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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상용화, 한 줌의 가루가 연 거대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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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in read --

핵융합 상용화의 오랜 난제를 해결한 한미 공동 연구의 쾌거

  • 왜 핵융합 에너지가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지 이해합니다.
  • 핵융합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텅스텐 불순물’ 문제의 핵심을 파악합니다.
  • 한미 공동 연구팀이 개발한 혁신적인 실시간 제어 기술의 원리와 중요성을 알아봅니다.

인공태양의 위대한 약속

인류는 불, 증기, 원자력에 이어 에너지 혁신의 정점에서 궁극의 불꽃, 바로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로, 가벼운 원자들이 합쳐지며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입니다.

이 에너지가 ‘꿈’이라 불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없고, 주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무한하게 얻을 수 있는, 사실상 무한하고 깨끗한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구에서 태양의 환경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연료 가스를 태양 중심보다 뜨거운 섭씨 1억 도 이상으로 가열해 ‘플라스마(plasma)’ 상태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플라스마란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제4의 물질 상태를 말합니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제4의 물질 상태로, 번개나 오로라가 바로 이 플라스마 현상입니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제4의 물질 상태로, 번개나 오로라가 바로 이 플라스마 현상입니다.

거대한 감옥, 토카막과 텅스텐의 역설

1억 도가 넘는 이 불덩어리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요? 이 난제를 풀기 위해 탄생한 기계가 바로 도넛 모양의 **‘토카막(Tokamak)’**입니다. 토카막은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뜨거운 플라스마를 공중에 띄워 가두는 일종의 ‘자기 감옥’입니다. 대한민국의 **‘KSTAR’**는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토카막입니다.

대한민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KSTAR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 KSTAR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연구의 핵심은 단순히 1억 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얼마나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있습니다. 바로 이 ‘지속적인 운전’을 위해 과학자들은 녹는점이 가장 높은 금속 중 하나인 **‘텅스텐(Tungsten)’**으로 토카막의 내벽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방패는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었습니다. 고에너지 플라스마 입자들이 텅스텐 벽에 부딪히며 미세한 텅스텐 원자들을 깎아내고, 이 원자들이 플라스마에 섞여 ‘불순물’이 되는 것이죠. 텅스텐은 무거운 원소라 플라스마의 열을 빛의 형태로 방출해 온도를 급격히 식혀버립니다. 이 현상을 **‘복사 냉각(radiative cooling)’**이라고 합니다.

플라스마 속 텅스텐 농도가 0.003%만 되어도 핵융합 효율이 급감하며, 심하면 반응이 멈춰버릴 수 있습니다. 텅스텐 불순물 문제는 핵융합 발전의 성패를 가르는 생존의 문제였던 셈입니다.

기존 해법의 한계: ‘붕소화’라는 족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 년간 **‘붕소화(boronization)’**라는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토카막 내부를 얇은 붕소 막으로 코팅해 텅스텐 벽을 보호하는 일종의 예방접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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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통적인 붕소화는 핵융합 실험을 완전히 멈추고, 장치를 식힌 뒤, 독성 가스를 주입해 하룻밤 내내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코팅은 영구적이지 않아 이 과정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했죠. 이는 상업 발전소에 치명적인 ‘가동 중단 시간’을 의미했습니다. 핵융합의 산업화를 위해선 새로운 해법이 절실했습니다.

혁신적 돌파구: 인공태양을 위한 ‘소금통’

이 오래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핵융합 연구의 두 거목,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과 **미국 프린스턴 플라스마 물리 연구소(PPPL)**가 손을 잡았습니다.

한미 공동 연구팀의 해법은 놀랍도록 단순하고 우아했습니다.

“기계를 멈추는 대신, 가동 중에 필요한 가루를 살짝 뿌려주면 어떨까?”

연구팀은 PPPL이 개발한 **‘불순물 분말 주입기(impurity powder dropper)’**를 KSTAR에 장착했습니다. 이 장치는 마치 정교한 ‘소금통’처럼, 아주 미세한 붕소 가루를 1억 도의 플라스마 가장자리로 실시간으로 뿌려줍니다. 붕소 가루는 즉시 기화되어 내벽에 새로운 보호막을 실시간으로 형성합니다.

건설 중인 거대 국제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중인 거대 국제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이 기술 덕분에 운전자는 핵융합 반응을 멈추지 않고도 내벽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기술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문제를 해결한 것을 넘어 핵융합로 운영 패러다임을 ‘정적인 수리’에서 **‘동적인 관리’**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기술이 플라스마의 열을 가두는 성능을 높이고, 내벽에 손상을 줄 수 있는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까지 완화하는, 예상치 못한 보너스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비교/대안

전통적 붕소화 vs 실시간 분말 주입 기술

특징전통적 글로우 방전 붕소화실시간 붕소 분말 주입 (신기술)
방법정지된 저온의 장치에
다이보레인 가스 주입가동 중인 고온의 플라스마에
붕소 분말 주입
운전 영향핵융합 운전 완전 중단 필요
(긴 비가동 시간)플라스마 운전 중 수행
(비가동 시간 없음)
제어 수준주기적, 일괄적인 ‘배치’ 공정능동적, 실시간 제어 가능
안전성독성/폭발성 가스 사용상대적으로 안전한 고체 분말 사용
부가 효과벽 컨디셔닝 기능만 수행벽 컨디셔닝 + ELM 완화 등
플라스마 성능 향상
미래 확장성연속 운전 상업 발전소에 부적합정상상태 핵융합로의
핵심 구현 기술

결론

이번 한미 공동 연구 성과는 핵융합 에너지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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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제 해결: 텅스텐 내벽에서 발생하는 불순물 문제를 운전 중단 없이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 패러다임 전환: 핵융합로 유지보수 방식을 ‘주기적 수리’에서 ‘능동적 실시간 관리’로 바꾸어 상용화의 길을 열었습니다.
    3. 미래 가치: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인공지능(AI) 제어 시스템과 결합하여 미래 ‘지능형 원자로’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한 줌의 붕소 가루가 일으킨 이 작은 불꽃은 핵융합이라는 거대한 빛으로 세상을 밝힐 희망의 서곡이 될 것입니다. 이 놀라운 여정에 여러분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자료
  • 한미 공동연구로 ‘핵융합 숙제’ 플라스마 안정적 제어기술 확보 링크
  • 韓·美 연구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난제 해결” 링크
  • ‘텅스텐 장벽’ 뚫었다···韓·美, 핵융합 안정성 실시간 제어 첫 구현 링크
  • “한국 인공태양 기술 대단!” 전 세계가 핵융합 에너지에 뛰어드는 ‘진짜 이유’ | 브라보 K-사이언티스트 링크
  • Boronization system takes shape as ITER prepares for a tungsten wall 링크
  • Elemental research: Scientists apply boron to tungsten components in fusion facilities 링크
  • PPPL teams with South Korea on the forerunner of a commercial fusion power station 링크
#핵융합#인공태양#kstar#텅스텐#플라스마#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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