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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자산 시장 거품, 로버트 실러에게 답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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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의 시대,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2025년, 인공지능(AI) 혁명을 등에 업은 미국 증시는 끝없이 오를 것처럼 보입니다. 자산 시장 거품 논란이 뜨거운 지금, 이 현상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비이성적 과열’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닷컴 버블과 주택 시장 붕괴를 예측했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의 행동경제학 프레임워크를 통해 현재 시장을 심층 분석하고 현명한 투자 방향을 모색합니다.

자산 시장 거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로버트 실러 이론)

자산 시장의 거품을 진단하려면 먼저 거품이 무엇이며,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틀이 필요합니다. 로버트 실러 교수의 연구는 전통 경제학이 간과했던 인간의 심리적 요소를 자산 가격 결정의 핵심 변수로 제시합니다.

시장은 항상 합리적인가?: 효율적 시장 가설에 대한 도전

전통 금융 이론은 모든 자산에 ‘내재 가치(intrinsic value)‘가 있으며, 시장 가격은 결국 이 가치로 회귀한다는 ‘견고한 토대 이론’에 기반합니다. 이는 시장의 모든 정보가 즉각 가격에 반영되어 누구도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효율적 시장 가설(EMH)‘로 발전했죠.

하지만 실러 교수는 1981년 논문을 통해 실제 주가 변동성이 미래 배당금 변동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과잉 변동성(excess volatility)’**을 증명하며 이 가설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그는 투자자들이 자산의 내재 가치보다 ‘다른 투자자들이 미래에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에 더 집중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자산의 가치가 대중의 심리라는 허공의 누각 위에 세워진다는 ‘공중누각 이론’과 맞닿아 있으며, 바로 이 지점에서 행동경제학적 분석이 시작됩니다.

비이성적 과열의 엔진: 피드백 루프와 사회적 전염

실러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투기적 거품의 핵심 엔진으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메커니즘을 제시했습니다.

로버트 실러의 피드백 루프 메커니즘
피드백 루프 과정

  1. 촉발 요인: 기술 혁신(예: 인터넷)이나 정책 변화(예: 금리 인하)가 초기 가격 상승을 유발합니다.
  2. 가격 상승과 투자자 유입: 가격 상승 소식이 전파되며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새로운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합니다.
  3. 심리적 전염: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뒤처질 수 있다는 두려움(FOMO)과 질투심에 휩싸여 투자에 동참합니다.
  4. 자기강화적 순환: 새로운 매수는 가격을 더욱 밀어 올리고, 이는 초기 투자가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입니다.

이러한 피드백 루프는 확증 편향, 군집 행동, 과신과 같은 인간의 인지 편향에 의해 더욱 강화됩니다.

인간의 다양한 인지 편향
투자를 방해하는 인지 편향들

시장을 움직이는 이야기의 힘: 내러티브 경제학

실러 교수는 경제적 사건들이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 대중적인 **‘이야기(Narrative)’**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합니다. 투기적 거품 시기에는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는 식의 ‘새로운 시대(New Era)’ 이야기가 등장해 높은 가격을 정당화합니다. 닷컴 버블 시기 ‘신경제’ 이야기가 대표적이죠. 미디어는 이러한 이야기의 핵심적인 증폭기 역할을 하며 거품의 사회적 전염을 가속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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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실러 교수의 저서 ‘내러티브 경제학’
내러티브 경제학 표지

거품을 측정하는 도구: CAPE 비율과 투자자 신뢰 지수

실러의 이론은 구체적인 측정 도구를 제시했기에 더욱 강력합니다.

  •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 (CAPE Ratio): ‘실러 PER’로도 불리며, 현재 주가를 과거 10년간의 인플레이션 조정 평균 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력을 반영하여 시장의 고평가 상태를 진단하는 신뢰도 높은 지표입니다. 역사적으로 CAPE 비율이 높을수록 향후 주식 시장의 실질 수익률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S&P 500 지수의 CAPE 비율 추이
CAPE 비율 그래프

  • 투자자 신뢰 지수: 가치평가 신뢰 지수는 시장이 고평가되었다고 인식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낮아지며, 폭락 신뢰 지수는 향후 시장 붕괴 가능성을 낮게 보는 투자자의 비율로, 이 지수가 낮으면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거울: 닷컴 버블과 2008 금융위기

실러의 프레임워크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과거의 대표적인 자산 거품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례 1: 닷컴 버블 (1995-2001) - ‘신경제’ 이야기의 결말

20세기 말 닷컴 버블은 실러 이론의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상업적 인터넷의 등장이 촉발 요인이었고, ‘신경제(New Economy)‘라는 강력한 서사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전통적인 가치 평가 방식이 무의미하다는 믿음을 퍼뜨렸고, FOMO에 사로잡힌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며 전형적인 피드백 루프를 형성했습니다. 당시 실러는 CAPE 비율이 1929년 대공황 직전 수준에 도달했음을 경고했고, 결국 2000년 3월 거품이 터지면서 나스닥 지수는 8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사례 2: 미국 주택시장 버블 - ‘부동산 불패’ 신화의 붕괴

닷컴 버블 붕괴 후 투기적 광기는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갔습니다. “주택 가격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시장을 지배했고, 가격 상승이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피드백 루프가 형성되었습니다. 실러가 개발한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주택 가격 폭등을 명확히 보여주었고, 그는 2005년부터 시장 붕괴를 경고했습니다. 이 경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2025년 자산 시장 거품 진단: 미국 vs. 한국

저 역시 투자자로서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현재 시장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이처럼 투자 결정에는 합리적 분석뿐만 아니라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합니다. 과거의 거울에 비추어 2025년 현재 시장을 진단해 보겠습니다.

미국 시장: AI 혁명인가, 제2의 닷컴 버블인가?

  • 가치평가 (양적 신호): 2025년 7월 현재, S&P 500 지수의 CAPE 비율은 37.81에 달합니다. 이는 역사적 평균(약 17)을 두 배 이상 상회하며, 1929년 대공황과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에만 관찰되었던 극히 높은 수준입니다.
시장 정점최고 CAPE 비율이후 10년 실질 연평균 수익률
1929년 9월32.6음수 (-)
2000년 3월 (닷컴 버블)44.2음수 (-)
2025년 7월37.81미래 예측치
  • 서사 분석 (질적 신호): 현재 시장을 정당화하는 지배적인 서사는 단연 **‘인공지능(AI) 혁명’**입니다. 이는 닷컴 버블의 ‘신경제’ 서사와 유사하지만, 현재 AI 주도 기업들은 실제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비교 항목닷컴 버블 (1999년)AI 붐 (2025년)
핵심 서사‘신경제’ -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꾼다.‘AI 혁명’ - AI가 모든 것을 바꾼다.
시장 주도주수익성 없는 다수 닷컴 스타트업막대한 이익을 보유한 소수 빅테크
수익성 상태“수익은 나중 문제, 트래픽이 왕이다”실제 이익과 현금 흐름 창출

그럼에도 AI 서사는 견고한 현실 위에 비이성적인 기대감이 겹겹이 쌓여 거대한 ‘공중누각’을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투자자 심리 분석: ‘가치평가 신뢰 지수’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대부분 투자자가 시장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폭락 신뢰 지수’ 역시 낮아 시장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합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시장의 위험을 알면서도 AI 혁명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에 이끌려 참여하는 ‘두려움 섞인 참여(fearful participation)’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 만성 저평가와 ‘밸류업’이라는 새 이야기

한국의 코스피(KOSPI) 시장은 미국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만성적인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왔죠. 2025년 6월 기준, 코스피의 CAPE 비율은 15.76으로 추정되어 미국은 물론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낮습니다.

국가대표 지수CAPE 비율 (2025년 6월)
미국S&P 50032.87
인도NIFTY 5035.76
일본Nikkei 22524.99
한국KOSPI15.76
중국SSE Composite15.41
  • 서사 분석: 한국 시장을 지배해 온 과거의 서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였다면, 2024년부터는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서사가 등장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한국 기업들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주주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낳으며 최근 시장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시장의 현재 움직임은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 펀더멘털 개선 기대감에 기반한 ‘희망 섞인 재평가’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한눈에 보는 2025년 미국 vs. 한국 시장 비교

특징미국 주식 시장한국 주식 시장
핵심 서사AI 혁명 (신기술 기대)기업 밸류업 (구조 개혁 기대)
가치평가 (CAPE)역사적 고점 (거품 우려)주요국 대비 저평가
투자자 심리두려움 섞인 참여 (FOMO)희망 섞인 재평가
핵심 리스크자산 시장 거품 붕괴 가능성개혁 실패 가능성

결론: 비이성적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로버트 실러의 프레임워크로 본 2025년 시장 분석 결과는 명확한 대비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현명한 투자자를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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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핵심 요점 요약

    1. 미국 시장은 거품 신호가 뚜렷합니다. 높은 CAPE 비율과 ‘AI 혁명’ 서사는 과거 버블과 유사하며, 장기 수익률 저하 위험이 큽니다.
    2. 한국 시장은 거품보다 기회에 가깝습니다. 구조적 저평가 상태에서 ‘밸류업’이라는 긍정적 서사가 시작되는 단계입니다.
    3.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심리와 이야기입니다. 펀더멘털 분석을 넘어 시장을 지배하는 서사와 투자자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다음 행동 제안 (CTA) 시장의 비이성적 과열에 휩쓸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바로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특정 서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지는 않은지, CAPE 비율과 같은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점검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희망, 두려움, 그리고 이야기가 얽혀 만들어낸 결과물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참고자료
#자산시장거품#로버트실러#비이성적과열#cape비율#투자전략#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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