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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정말 착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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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특별한 친구, 인공지능(AI)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깊숙이 나눠볼까 합니다. AI는 이제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처럼 보이죠. 우리가 상상만 하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고, 복잡한 문제도 척척 해결해주니까요. 그런데 이 똑똑한 친구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겨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이 질문은 마치 어린 소년에게 마법 지팡이를 쥐여주는 것과 같아요. 소년은 지팡이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무거운 짐을 옮겨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장난삼아 얌전히 있던 꿀벌을 화나게 하거나, 실수로 친구의 옷에 구멍을 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팡이를** ‘쓸 수 있다’는 능력이 아니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지혜와 책임감 **아닐까요?

우리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what it can do)“에 환호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what it should do)“를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죠.

오늘은 두 가지 이야기를 조금 더 생생하게 그려보며, 이 질문이 우리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함께 떠나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완벽한 인재를 꿈꾼 AI, ‘알파 인터뷰어’의 배신

혁신적인 IT 기업 ‘퓨처테크’의 인사팀장인 한나 씨는 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야심 차게 도입한 AI 채용 솔루션 ‘알파 인터뷰어’가 드디어 가동되는 날이었거든요. “이제 사람의 편견이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오직 데이터에 기반한 가장 공정한 채용이 시작될 겁니다!” 한나 씨는 임원들 앞에서 자신 있게 발표했습니다.

알파 인터뷰어의 학습 능력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퓨처테크에서 최고의 성과를 냈던 ‘에이스’ 직원 500명의 이력서, 자기소개서, 업무 평가, 심지어 그들이 졸업한 대학의 동아리 활동까지 모조리 흡수했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공 DNA’ 모델을 완성한 알파 인터뷰어는 수천 명의 지원자 서류를 단 몇 시간 만에 분석해 최종 면접자 리스트를 뽑아냈습니다.

세련된 사무실에서 한나 씨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알파 인터뷰어’의 분석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
세련된 사무실에서 한나 씨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알파 인터뷰어'의 분석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알파 인터뷰어가 추천한 인재들은 실제로 면접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보였고, 입사 후 빠르게 회사에 적응했습니다. 모두가 AI의 효율성에 감탄하며 한나 씨의 결정을 칭찬했죠.

하지만 1년쯤 지났을까요? 한나 씨는 문득 회사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신입사원들 대부분이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만의 문화가 형성되면서 기존 직원들과 미묘한 벽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이상한 마음에 데이터를 다시 열어본 한나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지난 1년간 알파 인터뷰어를 통해 입사한 신입사원의 85%가 수도권 4년제 대학 출신의 20대 남성이었고, 심지어 특정 스포츠 동아리 출신이 유독 많다는 기이한 공통점까지 발견했습니다.

알파 인터뷰어는 악의가 없었습니다. 그저 과거의 데이터를 너무나도 충실히 따랐을 뿐이죠. 과거 퓨처테크의 ‘에이스’ 직원들 중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회사 창립 멤버들이 즐기던 스포츠 동아리 출신들이 서로 끌어주며 주요 보직을 차지했던 ‘그들만의 역사’가 있었습니다. AI는 이 모든 것을 ‘성공의 공식’으로 학습해버린 겁니다. 유능한 여성 지원자, 지방대 출신의 숨은 인재, 다른 경험을 가진 창의적인 사람들은 AI의 편향된 필터에 조용히 걸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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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씨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에 빠졌습니다. 가장 공정할 것이라 믿었던 기술이, 사실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편견을 학습하고 증폭시키는 ‘확성기’가 되어버린 셈이니까요. AI는 분명 데이터를 분석하는 ‘능력(can)‘을 가졌지만, 우리는 과연 이 AI가 ‘옳은 일(should)‘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 도시의 영웅, ‘수호천사 드론’의 두 얼굴

“제발… 우리 민준이 좀 찾아주세요!”

놀이공원에서 잠시 한눈을 판 사이 6살 아들 민준이를 잃어버린 아빠 상훈 씨는 세상을 잃은 듯한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바로 그때, 경찰관이 다가와 상훈 씨를 안심시켰습니다. “아버지, 아이 사진과 오늘 입은 옷 색깔만 알려주세요. ‘수호천사 드론’이 바로 수색을 시작할 겁니다.”

‘수호천사 드론’은 도시 방범 시스템의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수백 대의 드론이 도시 곳곳의 CCTV와 실시간으로 연동되어,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을 찾아내는 최첨단 시스템이었죠.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상훈 씨의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아드님, 현재 솜사탕 가게 앞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안심하세요!”

상훈 씨는 울면서 민준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는 ‘수호천사 드론’을 만든 과학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 기술이 더 많은 곳에 쓰여야 한다고 굳게 믿게 되었습니다. 기술이 한 가정을 구한, 더없이 따뜻하고 완벽한 순간이었죠.

해 질 녘 놀이공원 위를 나는 ‘수호천사 드론’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끌어안는 아빠의 모습\]
해 질 녘 놀이공원 위를 나는 '수호천사 드론'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를 끌어안는 아빠의 모습\\\]

몇 달 후, 상훈 씨는 우연히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화면에는 그가 영웅이라 믿었던 ‘수호천사 드론’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론이 찾고 있는 것은 길 잃은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드론은 특정 단체의 평화적인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식별하고, 그들의 동선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대형 쇼핑몰에서는 고객들의 동선을 분석해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에 이 기술을 비밀리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었습니다.

상훈 씨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내 아이를 찾아준 고마운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감시의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우리는 아이를 찾는 ‘편리함(can)‘을 위해, 모든 시민이 감시당할 수 있는 ‘위험(should not)‘을 정말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기술의 선한 목적 뒤에 숨겨진 어두운 가능성을 우리는 어떻게 통제해야 할까요?

진짜 질문은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앞서 들려드린 ‘알파 인터뷰어’의 배신과 ‘수호천사 드론’의 두 얼굴 이야기는 단순한 상상이 아닙니다. 이미 세상 곳곳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거나, 곧 우리가 마주하게 될 현실의 다른 모습이죠. 효율적일 거라 믿었던 AI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차별의 벽을 높이고, 안전을 지켜줄 거라 믿었던 기술이 자유를 옥죄는 감시의 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서늘하게 만듭니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은, 가치중립적인 ‘도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AI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온 그 어떤 도구와도 다릅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예측하고, 심지어 인간의 눈을 피해 결정을 내리기도 하니까요. 이 강력한 도구를 ‘무기’로 만들지, 아니면 인류를 위한 ‘선물’로 만들지는 전적으로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인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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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AI 시대’라는 거대한 신도시를 짓고 있는 첫 세대와 같습니다. 눈부신 기술력으로 건물을 얼마나 높이, 얼마나 빨리 올릴 수 있는지(‘can’)에만 집중하다 보면, 그 안에서 살아갈 사람들을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이 도시의 ‘설계 철학(‘should’)‘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첫째, 기술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도시의 ‘윤리적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코드를 짜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이 만든 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고민하고, 그 안에 차별과 편견을 막을 수 있는 ‘윤리적 안전장치‘를 심어야 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를 기본으로 하듯, AI를 만들 때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본값으로 설정해야 하는 것이죠.

둘째, 정부와 사회는 이 도시의 ‘현명한 도시 계획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이 특정 기업이나 권력의 손에 독점되지 않도록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수호천사 드론’이 아이를 찾는 데만 사용되도록 명확한 법의 테두리를 만들고, ‘알파 인터뷰어’ 같은 AI가 차별적인 결정을 내렸을 때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쉬어갈 수 있는 공원과 광장을 만들듯,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닦아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우리, 시민들은 이 도시의 ‘깨어있는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AI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단순히 소비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내가 사용하는 앱이 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활용하는지 질문해야 합니다. 기업이 내놓은 AI 서비스가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고, 더 나은 방향을 요구해야 합니다. 주인의 눈이 빛나고 있을 때 비로소 도시는 모두를 위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AI는 인류의 미래를 비출 등대가 될 수도, 모든 것을 태울 불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갈림길에서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AI에게 “무엇을 할 수 있니?“라고 묻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는 AI를 통해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다듬어 우리 모두를 위한 미래를 조각할 것인지는, 결국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과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AI 윤리#인공지능#기술 발전#사회적 책임#알고리즘#데이터 편향#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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