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 시사

한 사용자의 두 AI 비서

phoue

4 min read --

보이지 않는 장벽의 시대

옛날의 전쟁이 커다란 미사일과 높은 철조망으로 세상을 갈라 놓았다면, 오늘날의 전쟁은 우리 손안의 스마트폰과 모니터 뒤편에서 조용히 일어나고 있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반도체 회로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새로운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것이죠.

데이터 흐름과 반도체 회로가 얽혀있는 지구 위로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희미하게 비치는 이미지
데이터 흐름과 반도체 회로가 얽혀있는 지구 위로 미국과 중국의 국기가 희미하게 비치는 이미지

현대 기술은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선물하는 멋진 ‘도구(Tools)’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나누고 힘을 겨루는 날카로운 ‘무기(Weapons)’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상존하는 이 거대하고 조용한 변화의 한가운데로, 2025년 서울에서 국제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기획자 ‘민준’ 씨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들어가 볼까요?

1부: 모든 이야기의 시작, AI의 심장

민준 씨의 프로젝트가 책상 위에서 시작되기 훨씬 전, 무대 뒤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전쟁이 한창이었어요. 바로 민준 씨가 사용하게 될 두 AI의 ‘심장’, 즉 반도체를 둘러싼 싸움이죠.

미국은 엔비디아(NVIDIA)라는 회사가 만드는 최첨단 AI 반도체가 중국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길을 막아섰습니다.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핵심 ‘식량’의 공급을 끊어, 중국 AI의 성장을 늦추려는 생각이었죠. 반대로 중국은 제한된 자원으로 어떻게든 최고의 성능을 내려는 필사적인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 치열한 하드웨어 전쟁의 결과가, 지금부터 민준 씨가 경험할 두 AI의 서로 다른 성격과 능력을 만들어냈답니다.

AI 반도체 칩들을 클로즈업한 이미지
AI 반도체 칩들을 클로즈업한 이미지

2부: 한 명의 사용자, 두 개의 세상

민준 씨에게 주어진 임무는 서울에서 열릴 국제 바이오테크 컨퍼런스를 성공적으로 열어야 하는 것이었어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그녀는 아주 특별한 두 명의 AI 비서를 고용하기로 합니다. 하나는 미국의 최신 AI 모델 ‘아스트라(Astra)’, 다른 하나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의 AI ‘원씬(文心) 4.0’이었죠.

#장면 1: 영감이 필요한 순간, 파트너 ‘아스트라’

기획의 첫 단계, 하얀 백지 앞에서 막막함이 밀려올 때였어요. 민준 씨는 조용히 아스트라를 불렀습니다.

“아스트라, ‘생명의 연결’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 컨셉 초안 좀 만들어 줄래? 아주 새롭고, 사람들 마음에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어. 홍보 영상 시나리오랑 무대 디자인 시안도 같이 부탁해.”

Advertisement

몇 초나 지났을까요? 민준 씨의 화면에 놀라운 결과물이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스트라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한 게 아니었어요. ‘어머니의 강에서 시작된 생명의 여정’이라는 하나의 감성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죠.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편의 시 같은 영상 시나리오,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모습을 닮은 역동적인 무대 디자인, 심지어 배경 음악으로 쓰일 법한 몽환적인 멜로디 샘플까지 순식간에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와… 이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인데.”

아스트라는 민준 씨에게 **‘영감을 주는 창의적인 파트너’**였습니다. 사람의 아이디어를 날개 삼아 현실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게 만드는 강력한 ‘창조의 도구’였죠.

고래가 유영하는 형상의 무대 디자인 시안과 감성적인 문구들이 어우러진 컨셉 보드 이미지
고래가 유영하는 형상의 무대 디자인 시안과 감성적인 문구들이 어우러진 컨셉 보드 이미지

#장면 2: 현실의 벽에 부딪힌 순간, 해결사 ‘원씬 4.0’

환상적인 컨셉은 완성되었지만, 이제 복잡한 현실의 시간입니다. 중국 상하이 지사의 연구원 20명을 서울로 무사히 초청해야 했죠. 비행기 표, 호텔, 비자 문제, 현지 교통편까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오는 순간, 민준 씨는 곧바로 원씬 4.0으로 전환했습니다.

“원씬, 상하이 지사 연구원 20명, 컨퍼런스 일정에 맞춰서 서울 왕복 항공편이랑 호텔 예약해 줘. 회사 규정 안에서 처리하고, 비자 발급 필요한 사람들은 제일 빠른 날짜로 영사관 예약까지 한 번에 부탁해.”

원씬의 답변은 짧고 간결했습니다. “처리 중입니다.” 그리고 불과 2~3분 뒤, 민준 씨의 화면에는 모든 것이 해결된 결과 보고서가 나타났습니다. 20명의 비행기 좌석과 KTX 좌석, 호텔 방이 모두 예약되었고, 5명의 비자 인터뷰 일정까지 잡혀 있었죠. 심지어 과거 출장 기록을 분석해 개인이 선호하는 좌석(창가 혹은 복도)까지 반영했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저녁 식당 목록까지 추천되어 있었습니다.

원씬은 **‘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집행관’**이었습니다. 도시의 모든 시스템과 연결되어, 아주 사소한 오차도 없이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 막강한 ‘효율성의 도구’였죠.

항공편, 호텔, 예약 시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대시보드 화면
항공편, 호텔, 예약 시간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대시보드 화면

우리의 선택이 될 미래

민준 씨는 두 AI와의 협업 덕분에 컨퍼런스 준비를 순조롭게 마치며 문득 생각에 잠겼습니다. 아스트라가 없었다면 이런 창의적인 기획은 시작도 못 했을 테고, 원씬이 없었다면 이 모든 실행은 끔찍한 악몽이 되었을 겁니다.

Advertisement

그녀의 경험은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두 갈래로 나뉜 AI 세계’**의 작은 축소판일지도 모릅니다.

  • 미국 중심의 AI는 개인의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한껏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우리에게 놀라운 영감을 주는 친구가 되어줄 거예요.
  • 중국 중심의 AI는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믿을 수 없을 만큼 편하게 만들어주는 해결사가 되겠죠.

이것은 단순히 기술의 차이를 넘어,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철학의 차이입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 전체의 안정과 효율을 먼저 챙길 것인가. 이 조용한 신냉전의 끝에서, 우리는 민준 씨처럼 두 세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강력한 AI는 우리 모두를 위한 최고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한 가치와 시스템을 강요하는 보이지 않는 ‘무기’가 될 수도 있죠.

여러분은 미래에 어떤 AI 비서와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그 선택이 바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모습을 결정하게 될 겁니다.

한 사람이 갈림길에 서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미래 도시\(한쪽은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다른 쪽은 질서정연하고 효율적인\)를 바라보는 이미지
한 사람이 갈림길에 서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두 미래 도시\\(한쪽은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다른 쪽은 질서정연하고 효율적인\\)를 바라보는 이미지

#신냉전#미중갈등#AI체험기#생성형AI#기술패권#OpenAI#바이두

Recommended for You

안전 마진: 워런 버핏은 알고 리먼은 몰랐던 부의 비밀

안전 마진: 워런 버핏은 알고 리먼은 몰랐던 부의 비밀

5 min read --
자율성 프리미엄: 돈으로 시간을 사는 법, 당신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자율성 프리미엄: 돈으로 시간을 사는 법, 당신도 진짜 부자가 될 수 있다

13 min read --
역인수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네이버-두나무 빅딜의 숨겨진 전략

역인수에서 스테이블코인까지: 네이버-두나무 빅딜의 숨겨진 전략

26 min read --

Advertisement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