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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완전 정복: 한국의 현실과 미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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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in read --

기업 주도 재생 에너지 혁명 속, 한국의 기회와 위기를 한눈에 파악해 보세요.

  • RE100의 핵심 개념과 글로벌 기업들의 실제 이행 사례
  • K-RE100의 현주소와 한국 기업이 겪는 구조적 딜레마
  • 그린워싱 리스크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RE100을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

RE100이란 무엇인가? 글로벌 표준의 모든 것

‘기업이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만들자!’ RE100은 이제 글로벌 비즈니스의 표준이 된 이니셔티브입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14년 비영리 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과 ‘CDP’가 시작한 이 캠페인은 정부 규제가 아닌,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습니다.

RE100의 핵심 규칙과 ‘추가성’ 원칙

RE100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늦어도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입니다. 가입 기업은 매년 이행 실적을 투명하게 보고해야 하며, 2030년까지 60%, 2040년까지 90%라는 중간 목표도 지켜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추가성(Additionality)’ 원칙입니다. 2024년부터는 지은 지 15년 미만인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만 인정됩니다. 이는 기업의 투자가 낡은 발전소의 인증서 구매에 그치지 않고, 실제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는 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바로 이 원칙이 RE100의 신뢰도를 담보하는 핵심이죠.

RE100 로고와 재생에너지 발전소
RE100은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입니다.\(재생에너지 발전소\)


글로벌 RE100 동향: 리더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2023년 말 기준, 전 세계 424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에 동참하며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중 한국은 36개 기업이 가입해 세계 4위라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애플, 구글, BMW: 공급망을 움직이는 힘

RE100의 성공 뒤에는 애플, 구글 같은 혁신 기업들의 과감한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애플은 2018년 이미 100% 전환을 달성하고, 이제는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에게도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_이것이 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이 RE100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_입니다.

애플 로고와 친환경 이미지
애플은 자사뿐 아니라 공급망 전체의 RE100 전환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BMW 역시 “RE100 못하면 거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국내 부품사들이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며, RE100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못하면 퇴출당하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와 닮은꼴, 대만 TSMC의 현명한 전략

반도체 산업이 핵심인 대만의 TSMC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TSMC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RE100 목표를 2040년으로 10년이나 앞당겼습니다. 대만 정부는 TSMC의 신규 공장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옆에 짓도록 유도하는 등, 전력의 수요와 공급을 연계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TSMC의 사례는 반도체 산업의 RE100 달성이 단순한 기업의 노력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전략과 지원이 결합될 때 가능하다는 통찰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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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단지 전경
TSMC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상풍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K-RE100의 빛과 그림자: 야심 찬 시작, 냉혹한 현실

글로벌 RE100의 흐름에 맞춰 한국 정부도 2021년 ‘K-RE100’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중소기업, 공공기관까지 참여 문턱을 낮춰 양적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모순이 존재합니다.

기이한 역설: 해외에선 100%, 국내에선 9%?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국내 대표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잘 갖춰진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RE100 목표를 달성했거나 거의 근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한국 내 사업장의 성적은 처참합니다.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 전체의 국내 이행률은 평균 9% 남짓으로, 글로벌 평균 53%에 한참 못 미칩니다.

국내외 재생에너지 전환율 비교 그래프
한국 기업들의 RE100 국내 이행률은 해외 사업장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RE100 국내 이행률은 해외 사업장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이는 우리 기업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한국 내에서 RE100을 이행할 환경 자체가 매우 열악하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표 1: 주요 한국 기업 RE100 성과 요약 (2023년 기준)

기업/그룹명전사 달성률 (%)국내/해외 달성률 (%)
삼성전자31.424.8 (DS) / 93.4 (DX)
SK하이닉스30.030.0 / 100
LG에너지솔루션56N/A
LG이노텍61N/A

한국의 RE100 이행 수단, 무엇이 최선일까?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방법은 무엇일까요? 현재 네 가지 방법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과 리스크를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1. 직접 투자 (자가발전, 지분투자): 공장 지붕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 직접 발전소를 짓는 방식으로, 가장 확실하고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2. 전력구매계약 (PPA): 발전사업자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기를 직접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발전소 건설에 기여하므로 국제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골드 스탠더드’로 여겨집니다.
  3. 인증서 구매 (REC):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었다는 ‘증명서(REC)‘만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간편하지만, ‘추가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4. 녹색 프리미엄: 한전에 웃돈을 내고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받는 가장 간편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돈이 신규 발전소 건설에 쓰인다는 보장이 없어 국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표 2: K-RE100 이행 수단 전략 분석

구분추가성 기여도전략적 리스크
자가발전매우 높음낮음 (장기적 비용 안정)
PPA높음낮음 (가격 안정, 높은 신뢰도)
REC 구매중간/낮음중간 (가격 변동, 추가성 논란)
녹색 프리미엄매우 낮음/없음매우 높음 (그린워싱 리스크)

한국 RE100의 딜레마와 ‘그린워싱’ 논란

한국 기업들이 PPA나 자가발전 대신 손쉬운 ‘녹색 프리미엄’에 몰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공급 부족, 높은 비용, 꽉 막힌 규제라는 삼중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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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K-RE100 이행 물량의 무려 98%가 녹색 프리미엄으로 조달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신규 투자를 막아 시장 성장을 저해하고, 기업은 계속 비싼 값에 실효성 없는 확인서를 사는 악순환을 낳고 있습니다.

결국 우려하던 일이 터졌습니다. 2025년 3월, 한 기후단체가 포스코와 SK그룹을 공정위에 신고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 구매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처럼 광고한 것이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사건은 녹색 프리미엄에 의존하는 전략이 언제든 기업의 평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임을 보여준 상징적인 경고입니다.


CFE 이니셔티브, RE100의 대안일까 혼란일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원자력, 수소까지 포함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문제는 CFE가 RE100과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RE100은 원자력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 우리 기업이 CFE 기준만 믿었다가 애플이나 BMW 같은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그건 인정 못 한다"는 통보를 받는다면, 공급망에서 탈락할 수 있는 심각한 리스크에 처하게 됩니다.


결론: 한국,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에게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야망과 현실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기업, 정부, 사회 모두의 노력이 시급합니다.

  • 핵심 요약

    1. 기업의 과제: 단기적인 편의성만 좇는 ‘녹색 프리미엄’ 의존에서 벗어나, PPA나 자가발전 등 신뢰도 높은 수단에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이것이 그린워싱 리스크를 피하고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유일한 길입니다.
    2. 정부의 역할: 기업들이 PPA를 쉽게 이용하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고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등 ‘PPA 시장 활성화’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또한, RE100과 CFE 사이에서 기업이 겪는 혼란을 해소할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시급합니다.
    3. 사회의 협력: 여러 중소기업의 수요를 묶어 공동으로 PPA를 체결하는 ‘통합 PPA’ 모델을 활성화하고,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을 대폭 확대하여 우리 산업 생태계의 허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야 합니다.

한국이 RE100이라는 거대한 도전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낙후된 국내 에너지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고 과감하게 개혁하느냐에 모든 것이 달려 있습니다.

참고자료
  • RE100 개요 k-re100.or.kr
  • [Monthly Insights 8월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글로벌 RE100 현황과 인사이트 unglobalcompact.kr
  • RE100 현황 및 재생에너지 조달 트렌드 분석 energy.or.kr
  • 국제 RE100 동향과 단기 전망 - 에너지경제연구원 keei.re.kr
  • [기고] 중기 공급망 관리 ‘법률 준수’에서 출발 - 지디넷코리아 zdnet.co.kr
  • RE100, 삼성·애플도 시작했다? 뜻, 현황, 참여 방법까지 완벽 정리 - 에너지 소식 blog.haezoom.com
  • [기획] 구글·MS ‘재생에너지 100% 전환’ AI 탄소중립 경쟁 - 인천투데이 incheontoday.com
  • [단독] 유럽發 ‘RE100의 공습’…녹색 보호주의에 궁지 몰린 韓 부품사 - 한국경제 hankyung.com
  • TSMC가 삼성을 더 앞서간다 - 한국일보 hankookilbo.com
  • [현장] 태양광·풍력 옆 TSMC 공장…대만 반도체, RE100 자신감 - 한겨레 hani.co.kr
  •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전환율, 부문별 큰 차이…DX 93.4% vs. DS 24.8% - 데일리한국 daily.hankooki.com
  • SK하이닉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4.pdf - 상장공시시스템(KIND) kind.krx.co.kr
  •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k-re100.or.kr
  • “포스코·SK, 녹색프리미엄은 그린워싱” 공정위 등에 첫 신고 - 한겨레 hani.co.kr
  • PPA 제도 개선 방향 forourclimate.org
  •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 한국무역협회 kita.net
#re100#k-re100#재생에너지#esg#ppa#그린워싱#c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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