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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 F1 머신 대신 사륜구동 트럭을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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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심리학: 완벽한 투자 계획이 당신을 망치는 진짜 이유

각종 경제 지표 화면
각종 경제 지표 화면

혹시 ‘완벽한’ 투자 계획 세워놓고, 막상 폭락장이 오니 공포에 질려 다 팔아버린 경험, 없으신가요? 솔직히 저는 있습니다. 머릿속 스프레드시트는 “지금이 기회야!“라고 외치는데, 심장은 터질 것 같고 손가락은 매도 버튼으로 향하는 그 배신감… 정말이지, 이건 금융 시장에서 반복되는 슬픈 클리셰 같은 거죠.

우리 주변에 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보면 다들 똑똑하고 분석도 잘합니다. 그런데 왜 결과는 천차만별일까요?

투자의 현인, 모건 하우절이 『돈의 심리학』에서 던진 말이 어쩌면 그 해답일지 모릅니다. “철저히 이성적인 것보다 적당히 합리적인 게 낫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수학적으로 가장 완벽한 전략보다, 인간적인 내 나약함을 인정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지켜나갈 수 있는 ‘좀 헐렁한’ 전략이 결국엔 이긴다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의 투자가 힘들었던 건 분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한 ‘이성’을 추구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골치 아픈 스프레드시트는 잠시 끄고, 우리 마음을 위한 진짜 투자 심리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우리는 왜 계획대로 못할까? 🤔

전통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호모 이코미쿠스’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언제나 자기 이익을 위해 완벽하게 이성적으로만 행동하는, 뭐랄까… AI 같은 인간이죠. 당신의 투자 계획서가 바로 이 친구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우리는 어떤가요? 새해 다짐으로 끊은 헬스장 회원권처럼, 눈앞의 달콤함이나 순간의 공포 앞에서 계획을 쉽게 내던지곤 하죠. 돈의 세계에선 이 감정의 파도가 훨씬 더 거셉니다.

🔖 알아두면 쓸데있는 심리학: 손실 회피 (Loss Aversion) 행동경제학의 대가들이 밝혀낸 건데, 인간은 100만 원 버는 기쁨보다 100만 원 잃는 고통을 약 2.5배나 더 크게 느낀다고 합니다. 수익 볼 땐 ‘음, 좋네’ 하다가, 손실만 나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게 바로 이것 때문이죠.

이런 심리적 특성은 시장이 흔들릴 때 우리를 최악의 선택으로 이끕니다.

  • 닻 내림 효과 (Anchoring): 내가 샀던 가격에 집착해서, 본전 생각에 팔지도 못하고 속만 끓입니다.
  • 군중 심리 (Herding): 남들이 파니까 ‘나만 모르는 뭔가 있나?’ 싶어 불안해서 따라 던지죠.
  •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하락장에서는 비관적인 뉴스만 찾아보면서 ‘거봐, 내 생각이 맞았어’라며 공포를 합리화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F1 경주용 머신(완벽한 전략)이 아니라, 어떤 비포장도로나 폭풍우 속에서도 묵묵히 갈 길을 가는 튼튼한 **사륜구동 트럭(적당한 전략)**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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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관련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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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투자자의 엇갈린 운명 👥

이 ‘적당함’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번 가상의 인물 이야기를 해보는 게 최고죠. 여기 ‘합리적인 론’과 ‘적당한 레이첼’이 있습니다.

구분‘합리적인’ 론 (Rational Ron)‘적당한’ 레이첼 (Reasonable Rachel)
직업금융 공학 전공 펀드매니저평범한 초등학교 교사
투자 철학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수익률 극대화“밤에 편히 잘 수 있는 투자가 최고”
포트폴리오기술주/신흥국 주식 + 레버리지 (초고위험)전 세계 인덱스 펀드 70% + 채권 펀드 30% (중위험)
팬데믹 위기계좌가 -50%까지 폭락하자, 공포에 질려 최저점에서 전량 매도.채권 덕에 -20% 수준에서 방어. 원칙대로 자동 투자를 유지.
결과V자 반등을 모두 놓치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음.시장 반등과 함께 꾸준히 자산을 불려, 결국 론의 자산을 추월.

결국 론의 실패는 실력 부족이 아니라, 자신의 ‘인간적인’ 마음을 무시했기 때문이었어요. 반면 레이첼의 성공은 시장 예측을 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해뒀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뇌 vs 알고리즘 🤖

솔직히 말해볼까요? 현대 금융 시장은 개인 투자자에게 지독하게 불리한 운동장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사실… 사람이 아닙니다. 시장 거래의 대부분은 1초에 수백만 번씩 거래하는 고빈도 매매(HFT) 알고리즘입니다. 감정도, 공포도, 탐욕도 없는 강철 심장의 트레이더들이죠. 여기에 24시간 우리를 자극하는 뉴스까지 더해지니, 감정에 휘둘리는 평범한 개인이 이 냉철한 알고리즘을 상대로 단기 게임에서 이기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 경고: 당신의 감정은 알고리즘의 밥이다 우리가 공포에 질려 매도 버튼을 누르는 바로 그 순간, 알고리즘은 그 감정의 파도를 이용해 우리의 돈을 조용히 가져갑니다.

그럼 어떡하냐고요? 간단합니다. 링 위에 올라가서 싸우질 않으면 됩니다. 그들과 다른 게임을 하는 거죠. 개인 투자자가 가진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시간’**입니다. 단기 예측 게임을 포기하고, 좋은 자산을 ‘적당히’ 합리적인 전략으로 오랫동안 묵혀두는 것.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필승법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요새 만들기 🏰

자, 그럼 어떤 폭풍우에도 나를 지켜줄 ‘적당히 합리적인’ 투자 요새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거창한 건 없습니다.

💡 원칙 1: 제발, 잠은 편히 주무세요.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얼마까지 잃어도 일상생활이 가능할까?‘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잠 못 들게 하는 투자는 무조건 틀린 투자입니다. 그게 당신의 그릇의 크기입니다.

💡 원칙 2: 단순함이 최고의 무기다. 이해할 수도 없는 복잡한 상품이나 전략은 위기가 오면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됩니다. 전 세계 우량 기업에 골고루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처럼, 단순하고 명확한 투자로 시작하세요. 단순함은 불안할 때 우리를 붙잡아주는 든든한 기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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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칙 3: 감정 스위치를 꺼버리세요 (feat. 자동화). “지금 살까? 팔까?” 이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 감정이 끼어듭니다. 아예 그 틈을 없애버리는 겁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가장 큰 적은 언제나 ‘나 자신’이거든요.)

  • 적립식 투자: 매달 같은 날, 같은 금액을 기계적으로 사세요. 타이밍 고민은 이제 그만.
  • 자동 리밸런싱: 1년에 한 번, 정해진 날에 포트폴리오 비중을 원래대로 맞추세요. 자연스럽게 비싸진 걸 팔고, 싸진 걸 사게 됩니다.

💡 원칙 4: 하락장은 벌금이 아니라 입장료다. 주가 하락, 즉 ‘변동성’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꿔봅시다. 이건 벌금이 아니라 ‘비용’입니다.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당연히 변동성이라는 롤러코스터 입장료를 내야죠. 하락장을 ‘장기 수익을 위한 수수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겁니다.


[글의 핵심 요약] 📝

  • 인간은 감정적 동물: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끼고, 온갖 심리적 편향에 쉽게 휘둘립니다. 이걸 인정하는 게 시작입니다.
  • 적당함이 완벽함을 이긴다: 수학적 최선보다, 내 마음이 편안해서 꾸준히 지킬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 결국 승리합니다.
  • 다른 게임을 하라: 알고리즘과 단기 예측 싸움을 하지 말고, ‘시간’이라는 우리만의 무기를 활용해 장기전으로 가야 합니다.
  • 심리적 안전장치를 만들라: 편히 잘 수 있는 수준으로, 단순하게, 감정 없이(자동으로), 하락을 비용으로 여기며 투자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적당히 합리적인’ 포트폴리오의 구체적인 예시가 있나요? A: 정답은 없지만, 워런 버핏이 유언으로 추천한 ‘S&P 500 인덱스 펀드 90% + 단기 국채 10%’ 조합이 대표적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큰 고민 없이 시장의 성장을 따라갈 수 있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이죠. 여기서 자신의 성향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율을 7:3이나 6:4 등으로 조절하면 그게 바로 ‘나만의 적당한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Q: 시장이 폭락할 때 추가 매수하는 게 합리적인 것 아닌가요? A: 네, 이론적으로는 100%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내 계좌가 반 토막 난 상황에서 ‘가진 돈을 더 넣는’ 행위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죠. ‘적당한’ 접근법은 이걸 의지에 맡기지 않는 겁니다. 그냥 매달 정해진 돈을 기계적으로 사도록 설정한 ‘적립식 자동 투자‘가 공포의 순간에도 알아서 추가 매수를 해줄 겁니다.


당신의 가장 위대한 무기를 믿으세요

우리는 로봇이 아닙니다. 감정을 느끼고, 실수를 하고, 두려움에 떠는 불완전한 인간이죠.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 거기서부터 진짜 투자가 시작됩니다.

당신의 가장 강력한 투자 자산은 시장을 읽는 눈이나 어려운 금융 지식이 아닙니다. 바로 **‘인내심’**과 **‘꾸준함’**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오직 당신의 마음이 편안한 ‘적당히 합리적인’ 전략 위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이제 스프레드시트의 숫자는 잠시 잊고, 당신의 마음이 편안한 길을 찾으세요. 시장의 시끄러운 소음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잦아들게 마련입니다. 그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당신의 길을 걸어간다면, 시간은 분명 당신을 상상보다 훨씬 멋진 곳으로 데려다줄 겁니다. 당신의 인간적인, 그래서 더 위대한 투자를 응원합니다.

**참고자료**
  • Housel, Morgan. The Psychology of Money
  • Kahneman, Daniel, and Amos Tversky. “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
  • Montier, James. The Little Book of Behavioral Inve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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