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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삼성, SK가 참전한 '유리기판 전쟁', 미래 반도체의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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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의 한계, 왜 AI는 ‘유리기판’을 선택할 수밖에 없나?

A futuristic image of a glowing blue semiconductor glass substrate with intricate circuitry patterns.
미래 반도체의 핵심 유리기판의 추상적인 이미지

손에 든 스마트폰부터 거대한 데이터센터의 AI까지, 이 모든 기술의 미래가 얇은 ‘유리’ 한 장에 달려있다면 믿으시겠어요? 화면을 덮는 유리가 아닌, 반도체 칩의 심장부에서 조용히 세상을 바꿀 준비를 하는 바로 그 ‘반도체 유리기판’ 이야기입니다.

AI 혁명은 상상을 초월하는 계산 능력을 요구하며 기존 반도체 기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마치 흔들리는 땅 위에 초고층 빌딩을 계속 올리려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상황이죠. 바로 이때, 모든 판을 뒤엎을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이 유리기판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닌, 반도체 제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AI의 내일을 현실로 만들 핵심 열쇠입니다.

한계에 부딪힌 반도체, ‘눅눅한 피자 도우’가 된 이유

우선 **‘반도체 기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기판은 반도체 칩이라는 두뇌가 올라가는 바닥이자 회로판입니다. 칩에 전원을 공급하고 외부와 데이터를 주고받게 하는 다리 역할을 하죠. 수십 년간 플라스틱 기반의 ‘FC-BGA’ 기판이 업계 표준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상황을 피자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기판은 ‘도우’, 반도체 칩(CPU, GPU)이나 HBM 같은 부품은 ‘토핑’입니다. 과거의 반도체가 치즈 피자였다면, 오늘날의 AI 반도체는 온갖 토핑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린 ‘슈퍼 디럭스 콤비네이션 피자’와 같습니다.

An illustrative image comparing a warped, overloaded pizza \\(representing a plastic substrate\\) next to a perfectly flat, sturdy stone pizza peel \\(representing a glass substrate\\).
플라스틱 기판의 휨현상을 눅눅한 피자도우에 비유

문제는 이 엄청난 토핑의 무게와 열을 플라스틱 도우가 견디지 못하고 휘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휨 현상(Warpage)’**이라 부르는데, 이는 치명적인 결함을 유발합니다. 휘어진 도우 위에선 토핑이 미끄러지듯, 기판이 휘면 수만 개의 미세한 연결 단자가 어긋나 반도체 불량으로 이어집니다. 이 물리적 한계가 바로, 무어의 법칙을 위협하며 AI 시대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게임 체인저의 등장: 유리기판의 4가지 놀라운 힘

눅눅한 피자 도우를 대체할 완벽한 대안, 그것이 바로 뜨거운 열에도 끄떡없는 ‘화덕용 돌판’, 즉 유리기판입니다. 유리가 가진 4가지 ‘슈퍼파워’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초평탄도 (Super Flatness): 완벽한 캔버스

유리는 구겨진 종이와 달리 완벽하게 평평한 캔버스와 같습니다. 덕분에 플라스틱보다 훨씬 더 미세하고 정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죠. 이는 곧,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 고속도로를 뚫어 칩 간의 통신 속도를 폭발적으로 높인다는 의미입니다.

2. 열 안정성 (Thermal Stability): 휘지 않는 견고함

플라스틱 용기와 달리 유리 그릇은 고온에서도 변형되지 않습니다. 유리는 **열팽창 계수(CTE)**가 매우 낮아 반도체 공정의 뜨거운 온도에서도 거의 휘지 않습니다. ‘휨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심지어 유리의 열팽창 계수를 칩 소재인 실리콘과 거의 똑같이 맞춰, 온도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반도체 신뢰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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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fographic visually representing the four main advantages of glass substrates: flatness, thermal stability, electrical performance, and space efficiency.
flatness, thermal stability, electrical performance, and space efficiency.

3. 전기적 특성 (Electrical Prowess): 데이터 슈퍼하이웨이

유리는 뛰어난 절연체라 신호 간섭이나 누설이 훨씬 적습니다. 덕분에 데이터 전송 속도는 최대 40% 빨라지고, 전력 소비는 30% 이상 줄어드는 놀라운 효율을 보여줍니다. 이는 AI 반도체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를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4. 공간 효율성 (Space Efficiency): 더 작게, 더 강력하게

최신 건물처럼 모든 배관을 벽 안에 숨기듯, 유리기판은 MLCC 같은 초소형 부품들을 기판 내부에 직접 심을 수 있습니다. 표면 공간을 확보해 더 많은 칩을 올리거나 패키지 전체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더 얇고 강력한 기기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꿈의 기술을 현실로: 상용화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유리기판이 왜 이제야 주목받는 걸까요?

그 이유는 유리를 마이크로미터(μm) 단위로 다루는 것이 상상 이상으로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치 최고급 와인잔에 머리카락보다 얇은 구멍 수만 개를 흠집 하나 없이 뚫는 것과 같습니다. 이 기술을 **‘TGV(Through-Glass Via, 유리 관통 전극)’**라고 하는데, 구멍을 뚫을 때 생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균열(마이크로 크랙)’**이 가장 큰 난관입니다. 이 작은 균열이 나중에 기판 전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죠.

A microscopic, high-tech image showing a laser beam precisely drilling a tiny hole through a sheet of glass, illustrating the TGV process.
레이져를 이용하여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는 TGV\\\\(유리관통전극공정\\\\) 이미지

게다가 기존 플라스틱 공정 장비를 모두 버리고 새로운 생산 라인을 구축해야 하는 막대한 투자 비용도 큰 장벽입니다.

보이지 않는 전쟁: 유리기판 ‘왕좌의 게임’

이 엄청난 잠재력 때문에 물밑에서는 치열한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 선구자 인텔: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30년 이전 상용화를 목표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 공격적 도전자 SKC (앱솔릭스):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AMD 등 거대 고객사와 손을 잡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제조 강자 삼성전기: 막강한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7년 양산을 목표로 빠르게 추격 중입니다.

이 경쟁의 최종 승자는 자신의 기술을 **‘산업 표준’**으로 만드는 기업이 될 것입니다. 이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거대한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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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가 그려나갈 우리의 미래

반도체 유리기판은 우리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졌습니다.

  • 더 강력한 기기: 더 얇고, 가볍고, 오래가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현실과 구분하기 힘든 그래픽의 게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 더 똑똑한 AI: 지금보다 수백 배 강력한 AI 모델의 등장을 가속화합니다.
  • 진정한 자율주행: 생사가 걸린 판단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이 될 것입니다.
  • 지속가능한 기술: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를 줄여 환경 부담을 덜어주는 친환경적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경 첫 상용 제품이 등장하고, 2030년에 가까워지면서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A futuristic cityscape at night, with glowing lines representing data flows between autonomous vehicles, smart buildings, and AI infrastructure.
AI와 자율주행 기술로 구현된 미래 스마트 시티 모

투명한 기초 위에 세워질 우리의 미래

‘눅눅한 피자 도우’의 한계에서 시작해 유리기판이라는 ‘완벽한 캔버스’가 열어줄 미래까지 긴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유리기판은 단순한 부품 교체가 아닌, AI 시대를 떠받치기 위한 필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 너머에 있는 보상이 너무나도 크기에 인류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엔 유리창을 볼 때 한번 생각해보세요. 유리의 진짜 잠재력은 그 너머의 풍경이 아니라, 그 위에서 보이지 않게 세워지고 있는 우리의 새로운 디지털 세상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b>참고자료</b>
  • 반도체 ‘꿈의 기판’, 거스를 수 없는 흐름 (포춘코리아)
  • AI 개화로 시작된 ‘유리기판’, 상용화 전쟁 막올랐다 (뉴스토마토)
  • 예상보다 빨리 온 유리 기판 시대… AI 반도체 ‘게임 체인처’ 된다 (조선비즈)
  • 삼성‧SK‧인텔이 지갑 열었다, 반도체 유리기판 뭐길래? (서울경제)
  • AI 반도체 혁신의 핵심, ‘유리기판’이 바꿀 미래 (뷰어스)
  • Through Glass Via (TGV 기술), 유리 기판이란? (SEMI X DATA)
  • 반도체 기판·데이터센터에도 필수… AI시대 유리가 뜬다 (조선일보)
  • 글라스 기판 (SKC)
  • 반도체 유리기판 상용화 허들은…“유리 가공” (전자신문)
  • 장덕현 삼성전기 ‘유리기판’으로 AI붐 누리나, 기술한계와 경쟁심화 극복 온힘 (비즈니스포스트)
  • 반도체 유리기판 공급망 분석 보고서 (브런치)
  • ‘유리’로 만든 반도체, AI업계가 주목하는 이유 (시사위크)
  • 미래 반도체 패키징 좌우할 ‘유리기판’ 시장 개화 (전자신문)
  • AI 반도체 시대를 이끄는 유리기판의 가능성과 투자 기회 (Goover)
  • 반도체 유리기판 시대 열린다…AMD, 韓 소부장과 공급망 구축 추진 (전자신문)
  • AI 반도체 고도화의 열쇠, 유리기판이 뜬다 (스마트테크 코리아)
  • 유리 기판 시장 – 규모, 점유율 및 산업 분석 (Mordor Intelligence)
  • 글로벌 유리 기판 시장 규모, 점유율 및 트렌드 분석 (Data Bridge Market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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