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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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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으로 가는 길,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여러분,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한다’는 소식, 많이 들어보셨죠? 마치 거대한 두 왕국이 하나의 제국을 만들려는 것처럼, 이 소식은 우리를 설레게도, 또 걱정스럽게도 합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등산객의 마음으로 한 걸음 물러서서 우리가 오를 산의 전체 모습을 조망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 등반을 시작하기 전에, **‘천재적 통찰 공식(Genius Insight Formula)’**이라는 특별한 나침반으로 이 산의 본질을 먼저 파악해볼까요? 이 나침반은 현상을 꿰뚫어 보는 네 가지 렌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대한 붉은 산맥, 넷플릭스에 맞선 두 등반가의 여정
거대한 붉은 산맥, 넷플릭스에 맞선 두 등반가의 여정

  • 관찰 (Observation):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 눈앞에는 붉은 ‘N’(넷플릭스)이라는 거대한 산맥이 한국 시장을 압도하고 있고, 티빙과 웨이브라는 두 등반가는 각자의 길에서 막대한 적자를 내며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둘의 영업손실을 합치면 2,000억 원에 육박합니다.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죠.
  • 연결 (Connection): 보이지 않는 실은? 흥미롭게도, 과거에 SK(웨이브)에 맞서기 위해 자신의 OTT(시즌)까지 티빙에 넘겨주며 손을 잡았던 등반가(CJ와 KT)가 이제는 서로 다른 길을 가려 하면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2022년, KT는 1,000억 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은 ‘시즌’을 티빙에 흡수시키며 3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어제의 동맹이 오늘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아이러니, 보이시나요?
  • 패턴 (Pattern): 반복되는 법칙은? 우리는 미디어라는 험준한 산에서 ‘몸집이 큰 등반가가 결국 모든 것을 차지한다(규모의 경제)’는 냉정한 규칙을 발견합니다. 콘텐츠는 많이 만들수록, 가입자는 많을수록 유리해지는 승자독식의 게임입니다. 넷플릭스는 2억 7천만 명의 글로벌 가입자를 기반으로 연간 20조 원 이상을 콘텐츠에 쏟아붓습니다.
  • 종합 (Synthesis): 그래서 본질은 무엇인가? 이 모든 조각을 맞춰보면, 이번 합병은 더 높은 정상을 향한 야심 찬 등반이 아니라, **‘붉은 산맥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연합 등반’**이라는 본질이 드러납니다.

자, 이제 이 나침반을 들고, 거인의 발자취를 따라 9부 능선까지의 여정을 함께 떠나보시죠.

1부: 거인의 지도: 세 개의 다른 시선으로 본 등반 루트

하나의 사건도 누가, 언제,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다차원적 분석(Multi-Dimensional Analysis)’**이라는 특별한 지도를 펼쳐, 이 합병이라는 거대한 산을 세 가지 다른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세 가지 렌즈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세 가지 렌즈

시간의 망원경: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풍경

망원경을 돌려 시간을 여행해볼까요?

  • 어제 (과거): 티빙과 웨이브는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던 경쟁자였습니다. 특히 KT는 2022년, 자사의 OTT ‘시즌’을 티빙에 통째로 넘기며 SK(웨이브)에 맞서는 굳건한 ‘반(反)SK 동맹’을 맺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가 아닌, 공동의 적에 맞선 혈맹에 가까웠습니다.
  • 오늘 (현재): 생존의 위협 앞에서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었습니다. CJ(티빙)가 SK(웨이브)의 손을 잡자, 버려졌다고 느낀 KT는 길목을 막아선 가장 큰 바위가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을 우려해 ‘요금 동결’과 ‘타사 OTT의 콘텐츠 공급 거절 금지’라는 족쇄를 채웠고, 합병은 앞으로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어려운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 내일 (미래): 안갯속 풍경은 세 갈래 길로 나뉩니다. 모두가 함께 웃으며 정상에 깃발을 꽂는 **‘K-OTT 챔피언’**의 길이 있을까요? 아니면 서로를 원망하며 안개 속으로 흩어져 각자 고사하는 **‘공멸’**의 길이 기다릴까요? 혹은, KT가 떠난 반쪽짜리 동맹으로 힘겹게 싸움을 이어가는 **‘가시밭길’**이 펼쳐질까요?

높이의 눈: 당신의 리모컨에서부터 국회 의사당까지

이번엔 고도를 바꿔볼까요?

  • 가장 낮은 곳 (미시적 관점): 이 문제는 당장 우리 손에 들린 리모컨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앱은 언제 합쳐지는 거야? UI는 편해질까? 내 구독료는 오르는 거 아냐?” 하는 사용자 경험(UX)의 혼란과 구독료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 중간 지대 (산업적 관점): CJ, SK, KT라는 거대 기업들의 체스판이 보입니다. CJ와 SK는 생존을 위한 연합이 절실하지만, KT에게 이 합병은 IPTV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콘텐츠 제작사(스튜디오지니)로서의 협상력 저하라는 실질적 위협입니다. 각자의 이익과 자존심이 얽힌 복잡한 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 가장 높은 곳 (거시적 관점): 이것이 단순한 기업 싸움이 아닌 ‘미디어 주권’이라는 깃발을 지키기 위한 **‘문화 전쟁’**의 일부임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지킬 방파제를 세울 것인가, 거대한 글로벌 자본의 파도에 모든 것을 내어줄 것인가의 국가적 문제인 셈입니다.

인과의 현미경: 모든 것은 붉은 ‘N’의 나비효과

마지막으로 현미경을 들여다보죠. 이 모든 혼란의 시작점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바로 한국 시장에 날아든 붉은 ‘N’이라는 나비 한 마리였습니다. 그 나비의 날갯짓은 K-콘텐츠를 세계로 실어 나르는 황홀한 바람이었지만, 동시에 국내 플랫폼들을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태풍이었습니다. 이 태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티빙과 웨이브는 손을 잡았고, 그 과정에서 KT와의 동맹에 균열이 생겼으며, 정부(공정위)는 ‘요금 동결’이라는 안전장치를 채우는 등, 모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하나의 거대한 연쇄 반응이었던 것입니다.

2부: 생각의 지도를 뒤집다: 숨겨진 길을 찾는 법

지금까지 우리는 주어진 지도를 보며 산의 험준함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을 땐, 때로는 지도를 뒤집어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문제 재정의(Problem Redefinition)’**와 **‘인사이트 증폭(Insight Amplification)’**이라는 도구로 우리의 생각 지도를 함께 뒤집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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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나타납니다.
관점을 바꾸면 보이지 않던 길이 나타납니다.

질문을 바꾸면, 답이 보입니다

우리는 계속 “어떻게 KT를 설득할까?”라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KT의 입장에서 지도를 뒤집어보면 질문이 바뀝니다.

“어떻게 하면 ‘배신자’가 된 CJ와 SK가 나(KT)에게 함께 가야만 하는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넷플릭스를 이길까?”라는 질문의 범위를 넓혀볼까요? 이것은 국내 시장의 가입자 수 싸움이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를 ‘K-콘텐츠의 중앙은행’으로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IP 금융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이 관점에서 보면,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영웅>의 IP를 넷플릭스에 넘겨준 것은, 은행이 고객의 소중한 금괴를 도둑맞은 것과 같은 뼈아픈 사건이었던 셈이죠.

“왜?”라는 질문으로 파고들기

“KT는 왜 반대할까?” 이 질문에 “왜?”를 다섯 번만 던져보면, 우리는 놀라운 진실에 도달합니다.

  1. 왜? → 합병 후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영향력이 줄어드니까.
  2. 왜? → CJ와 SK가 KT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3. 왜? → 그들도 각자 출혈이 심해 KT까지 챙길 여력이 없으니까.
  4. 왜? →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야 하니까.
  5. 왜? → 국내 시장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없으니까.

결국 그들의 반대는 단순한 감정 싸움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우리 시장의 작은 규모 때문에 벌어진, 모두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요. 만약 이 합병이 무산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요? 결국 모두가 피를 흘리다 쓰러지고, 승자 없는 싸움터에 붉은 ‘N’의 깃발만이 펄럭이는 모습을요. 즉, KT의 반대는 최선의 수가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이 보이지 않기에 선택한 ‘최악을 피하려는 몸부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길은 명확해집니다. 이 문제의 해답은 돈 몇 푼을 더 얹어주는 ‘지분 협상’이 아니라, 세 회사가 각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합쳐 새로운 지도를 그리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라는 거대한 그림에서 찾아야 합니다.

3부: 정상 등반을 위한 10가지 비상 도구

자, 이제 우리는 이 산의 본질을 이해했고, 새로운 길도 발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혁신적 솔루션(Innovative Solution)’**이라는 가방을 열어,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걸음을 도와줄 10가지 비상 도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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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착 상태를 돌파할 10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
교착 상태를 돌파할 10가지 혁신적인 아이디어

  1. KT를 위한 ‘황금 마차 (Golden Carriage)’ KT에게 단순한 합승 티켓이 아닌, 목적지까지 가장 편안하고 화려하게 갈 수 있는 황금 마차를 제공하는 겁니다. 통합 OTT의 핵심 콘텐츠를 KT의 IPTV(지니TV)에 일정 기간 독점 선공개하고, KT 자회사(스튜디오지니)가 만든 콘텐츠의 해외 유통 수익까지 보장해주는 파격적인 제안입니다.
  2. ‘K-콘텐츠 신탁 (K-Content Trust)’ 통장 우리가 매달 내는 구독료의 일부가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직접 투자되는 상상, 해보셨나요? 성공하면 수익까지 돌려받는,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K-콘텐츠의 주주’가 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제작비 부담을 덜어줍니다.
  3. ‘K-컬처 데이터 댐 (K-Culture Data Dam)’ CJ(엔터), SK(통신), KT(통신)가 가진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모두 모아 거대한 댐을 짓는 겁니다. 이 댐은 “어떤 배우와 감독이 만나면 대박이 날까?”를 예측하고,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등, 감이 아닌 데이터로 콘텐츠를 만드는 K-콘텐츠의 심장이 될 겁니다.
  4. ‘장르 유니버스 (Genre Universe)’ 확장팩 <약한영웅>의 세계관이 드라마에서 끝나지 않고 웹툰, 게임, 굿즈로 무한히 확장되는 것처럼,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팬들이 계속해서 머물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세계를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IP의 생명력을 극대화합니다.
  5. ‘AI 컨시어지 (AI Concierge)’ 서비스 두 개의 앱이 하나로 합쳐지기 전까지, 똑똑한 AI 집사가 “티빙의 예능으로 신나게 웃으셨으니, 웨이브의 명작 영화로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건 어떠세요?”라며 양쪽을 넘나드는 완벽한 콘텐츠 코스를 짜주는 겁니다. 기술적 통합 전까지 사용자 이탈을 막는 징검다리 역할을 합니다.
  6. 글로벌 팬덤 시티 ‘코코와 유니버스 (KOKOWA Universe)’ 웨이브의 미주 지역 서비스인 ‘코코와’를 중심으로, 전 세계 팬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 드라마 촬영지를 여행하고, 배우의 아바타와 소통하는 K-컬처의 메타버스 수도를 건설하는 꿈입니다. 이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자 글로벌 팬덤의 놀이터가 됩니다.
  7. 광고 기반 무료 채널 ‘채널 C·S·K (Channel C·S·K)’ 구독료가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해, 광고를 보면 CJ, SK, 지상파의 명작들을 24시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을 여는 겁니다. 이는 새로운 시청자 층을 유입시키고 추가 광고 수익을 창출합니다.
  8. ‘IP 유통 허브 (IP Distribution Hub)’ 우리가 직접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허브가 되어 국내의 좋은 IP들을 발굴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에 판매를 대행해주고 함께 성장하는,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역발상입니다. ‘적’을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이죠.
  9. ‘K-미디어 연합 (K-Media Alliance)’ 멤버십 통신, 쇼핑, 영화, 방송… CJ, SK, KT, 지상파까지, 대한민국 대표 미디어 기업들이 모두 뭉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역대급 혜택(통신비 할인, 쇼핑 포인트, 영화 할인권 등)을 제공하는 통합 멤버십의 탄생입니다.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10. ‘국민 오리지널 (People’s Original)’ 프로젝트 대국민 공모를 통해 우리의 이웃이 쓴 이야기가 수백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로 탄생하는, 시청자가 주인이 되는 콘텐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에필로그: 거인의 어깨 위에서 바라볼 미래

우리는 긴 등반 끝에 마침내 9부 능선에 섰습니다. 정상은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이 거대한 여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때로는 경쟁보다 협력이,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비전이, 복잡한 계산보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지혜가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이 거인이 무사히 정상에 올라서게 될까요? 그가 정상에서 보게 될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 답은 이제 CJ, SK, 그리고 KT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응원 또한, 거인의 마지막 발걸음에 힘을 보태줄 것입니다. 이 장대한 드라마의 마지막 장을 함께 지켜봐 주시죠.

#티빙#웨이브#합병#OTT#넷플릭스#KT#CJ#SK#K콘텐츠#미디어전쟁#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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