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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코드가 지배하는 시대 : part3 국경 없는 돈, 국경 있는 주권, 디지털 통화 냉전의 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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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국경 없는 돈, 국경 있는 주권: 디지털 통화 냉전의 전장 🌐

지구본과 디지지털 화폐 아이콘
디지털 화폐의 전지구적 확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기술적 아키텍처를 넘어 지정학적 차원으로 확장됩니다. 미국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혈액 역할을 하게 되면서, 이는 단순히 시장 현상을 넘어 미국 통화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의 그림자: 국가 경제의 무력화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은 한 국가의 경제 주체들이 자국 통화 대신 USDC나 USDT와 같은 디지털 달러를 일상적인 거래, 저축, 투자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는 특히 자국 통화가 불안정한 국가에서 더 빠르게 확산될 수 있지만, 선진국 경제에도 조용히 침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개발자가 미국 클라이언트로부터 USDC로 대금을 받고, 이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은 채 그대로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에 예치하여 달러 기반 이자를 얻는다면, 그 자금은 한국의 금융 시스템을 완전히 우회하게 됩니다.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

이 현상이 심화될 경우, 각국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주권의 위협에 직면하게 됩니다:

  • 통화 정책의 무력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해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집니다. 모든 경제 활동이 달러 기반으로 이루어진다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경제 데이터의 상실: 자금 흐름이 국가의 통제망을 벗어나 블록체인 상에서 이루어지면, 정부와 정책 당국은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적절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잃게 됩니다.
  • 미국 경제로의 종속: 국가 경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과 달러 가치 변동에 완전히 종속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는 미국에게 강력한 전략적 이점으로 작용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수록, 발행사들은 준비금으로 미국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를 매입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 국채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를 창출하여 미국의 막대한 부채를 파이낸싱하는 데 기여하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국가의 대응: ‘투 트랙 전략’으로 주권을 사수하라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이라는 거대한 위협에 맞서, 세계 각국은 자국의 디지털 통화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이중 전략, 즉 **‘투 트랙 전략(Two-Track Strategy)’**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가 직접 나서는 하향식 접근과 민간의 혁신을 활용하는 상향식 접근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트랙 1: CBDC 요새 구축

첫 번째 전략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 가장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 공인 디지털 화폐, 즉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달러의 침공에 맞서는 ‘최후의 방어선’이자, 국가가 통제하는 ‘디지털 요새’를 구축하는 전략입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 가장 앞서 나가는 사례로, 강력한 국가 통제를 목표로 합니다. 중국 정부는 e-CNY를 통해 자국민의 모든 금융 데이터를 손에 쥐고,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민간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견제하며, 장기적으로는 국제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높여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다목적 포석을 두고 있습니다.
  • 유럽의 디지털 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은 미국의 달러 패권과 구글, 애플 등 미국 거대 기술 기업의 결제 시장 장악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목적으로 디지털 유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프라이버시 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미국의 감시로부터 자유로운 유럽 독자적인 디지털 경제권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강합니다.

트랙 2: ‘국가대표’ 민간 스테이블코인 육성

CBDC 개발은 기술적, 법적, 사회적 합의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디지털 달러는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이에 각국은 더 빠르고 유연한 대응책으로, 정부의 규제와 감독 하에 자국 통화 기반의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프로그맷 코인 Progmat Coin
일본의 프로그맷 코인 Progmat Co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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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의 프로그맷 코인(Progmat Coin): 이 전략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입니다. 일본 정부는 세계적인 금융 대기업인 미쓰비시 UFJ 신탁은행(MUFG)이 엔화 스테이블코인인 ‘프로그맷 코인’을 발행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도의 전략적 목표가 담겨 있습니다.
    • 속도와 혁신: 정부보다 민간 기업이 시장의 변화와 요구에 훨씬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날쌘 민간 플레이어를 앞세워 디지털 달러의 속도전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 통화 주권 유지: 프로그맷 코인은 민간이 발행하지만, 그 가치는 ‘일본 엔화’에 고정됩니다. 즉, 이 코인을 통한 모든 경제 활동은 ‘엔화 경제권’ 안에서 이루어지며, 일본은행은 통화 정책의 영향력을 잃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 ‘Made in Japan’ 생태계 구축: 일본 정부는 자국의 기업들이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새로운 DeFi, 증권형 토큰(STO) 시장을 선점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금융 데이터의 해외 유출을 막고, 미래 디지털 금융 산업의 주도권을 자국 기업이 쥐게 하려는 산업 정책의 일환입니다.

결국 이 투 트랙 전략은 ‘디지털 달러’라는 공동의 적에 맞서 정부와 민간이 동맹을 맺는 것과 같습니다. 정부는 규제와 법률이라는 ‘멍석’을 깔아주고, 민간 기업은 그 위에서 혁신이라는 ‘춤’을 추며 자국의 디지털 통화 영토를 넓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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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레이어: 미래 금융의 심장부 ⚔️

이 통화 전쟁의 미래는 결국 **‘어떤 돈으로 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성수동의 인기 있는 카페 건물을 토큰화하여 조각 투자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이 문제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 시나리오 1 (달러 경제권 침투): 건물 토큰 발행사가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USDC 결제를 지원합니다. 프랑스의 투자자가 USDC로 이 건물 토큰을 매입하면, 이 거래는 한국의 금융망을 전혀 거치지 않습니다. 건물의 월세 수익과 매각 차익의 일부가 달러 기반 자산으로 해외에 유출되며, 한국 경제의 부가 외부로 빠져나갑니다.
  • 시나리오 2 (통화 주권 방어): 한국 정부가 규제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나 향후 발행될 ‘디지털 원화(CBDC)’ 사용을 의무화합니다. 이제 프랑스 투자자는 건물 토큰을 사기 위해 먼저 자신의 유로나 달러를 디지털 원화로 환전해야 합니다. 모든 거래는 원화 기반으로 이루어지며, 한국은행은 전체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토큰화된 자산의 **‘결제 통화’**가 무엇이 되느냐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각국이 추진하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CBDC 개발은 바로 이 결제 레이어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일환입니다.

큰화된 자산의 ‘결제 통화’가 무엇이 되느냐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
큰화된 자산의 '결제 통화'가 무엇이 되느냐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의 명운이 걸린 전략적 요충지

part4. 토큰화 혁명: 모든 자산이 유동화되는 미래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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