 농업 로비 양대산맥 비교

특징옥수수 로비 (King Corn)설탕 로비 (Big Sugar)
주요 주(州)아이오와, 네브래스카 등 중서부 ‘콘 벨트’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등 남부
핵심 정부 정책직접적인 연방 보조금수입 관세, 쿼터, 가격 지원
경제적 결과인위적으로 저렴한 액상과당(HFCS)인위적으로 비싼 설탕 (국제 시세의 약 2배)
정치 지형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공화당의 주요 자금 후원자 (플로리다 포함)

이 표에서 볼 수 있듯,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지지 기반인 ‘콘 벨트’를 자극하면서도, 주요 경합주이자 자금줄인 ‘설탕 로비’의 손을 들어주는 아슬아슬한 외교를 펼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캔은 이 거대한 로비 전쟁의 상징적인 볼모가 된 것입니다.

각본 3: ‘콜라 대통령’의 모순적 쇼맨십

가장 큰 아이러니는 트럼프 자신이 다이어트 콜라의 열렬한 팬이라는 점입니다. 그의 음료는 설탕이 아닌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으로 만듭니다. 백악관에 다이어트 콜라 호출 버튼까지 만들었던 그가 ‘진짜 설탕’을 외치는 모습은 잘 짜인 정치 연극임을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탕 콜라’를 외친 트럼프는 사실 다이어트 콜라의 열렬한 애호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설탕 콜라'를 외친 트럼프는 사실 다이어트 콜라의 열렬한 애호가입니다.

더욱이 코카콜라가 액상과당을 쓰는 근본 원인은 바로 트럼프 자신이 지지하는 높은 설탕 관세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기업을 압박하는 자기모순적 상황을 연출하며, ‘거래의 달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

‘설탕 콜라’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현대 미국 사회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줍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을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소비자의 감성은 데이터를 이긴다: 1985년 ‘뉴코크 사태’는 브랜드와 소비자의 정서적 유대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했습니다.
  2. 시장은 정책의 그림자다: 미국 코카콜라의 맛은 미각이 아닌, 수십 년간 이어진 옥수수 보조금과 설탕 관세 정책의 결과물입니다.
  3. 정치는 서사 싸움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과학적 사실이나 정책의 일관성보다, 대중을 사로잡는 강력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코카콜라는 이 위기를 영리하게 기회로 전환했습니다.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기존 사업 모델을 지키고, 프리미엄 가격의 신제품 라인을 확보했죠.

Advertisement

이제 콜라병을 볼 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음료가 아님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당신이 지금 마시는 것은 달콤한 탄산음료인가요, 아니면 이 거대한 정치 경제 드라마의 한 장면인가요?

참고자료
#코카콜라#트럼프#액상과당#미국농업정책#보호무역#뉴코크

Recommended for You

안전 마진: 워런 버핏은 알고 리먼은 몰랐던 부의 비밀

안전 마진: 워런 버핏은 알고 리먼은 몰랐던 부의 비밀

5 min read --
자율성 프리미엄: 돈으로 시간을 사는 법, 당신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자율성 프리미엄: 돈으로 시간을 사는 법, 당신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13 min read --
역인수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네이버-두나무 빅딜의 숨겨진 전략

역인수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네이버-두나무 빅딜의 숨겨진 전략

26 min read --

Advertisemen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