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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으로 본 시장의 두 얼굴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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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적 시장 가설의 합리성과 야성적 충동의 비합리성, 무엇이 시장을 움직일까?

  • **효율적 시장 가설(EMH)**의 세 가지 형태와 그 한계를 이해합니다.
  • 행동경제학의 핵심 개념인 ‘야성적 충동’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합니다.
  •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 위기를 통해 두 이론이 현실에서 어떻게 격돌하는지 확인합니다.

시장을 보는 두 가지 시선: 합리적인가, 감정적인가?

현대 금융 시장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두 가지 큰 이론의 대립으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모든 정보가 즉각 가격에 반영된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비합리적 심리가 시장을 움직인다고 보는 행동경제학의 ‘야성적 충동’입니다.

이 글에서는 두 이론을 비교하며, 왜 시장이 때로는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지, 그리고 우리는 이 변덕스러운 시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제1부: 이상적인 시장의 청사진, 효율적 시장 가설(EMH)

효율적 시장 가설은 시장 참여자들이 매우 합리적이어서, 모든 공개된 정보는 즉시 자산 가격에 반영된다고 가정합니다. 따라서 과거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적 분석이나 기업의 재무 상태를 분석하는 기본적 분석으로 꾸준히 시장 평균을 넘는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죠.

이 가설은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수준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 약형(Weak-Form): 과거의 주가나 거래량 정보는 이미 현재 가격에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다.
  • 준강형(Semi-Strong Form): 과거 데이터를 포함해 모든 ‘공개된’ 정보(뉴스, 기업 실적 등)가 가격에 반영됩니다.
  • 강형(Strong-Form): 공개 정보는 물론, 내부자만 아는 ‘비공개’ 정보까지도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는 가장 강력한 형태입니다.

표 1: 효율적 시장 가설의 세 가지 형태

구분가격 반영 정보기술적 분석기본적 분석내부자 정보
약형과거 시장 데이터초과 수익 불가초과 수익 가능가능
준강형모든 공개 정보초과 수익 불가초과 수익 불가가능
강형모든 공개/비공개 정보초과 수익 불가초과 수익 불가불가

하지만 ‘1월 효과’처럼 특정 시기에 주가가 오르는 **시장 이상 현상(market anomalies)**이나, 모든 사람이 시장이 효율적이라 믿으면 아무도 정보를 분석하지 않아 시장이 비효율적으로 변하는 ‘효율성의 역설’은 이 가설의 분명한 한계를 보여줍니다.


제2부: 행동경제학의 반격, ‘야성적 충동’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특히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언급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은 미래가 불확실할 때, 인간의 결정이 냉정한 계산이 아닌 직감이나 낙관론 같은 감정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개념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
존 메이너드 케인스. 그는 경제가 수학적 계산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보았다.

경제학자 애커로프와 실러는 이 충동을 5가지 구체적인 요소로 설명했습니다.

표 2: 시장을 움직이는 5가지 야성적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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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핵심 심리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신감피드백 고리자산 가격 거품 형성 및 붕괴
공정성사회적 규범임금 경직성, 소비 패턴 변화
부패/악의신뢰 붕괴금융 사기, 시스템 위기 초래
화폐 착각인지 편향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는 명목 가치 집착
이야기/서사아이디어 전염특정 산업에 대한 투기적 광풍

예를 들어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강력한 이야기는 투자자들의 자신감을 부풀리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오른 주가는 다시 자신감을 키우는 ‘피드백 고리’를 만들며 거품을 형성하는 것이죠.


제3부: 이론의 충돌, 닷컴 버블과 금융 위기

이 두 이론의 차이는 실제 역사적 사건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닷컴 버블 (1996-2001)

“인터넷이 미래다"라는 강력한 이야기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서사에 대한 자신감과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공포(FOMO)에 휩쓸려 비이성적인 가격에 투자했습니다. 이는 효율적 시장 가설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야성적 충동의 사례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미국 주택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팽배했습니다. 이 믿음은 약탈적 대출과 같은 부패와 악의를 눈감아주게 했고, 사람들은 저금리 속에서 부채의 위험을 잊는 화폐 착각에 빠졌습니다. 결국 주택 시장 신화라는 서사가 무너지자, 자신감은 공포로 바뀌며 전 세계적인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금융 위기는 잘못된 믿음과 탐욕이 만든 시스템 붕괴였다.


합리적 시장 vs 감정적 시장: 핵심 비교

관점효율적 시장 가설 (EMH)행동경제학 (야성적 충동)
인간관합리적이고 이기적인 호모 에코노미쿠스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편향에 빠지기 쉬움
정보 처리신속하고 편향 없이 모든 정보를 처리심리적 편향(휴리스틱)과 감정에 의존
가격 형성정보가 완벽하게 반영된 ‘편향 없는’ 결과자신감, 공포, 탐욕 등 심리가 반영된 결과
시장 예측예측 불가능 (랜덤워크)특정 조건 하에서 집단 심리에 의해 예측 가능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행동경제학 체크리스트

제가 오랫동안 시장을 관찰하며 느낀 점은, 시장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생태계와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변덕스러운 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1. 나의 편향을 인정하세요. “나는 합리적이야"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손실을 더 아파하는 ‘손실 회피 성향’이나 최근 정보에 더 큰 가중치를 두는 ‘최신 편향’이 내게도 있는지 점검해 보세요.
  2. 지배적인 ‘이야기’를 의심하세요. 시장을 휩쓰는 매력적인 서사가 있다면 한 걸음 물러나 보세요. 그 이야기가 현실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군중심리가 만든 환상인지 비판적으로 질문해야 합니다.
  3. ‘안전 마진’을 확보하세요. 벤저민 그레이엄이 강조했듯,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것은 시장의 비합리적인 변동성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최고의 보호막입니다.
  4. 장기적인 원칙을 지키세요. 단기적인 시장의 소음과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세운 장기적인 투자 원칙과 철학을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시장의 움직임을 주로 무엇으로 설명하시나요? 합리적인 계산인가요, 아니면 인간의 광기인가요?


결론: 시장을 이해하는 통합적 관점

시장의 본질을 두고 벌어진 효율적 시장 가설행동경제학의 논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EMH는 기준점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시장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유용한 ‘기준 모델’을 제공합니다.
  • 야성적 충동은 현실이다: 자신감, 공포, 이야기와 같은 심리적 요인은 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설명하는 핵심 동인입니다.
  • 시장은 복잡적응계다: 시장은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공존하는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때로는 차갑게 계산하지만, 때로는 뜨거운 감정에 휩쓸립니다.

결국 시장은 인간이 만든 제도이며, 인간의 모든 불완전함을 담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는 정교한 수학 공식을 넘어, 인간 심리의 깊은 곳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됩니다.

참고자료
#행동경제학#효율적시장가설#야성적충동#투자심리#금융위기#시장이상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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