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혹시 오늘 하루, 몇 개의 앱을 켜셨나요? 쿠팡이츠로 커피를 주문하고, 유튜브 숏츠를 넘기며 출근하고, 인스타그램 릴스로 친구들의 소식을 확인하는 일.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우리 일상이죠.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연극과 같다는 사실, 생각해 보셨나요? 오늘은 책 『리얼리티 쇼크』를 길잡이 삼아, 현재 우리 삶을 지배하는 이 거대한 흐름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지, 그 마지막 장을 함께 넘겨보려 합니다.
첫 번째 무대: 소유 없이 지배하는 ‘플랫폼 경제’
이야기의 시작은 **‘플랫폼 경제’**입니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만들려면 거대한 공장이, 손님을 태우려면 택시 회사가 필요했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세계 최대의 운송업체 **우버(Uber)**는 자동차를 단 한 대도 소유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숙박업체 **에어비앤비(Airbnb)**는 집을 단 한 채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플랫폼의 마법입니다. 이들은 자동차나 집 같은 ‘상품’ 대신, 운전사와 승객,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하는 ‘장터’ 즉,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에서 수수료를 받으며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죠.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 한 편의 영상도 직접 만들지 않지만, 전 세계 크리에이터들이 영상을 올릴 무대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의 시간을 광고주에게 팔아 돈을 법니다. 이처럼 플랫폼은 무언가를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새로운 권력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 무대: ‘구독’과 ‘후원’으로 거래되는 ‘감정 경제’
플랫폼이라는 화려한 무대가 마련되자, 새로운 상품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우리의 **‘감정’**입니다. 과거 연예인이 먼발치에서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지금의 인플루언서들은 구독자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 친밀감을 판매합니다.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뒷광고’ 논란을 떠올려볼까요? 유명 유튜버들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며 소개한 제품이 사실은 광고였다는 사실에 많은 구독자들이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이는 우리가 그들의 제품 리뷰를 본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여준 ‘진솔함’과 ‘신뢰’라는 감정을 소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게임 스트리머에게 보내는 **트위치의 ‘도네이션’**이나, 팬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에서 아이돌과 나누는 1:1 유료 메시지는 이제 슬픔, 기쁨, 위로와 같은 감정이 어떻게 직접적인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우리는 그들의 감정 노동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셈입니다.
세 번째 무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데이터 스트림’
자, 그럼 플랫폼은 어떻게 우리의 감정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돈으로 바꾸는 걸까요? 그 비밀은 바로 ‘실시간 데이터 스트림’, 즉 알고리즘에 있습니다. 우리가 플랫폼에 머무는 모든 순간의 행동이 데이터가 되어 거대한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가 됩니다.
틱톡(TikTok)의 ‘추천’ 피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러분이 강아지 영상을 3초 더 길게 보고, 특정 댄스 챌린지 영상을 끝까지 시청했다면 틱톡의 알고리즘은 즉시 이를 학습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여러분의 피드를 귀여운 강아지 영상과 새로운 댄스 챌린지로 가득 채우죠. 인스타그램의 ‘탐색’ 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캠핑 용품을 검색했다면, 어느새 내 피드는 캠핑장 추천, 아웃도어 의류 광고, 캠핑 유튜버의 릴스로 도배됩니다. 이처럼 플랫폼은 우리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우리 자신보다 더 빨리 알아채고, 그 욕망을 자극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쉴 새 없이 눈앞에 들이밉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정교하게 설계된 데이터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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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무대: 현실을 압도하는 ‘가상 경제’
플랫폼, 감정, 데이터가 한데 뒤섞여 마침내 도달한 곳은 바로 **‘가상 경제’**입니다. 이제 디지털 세상은 단순히 현실을 흉내 내는 공간을 넘어, 그 자체로 거대한 경제 시스템을 갖춘 또 하나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 일어난 일이 대표적입니다.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는 로블록스에서 ‘구찌 가든’이라는 가상 전시를 열고, 아바타가 착용할 수 있는 한정판 디지털 ‘디오니소스 백’을 판매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디지털 가방은 경매를 통해 약 4,115달러(약 470만 원)에 팔렸습니다. 실제 가방의 정가보다도 비싼 가격이었죠. 또한, 네이버의 **제페토(ZEPETO)**에서는 사용자들이 직접 아바타 의상을 디자인해 판매하고, 이를 통해 얻은 가상화폐 ‘젬(Zem)‘을 현금으로 환전하여 월 수백만 원의 수익을 올리는 ‘아이템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상 세계에서의 명품 소유욕, 창작 활동이 현실의 경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마지막 무대: 우리가 마주할 미래 사회
그렇다면 이 거대한 흐름은 우리의 미래를 어디로 이끌고 갈까요? 몇 가지 변화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일’과 ‘놀이’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질 것입니다. ‘엑시 인피니티’ 같은 P2E(Play to Earn) 게임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이 이미 등장했듯, 미래의 직업은 가상 세계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나만의 아바타를 매력적으로 꾸며 영향력을 파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개념을 뒤흔들고, 모든 개인이 자신의 시간과 감정, 데이터를 자본 삼아 경쟁하는 ‘1인 기업가’의 시대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둘째,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 중 무엇이 진짜 정체성인지 혼란스러운 시대가 올 것입니다. 제페토나 로블록스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나의 아바타는 현실의 초라한 나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현실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 가상 세계에서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디지털 정체성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불평등이 나타날 것입니다. 과거가 토지나 자본을 소유한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었다면, 미래는 플랫폼과 데이터를 소유한 소수의 ‘빅테크’ 기업, 그리고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메가 인플루언서’가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의 흐름 속에서 불안정한 디지털 노동을 제공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전환의 입구에 서 있습니다. 플랫폼이 열어준 신세계는 무한한 기회와 편리함을 약속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감정과 데이터, 정체성까지 상품화하며 새로운 통제와 불평등을 낳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하고 만들어가야 할까요? 그 답은 기술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