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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드래프트와 승자의 저주: 데이터로 본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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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유망주를 차지하고도 패배하는 팀들의 비밀을 행동경제학으로 풀어봅니다.

  • NFL 드래프트에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의 원인과 심리적 편향
  • 데이터를 통해 본 드래프트 지명권의 실제 가치와 ‘가성비 구간’
  • 승리를 부르는 ‘가치 기반 드래프팅(VBD)’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법

매년 봄 열리는 NFL 드래프트는 화려한 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비합리성이 지배하는 거대한 시장이 있습니다. 특히 높은 순위의 유망주를 차지하려는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는 팀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함정이죠. 똑똑한 단장들이 왜 이런 명백한 함정에 빠지는지, 그 원인을 행동경제학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비합리적 선택의 시작: 값비싼 ‘취향’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Gary Becker)**는 사람들이 때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선호’나 ‘편견’을 충족시킨다고 말했습니다. NFL 드래프트 시장에서는 이것이 특정 ‘원형(archetype)‘의 선수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로 나타납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명문대 출신 쿼터백, 컴바인에서 놀라운 운동 능력을 보여준 선수에게 구단들은 ‘확실성’이라는 향기에 취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지명권 여러 장을 포기하며 **트레이드 업(trade up)**을 감행하죠. 이는 냉철한 투자라기보다 즉각적인 만족감을 위한 ‘소비’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소비는 몇 가지 인지 편향에 의해 강화됩니다.

  • 후광 효과(Halo Effect): 특정 장점(예: 빠른 스피드)이 다른 능력(예: 경기 이해도)까지 뛰어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페이튼 매닝 같은 전설적인 1순위 성공 사례만 쉽게 떠올리며, 수많은 실패 사례는 잊은 채 성공 확률을 과대평가합니다.
  •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한번 특정 선수에게 꽂히면, 그의 장점만 찾으려 하고 단점을 지적하는 정보는 애써 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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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 드래프트 현장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경제학적 원리

화려한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가치와 편향의 전쟁

승자의 저주: 가장 낙관적인 자의 비극

NFL 드래프트는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벌어지는 고위험 경매와 같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는 필연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이론의 핵심은 경매의 최종 승자가 사실 그 상품의 가치를 가장 과대평가한, 즉 가장 비합리적으로 낙관했던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경쟁에서 이겨 최고의 유망주를 얻었다고 환호하는 순간, 그 팀은 이미 가치 이상의 대가를 치른 ‘저주’에 걸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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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서 승리한 자가 겪는 승자의 저주

경매에서 이기는 순간, 이미 저주는 시작되었을지 모릅니다.

이 저주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은 단장들의 **과신(Overconfidence)**과 과거의 비합리적 관행을 표준으로 만든 **‘지미 존슨 트레이드 가치 차트’**입니다. 이 차트는 선수의 실제 가치가 아닌, ‘과거 팀들이 얼마를 지불했는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비합리성을 계속해서 재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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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기회비용 때문입니다. 유망주 쿼터백 한 명을 얻기 위해 포기한 여러 장의 지명권으로 뽑을 수 있었던 다른 주전 선수들을 모두 잃게 되고, 이는 팀의 뎁스를 얕게 만들어 장기적인 암흑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밝히는 드래프트의 숨겨진 가치

감정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보면, 시장의 비효율성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선수의 실제 성과(Approximate Value, AV) 곡선은 드래프트 순위가 내려가도 생각보다 완만하게 하락합니다. 반면, 신인 연봉은 순위에 따라 가파르게 떨어지죠.

바로 이 지점에서 **‘급여 차익 거래(salary arbitrage)’**의 기회가 발생합니다. 즉, 낮은 비용으로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곳이 바로 1라운드 후반부터 3~4라운드에 이르는 **‘가치 구간(value zone)’**입니다.

표 1: 드래프트 지명권 가치 대 성과 투자수익률(ROI) 분석

드래프트 순위 구간평균 ROI 지수²주요 특징
1-5105가장 높은 기대치와 비용, 가장 낮은 ROI
6-10132여전히 높은 비용, ROI 소폭 개선
11-20166비용 대비 가치가 좋아지기 시작
21-32221‘가치 구간’의 시작, 높은 ROI
33-64 (2라운드)298최고의 ‘스위트 스폿’ 중 하나, 매우 높은 ROI
65-100 (3라운드)381가장 높은 ROI, 최고의 가치 구간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모두가 탐내는 최상위 5순위 지명권의 투자수익률(105)이 3라운드(381)의 1/3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는 시장이 최상위 지명권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하고, 미드 라운드 지명권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전략

이러한 시장의 비효율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립니다.

가치 창조자: 트레이드 다운의 힘

  •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지난 20년간 NFL을 지배한 패트리어츠는 꾸준히 상위 지명권을 팔아 트레이드 다운을 실행했습니다. 그 대가로 ‘가치 구간’에 해당하는 여러 장의 지명권을 확보하여 값싸고 재능 있는 젊은 피를 계속 수혈했죠. 이는 하나의 ‘대박주’에 올인하는 대신, 여러 우량주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이론과 같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지켜본 바로는, 패트리어츠 팬들조차 드래프트 당일에는 ‘왜 또 내려가냐’며 불만을 표했지만, 시즌이 끝나면 그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되곤 했습니다.
  • 볼티모어 레이븐스: “적합한 선수, 적합한 가격"이라는 철학 아래 미드 라운드 지명권을 모아 꾸준히 강팀의 로스터를 유지했습니다.

가치 파괴자: 트레이드 업의 함정

  • 시카고 베어스 (2017): 쿼터백 미첼 트루비스키를 얻기 위해 단 한 순위를 올라가는 데 3장의 귀중한 지명권을 소모했습니다. 전형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남았죠.
  • 워싱턴 커맨더스 (2012): 로버트 그리핀 3세를 얻기 위해 미래의 1라운드 지명권 3장을 포함한 막대한 대가를 치렀고, 이는 팀의 장기적인 암흑기로 이어졌습니다.

표 2: 드래프트 전략 비교 분석 (5년 기간)

프랜차이즈 원형총 드래프트 선수‘성공’ 선수¹누적 승-패
트레이드 다운 팀 (예: Patriots)521865-15
트레이드 업 팀 (예: Rams²)381143-37

데이터는 명확합니다. 더 많은 복권을 긁는 ‘지루한’ 전략이 한 명의 스타를 쫓는 ‘섹시한’ 전략보다 장기적으로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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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기반 드래프팅(VBD) 실행 가이드

그렇다면 어떻게 승자의 저주를 피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요? ‘가치 기반 드래프팅(Value-Based Drafting, VBD)’ 모델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VBD의 목표는 ‘최고의 선수’가 아닌 **‘급여 대비 최고의 가치’**를 뽑는 것입니다.

  1. 확률론적 사고를 받아들이세요. ‘확실한 선수’는 환상입니다. 모든 지명은 확률 게임임을 인정하고, 개별 선수의 성공이 아닌 전체 드래프트 포트폴리오의 기대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2. 상위 지명권을 적극적으로 파세요.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는 다른 팀에게 상위 10픽 이내의 지명권을 비싸게 파세요. 그리고 그 대가로 ‘가치 구간’에 있는 여러 장의 복권을 확보하세요.
  3. 독자적인 데이터 모델을 개발하세요. 언론의 과대광고나 후광 효과 같은 ‘소음’을 제거하고, 오직 실제 NFL에서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이터에만 집중하는 냉정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4. 핵심 포지션에 집중하세요. 모든 포지션의 가치는 다릅니다. 승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FA 시장에서 가장 비싼 포지션(쿼터백, 오펜시브 태클, 패스 러셔, 코너백)에 드래프트 자산을 우선적으로 배분하세요.
  5. 포트폴리오 접근법을 취하세요. 더 많은 선수를 지명할수록 당첨 확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분산 투자는 한두 명의 유망주가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상쇄해줍니다.

결론

NFL 드래프트는 인간의 인지 편향이 만들어내는 비효율적 시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비효율성은 단장들의 과신과 팬들의 기대가 존재하는 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핵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 승자의 저주는 실재합니다: 최상위권 지명권은 종종 그 가치 이상으로 과대평가됩니다.
  • 진정한 가치는 중간에 있습니다: 2~3라운드 지명권은 비용 대비 가장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입니다.
  • 가치 기반 드래프팅이 승리의 열쇠입니다: 감정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지명권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성공을 이끕니다.

만약 당신이 단장이라면,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슈퍼스타 유망주를 위해 미래를 포기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비난을 감수하고 더 많은 가능성에 투자하시겠습니까? 다음 드래프트 시즌, 단순히 누가 1순위로 뽑히는지보다 어떤 팀이 조용히 가치를 쌓아가는지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참고자료
  • Becker, Gary S. (1957). The Economics of Discriminati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링크
  • Thaler, Richard H., and Cade Massey. (2005). The Loser’s Curse: Overconfidence vs. Market Efficiency in the National Football League Draft. Management Science. 링크
#승자의저주#nfl드래프트#행동경제학#가치기반드래프팅#데이터분석#스포츠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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