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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주권, 디지털 식민지의 경고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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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에서 울린 경고음

기술의 속살을 인문학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IT 분석가이자 이야기꾼입니다. 오늘 여러분과 조금은 진지하지만,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송두리째 걸려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바로 **‘AI 주권(Sovereign AI)’**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이런 상상 해보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매일같이 업무를 처리하던 이메일, 문서를 저장하던 클라우드 서비스가 ‘지구 반대편 어느 나라의 정책’ 때문에 하루아침에 접속 불능이 되어버리는 세상 말입니다. 너무 나간 공상 과학 영화 속 이야기 같다고요?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건물의 전경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 건물의 전경

놀랍게도 이것은 2023년 실제로 벌어진 일입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검사들은 매일 사용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접근이 갑자기 차단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수사하던 그들의 업무가 순식간에 마비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미국 정부가 ICC를 제재 명단에 올리자, 미국 기업인 MS가 자국법을 준수하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해버린 것입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습니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사탕의 대가로 우리의 모든 데이터를 거대한 외국 기업의 서버에 맡기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기술의 종속이 어떻게 한순간에 우리의 주권을 훼손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충격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이 서늘한 공포는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쓰나미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 중단이 일개 부대의 보급로가 끊기는 수준이었다면, AI의 종속은 국가의 중추 신경망을 통째로 내어주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1장. 새로운 대륙의 발견: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AI 시대의 운영체제

요즘 GPT니 제미니니 하는 말들을 지겹도록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초거대 AI 모델을 기술 용어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이라고 부릅니다. 단어 뜻 그대로 AI 생태계의 ‘기초(Foundation)‘가 되는,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되는 모델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게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IT 시대로 돌아가 보시죠.

  • 1980년대, PC 시대: 수많은 기업이 PC 위에서 작동할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했지만,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판’을 짠 것은 바로 MS의 ‘윈도우(Windows)‘였습니다. 윈도우라는 운영체제(OS)를 장악한 MS는 PC 시대의 모든 규칙을 만들었고, 그 위에서 소프트웨어를 팔던 모든 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부를 거두어들였습니다.
  •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시대: 이번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가 새로운 OS로 군림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발하고 뛰어난 앱을 만들어도, 결국 구글과 애플이 정해놓은 앱스토어라는 장터에서, 그들이 정한 수수료 정책(일명 ‘통행세’)을 따라야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바로 이 **‘AI 시대의 운영체제’**입니다.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파운데이션 모델이 가장 하단에 위치함.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파운데이션 모델이 가장 하단에 위치함.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작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파운데이션 모델이 가장 하단에 위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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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OS가 PC와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영토’를 지배했다면, 파운데이션 모델은 전 세계의 텍스트, 이미지, 영상 데이터를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인류의 모든 지식을 학습한 뒤, 그 위에 새로운 ‘AI 영토’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토의 모든 규칙과 질서는 영토를 소유한 ‘지주’가 결정합니다.

문제는 이 광활한 신대륙의 대부분을 미국과 중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 즉 구글, MS, 오픈AI, 메타, 그리고 바이두, 텐센트 같은 소수의 ‘디지털 제국’들이 깃발을 꽂고 독점하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지금 AI라는 신대륙의 발견을 구경만 하다가, 그들이 그어놓은 선 안에서 땅을 빌려 농사를 지어야 할 **‘소작농’**이 될 비참한 위기에 처해있는 것입니다.

2장. “빌려 쓰면 되지 않나요?”: 달콤한 유혹에 숨겨진 세 가지 독(毒)

이 지점에서 많은 분이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질문을 던지십니다.

“이미 저렇게 잘 만들어진 모델이 있는데, 굳이 우리가 수천억, 수조 원의 막대한 돈과 인력을 쏟아부어 새로 만들어야 하나요? 그냥 API 형태로 빌려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지 않나요?”

맞습니다. 지극히 타당한 질문입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타이어 공장까지 직접 지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AI 엔진’인 파운데이션 모델은 단순한 부품이 아닙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세 가지 치명적인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첫째, 안보: 심장에 꽂힌 디지털 비수(匕首)

앞서 말씀드린 ICC 사례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그것이 국제기구가 아니라 우리의 국방부, 국가정보원, 혹은 원자력 발전소였다면 어땠을까요?

우리의 민감한 군사 작전 계획, 핵심 동맹국과 주고받은 외교 기밀, 국민의 의료 기록과 금융 정보, 국가 핵심 기반 시설의 설계도 같은 데이터를 외국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 위에서 처리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그 데이터의 최종 통제권은 과연 우리에게 있을까요?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유사시에, 그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심지어 우리 데이터를 분석해 우리를 공격하는 ‘디지털 비수’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 있습니까?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을 통제하며 경쟁국을 압박하듯, 미래에는 **‘AI 모델 접근권’**이 가장 강력한 외교적 무기가 될 것입니다. 우리 손에 우리를 지킬 ‘AI 엔진’이 없다면, 우리는 그들의 결정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좌우되는 상황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문화: 왜곡된 거울 속의 우리

더 교묘하고 무서운 문제는 문화적, 언어적 종속입니다.

대부분의 글로벌 파운데이션 모델은 영어를 중심으로, 미국과 서구권의 데이터로 학습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독도는 어느 나라 땅이야?“라고 물었을 때, “독도는 한국과 일본 간의 영토 분쟁이 있는 지역입니다(Liancourt Rocks is a disputed territory…)“라는, 우리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해 가장 ‘확률적으로 옳은’ 답변을 내놓을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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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과연 독도 문제에만 국한될까요? 우리의 역사, 민주주의를 이룩한 과정, 사회적 가치관, 그리고 한국어 특유의 미묘하고 섬세한 뉘앙스(예: ‘정’, ‘한’, ‘눈치’)를 온전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AI는 오직 우리의 데이터로, 우리의 손으로 만든 AI뿐입니다.

외국산 AI에 교육과 미디어, 콘텐츠 창작을 의존하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에게 **‘외국인의 시선으로 편향된 역사 교과서’**를 쥐여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정체성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왜곡된 거울’ 속에 갇혀 서서히 빛을 잃어갈 것입니다. 검색 엔진이 우리의 지식 습득 방식을 바꾸었듯, AI는 우리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자체를 뒤흔들 것입니다. 이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주권을 잃는다면, 우리는 경제적 식민지를 넘어 **‘문화적, 정신적 식민지’**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셋째, 경제: 영원한 ‘디지털 소작농’의 굴레

가장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우리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즉 ‘AI 엔진’ 없이 외국산 엔진을 빌려 쓰는 한, 우리는 영원히 비싼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술 소작농’ 신세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앱 개발사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30%를 구글과 애플에 ‘앱스토어 수수료’로 바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AI 시대에는 이 종속이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미래의 모든 산업-금융, 의료, 법률, 제조, 콘텐츠-은 AI를 기반으로 혁신을 이룰 것입니다. 그런데 그 혁신의 심장에 우리 것이 아닌 남의 엔진이 박혀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아무리 뛰어난 AI 서비스를 만들어도, 그 서비스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은 엔진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미국과 중국의 ‘기술 지주’에게 꾸준히 상납될 것입니다. 이는 마치 비옥한 우리 땅에서 우리가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물의 대부분을 지주에게 빼앗기는 소작농의 처지와 같습니다. 모든 산업의 이익이 AI 엔진을 가진 소수의 글로벌 빅테크에 흡수되는 ‘디지털 지대(地代) 경제’ 구조가 고착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식민지’**의 실체입니다.

3장. 가시밭길 여정: ‘우리만의 엔진’을 향한 4개의 거대한 산

이런 절박함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주권 AI(Sovereign AI)’**입니다. 우리의 데이터는 우리의 영토 안에서, 우리의 법과 규제를 따르며, 우리 손으로 만든 AI로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주권 AI를 실현하기 위한 알파이자 오메가, 핵심 열쇠가 바로 **‘우리만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 정부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LG의 ‘엑사원’ 개발을 이끈 두 전문가를 AI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바로 이런 시대적 절박함에 대한 명확한 답변입니다. “더 이상 빌려 쓰지 않겠다. 우리만의 AI 엔진을 만들고, 우리만의 AI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죠.

이는 단순히 미국이나 중국을 어설프게 따라가는 ‘추격자 전략’이 아닙니다. AI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파도 앞에서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기술 독립 선언’**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 길은 결코 꽃길이 아닐 겁니다. 우리 앞에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들이 겹겹이 버티고 서 있습니다.

험난한 4개의 산봉우리가 겹겹이 서 있는 그림. 각 봉우리에 자본, 데이터, 인재, 인식이라고 적혀 있음.
험난한 4개의 산봉우리가 겹겹이 서 있는 그림. 각 봉우리에 자본, 데이터, 인재, 인식이라고 적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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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 자본의 산: 천문학적인 ‘총알’이 필요하다 초거대 AI 모델을 한 번 훈련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듭니다. 최신 GPU(그래픽 처리 장치) 수만 개를 몇 주, 몇 달간 쉬지 않고 돌려야 합니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은 개당 4만 달러(약 5,500만 원)에 달합니다. 이런 칩 수만 개를 확보하는 비용, 데이터센터를 짓고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는 비용까지 합치면 조 단위의 ‘총알’이 필요합니다. 구글, MS 같은 기업들은 자사의 막대한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이 전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 기업과 정부가 감당하기엔 벅찬 규모입니다.
  • 둘째, 데이터의 산: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가 부족하다 AI 모델의 성능은 결국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됩니다. 전 세계 웹의 데이터는 영어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합니다. 상대적으로 한국어 데이터는 양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롭고 편향되지 않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법률, 의료, 금융 등 전문 분야의 특화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정제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거대한 과제입니다.
  • 셋째, 인재의 산: ‘AI 두뇌’를 둘러싼 세계 대전 현재 전 세계는 최고의 AI 연구자와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실리콘밸리의 최고 인재들에게 수십억 원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제시하며 ‘AI 드림팀’을 꾸리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이들과의 인재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요? 국내 대학의 AI 교육 시스템과 기업의 연구 환경이 이들을 붙잡아 둘 만큼 매력적인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 넷째, 인식의 산: ‘단기 효율성’의 함정을 넘어서 어쩌면 가장 넘기 힘든 산은 우리 내부의 ‘인식’일지도 모릅니다. 당장의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따지는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냥 빌려 쓰자"는 주장이 언제나 더 합리적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반도체도 아닌데 AI까지 직접 다 해야 해?“라는 냉소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AI 주권이라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가치를 국민과 정책 결정자들에게 설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험난할 수 있습니다.

4장. 대한민국의 나침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4개의 거대한 산 앞에서 좌절하고 포기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에겐 우리만의 방식이 있고,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1970년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척박한 땅 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자동차 엔진을 만들며 기적을 이뤄냈던 저력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AI 시대, 대한민국의 나침반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요?

첫째, ‘최고’가 아닌 ‘최적’을 향한 ‘강소국(强小國) AI 전략’

우리가 지금 당장 GPT-5보다 더 거대한 범용 모델을 만들겠다고 덤비는 것은 무모한 일일 수 있습니다. 구글과 MS의 자본력과 데이터 규모를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과 집중’이라는 현명한 카드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잘하는 ‘만능 AI’가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AI’**를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반도체, 의료, 그리고 K-컬처 콘텐츠 분야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해당 분야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버티컬(Vertical) 소버린 AI’를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설계와 수율 관리에 최적화된 AI, 한국인의 유전 정보와 의료 기록에 기반한 정밀 의료 AI, 전 세계 K-팝 팬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콘텐츠 생성 AI 등을 만드는 것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성능은 압도적인 ‘작지만 강한 AI’,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둘째, ‘팀 코리아’의 구성: 민·관·학의 역량을 한곳으로

AI 엔진 개발은 더 이상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한 ‘국가 대항전’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꾸준한 R&D 투자와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기업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은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약할 수 있는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인재 사관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 카카오, LG, SKT, KT 같은 대기업들은 각자의 모델을 개발하며 경쟁하면서도, 국가적 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나 인재 양성 같은 공동의 목표 앞에서는 힘을 합치는 ‘원팀’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셋째, ‘데이터 댐’의 건설: AI 시대의 원유를 비축하라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이 데이터라면, 국토 곳곳에 흩어져 있는 양질의 공공 및 산업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정제하여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국가 데이터 댐’을 건설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보안은 무엇보다 중요한 원칙입니다. 하지만 ‘보안’을 핑계로 모든 데이터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입니다. 안전하게 비식별화된 데이터를 AI 학습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시급합니다.

21세기, 우리의 ‘AI 공장’을 짓지 못한다면

20세기, 우리가 굶주림을 견디며 경부고속도로를 닦고, 포항제철소의 용광로에 불을 지피고, 반도체 공장을 지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우리 후손들에게는 가난과 종속의 역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처절한 독립 의지의 발현이었습니다.

과거 포항제철소의 용광로 이미지와 현재의 데이터센터 서버랙 이미지가 절반씩 합쳐진 상징적인 사진
과거 포항제철소의 용광로 이미지와 현재의 데이터센터 서버랙 이미지가 절반씩 합쳐진 상징적인 사진

21세기, 그 치열했던 산업화 시대의 전장이 이제 ‘AI 영토’로 옮겨왔을 뿐입니다. 우리 손으로 ‘AI 공장’을 짓고, 우리 기술로 ‘AI 엔진’을 만드는 일은, 과거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제철소를 지었던 것과 정확히 같은 무게와 의미를 갖습니다.

AI 주권은 더 이상 기술 전문가들만의 담론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식민지’의 국민이 아닌, 당당한 **‘디지털 주권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생존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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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으로 만든 AI 엔진의 심장이 힘차게 박동하는 미래,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그 여정은 분명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AI 주권#Sovereign AI#파운데이션 모델#디지털 식민지#기술 종속#데이터 댐#하이퍼클로바X#엑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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