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한 트윗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의 ‘치킨 샌드위치 전쟁’
때는 2019년 8월, 미국 남부의 맛을 자랑하는 패스트푸드 체인 **파파이스(Popeyes)**가 야심 차게 신메뉴를 내놓습니다. 바로 두툼한 브리오슈 번 사이에 통닭가슴살 패티와 피클, 소스를 넣은 심플하지만 강력한 ‘치킨 샌드위치’였죠.
모든 전쟁의 서막: 칙필레의 참전
사실 미국의 치킨 샌드위치 시장에는 오랜 강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칙필레(Chick-fil-A)**였죠. 1964년부터 오리지널 치킨 샌드위치를 팔아온 그들은 “원조는 우리"라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파파이스의 신메뉴가 슬슬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칙필레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깁니다.
“Bun + Chicken + Pickles = all the ❤️ for the original.” (빵 + 치킨 + 피클 = 원조를 향한 모든 사랑)
이는 자신들이 원조임을 선포하는, 파파이스를 향한 견제구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y’all good?” 단 두 단어로 시작된 반격
수많은 트위터 유저들이 칙필레의 트윗에 파파이스를 태그하며 다음 수를 궁금해하던 그때, 파파이스는 단 두 단어로 응수합니다.
“…y’all good?” (…님들 괜찮음?)
이 짧고 시크한 답변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쿨하고 자신감 넘치는 파파이스의 태도에 인터넷은 열광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두 브랜드의 샌드위치를 비교하며 어느 쪽이 더 맛있는지 갑론을박을 벌였고, 이는 곧 전례 없는 ‘치킨 샌드위치 전쟁(Chicken Sandwich Wars)‘으로 번졌습니다.
전쟁의 결과: 승자와 새로운 시대의 개막
결과는 파파이스의 압승이었습니다. 매장 앞에는 샌드위치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출시 2주 만에 재고가 모두 소진되는 기염을 토했죠.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맥도날드, KFC, 버거킹 등 다른 모든 패스트푸드 브랜드가 앞다투어 치킨 샌드위치 메뉴를 강화하거나 새로 출시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9년의 여름, 파파이스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미국의 패스트푸드 시장 전체를 뒤흔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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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는 나의 것, 조용하지만 치열한 한국의 ‘치킨 버거 열전’
미국에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쟁이 펼쳐지는 동안, 한국의 치킨 버거 시장은 어떤 역사를 거쳐왔을까요? 한국의 이야기는 화려한 전쟁보다는, 각자의 영역을 굳건히 지키며 때를 기다리는 무림 고수들의 이야기와 닮았습니다.
춘추전국시대의 개막: 선구자들의 등장
한국 패스트푸드 시장에 치킨 버거의 씨앗을 뿌린 선구자들이 있었습니다.
- 롯데리아 (1993년): 한국 토종 브랜드 롯데리아는 1993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치킨버거’를 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닭가슴살을 이용한 건강 컨셉으로 접근했죠.
- KFC (1996년): ‘치킨’하면 빼놓을 수 없는 KFC는 1996년, 전설의 시작인 ‘징거버거’를 한국에 선보입니다. 두툼한 통가슴살 패티와 매콤한 맛은 순식간에 많은 팬을 만들며 치킨 버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절대강자의 등극: 맘스터치 ‘싸이버거’의 시대
오랜 기간 징거버거가 굳건히 지키던 치킨 버거 왕좌에 도전장을 내민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맘스터치(Mom’s Touch)**였습니다. 2005년에 출시된 ‘싸이버거’는 기존의 닭가슴살 패티 대신,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닭다리살(Thigh) 패티를 사용하며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입찢버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와 가성비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고, 맘스터치는 명실상부한 치킨 버거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끝나지 않은 경쟁: 새로운 도전자들
미국의 ‘치킨 샌드위치 전쟁’ 이후, 한국 시장도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 파파이스의 귀환: 2022년, 미국 전쟁의 주인공 파파이스가 바로 그 ‘치킨 샌드위치’를 들고 한국 시장에 화려하게 복귀했습니다.
- 기존 강자들의 반격: 버거킹, 맥도날드 등 전통의 강자들도 프리미엄 치킨 버거 신메뉴를 연이어 출시하며 싸이버거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새로운 얼굴들: 다양한 수제버거 브랜드와 치킨 전문 브랜드까지 자신들만의 개성을 담은 치킨 버거를 선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죠.
미국처럼 하루아침에 판도가 뒤바뀌는 극적인 전쟁은 아니었지만, 한국의 치킨 버거 시장은 각자의 비기를 가진 고수들이 오랜 시간 내공을 쌓으며 조용하지만 더욱 치열하게 다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두 나라의 ‘치킨 대첩’, 여러분은 어떤 버거에 한 표를 던지시겠어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