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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속 당신, 정말 행복한가요?

pho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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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모두 연결될 거라 믿었다

여러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서로 웃하며 연결되는 모습을 상징하는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
여러 사람이 스마트폰을 들고 서로 웃하며 연결되는 모습을 상징하는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

먼저, 우리가 처음 소셜 미디어를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볼까요? 정말 멋진 세상이 열릴 것 같지 않았나요? 지구 반대편 친구와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누고, 나와 똑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밤새도록 수다를 떨 수 있었죠.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세상의 모든 벽을 허물고, 우리를 더 가깝고 따뜻하게 연결해 줄 것이라 굳게 믿었습니다. 마치 매일이 즐거운 파티가 될 것만 같은, 그런 설레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죠.

2.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세상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파티가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리얼리티 쇼크’가 말하는 충격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차가운 현실의 이야기들이죠. 몇몇 이웃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어 볼까요?

평범한 회사원 J씨의 저녁

한 여성이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속 화려한 휴가 사진을 보며 한숨을 쉬는 모습
한 여성이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 속 화려한 휴가 사진을 보며 한숨을 쉬는 모습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소파에 누운 J씨. 습관처럼 인스타그램을 켭니다. 타임라인에는 온통 눈부신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동기는 해외 출장에서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와인을 마시고 있고, 대학 동창은 주말마다 특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네요. 심지어 갓 입사한 후배는 명품 가방을 ‘오늘의 지름’이라며 자랑합니다.

J씨는 화면을 아래로 내릴수록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들 저렇게 멋지게 사는데,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면으로 겨우 저녁을 때운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만 느껴집니다. 행복을 나누기 위해 시작했던 소셜 미디어는 어느새 J씨에게 ‘끝없는 비교와 박탈감’이라는 숙제만 남겨주었습니다.

아들의 건강이 걱정인 M씨의 혼란

중년 남성이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중년 남성이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M씨는 요즘 아들의 건강 문제로 걱정이 많습니다. 병원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따르라고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튜브를 검색해봤죠. 그러자 ‘의사들도 모르는 기적의 치료법’이라는 영상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니, 알고리즘은 비슷한 주장을 하는 영상들을 쉴 새 없이 추천해 줍니다.

어느새 M씨는 ‘이 영상들이 진짜고, 의사들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출처 불명의 정보와 자극적인 주장은 M씨를 점점 더 깊은 불신과 혼란의 늪으로 빠뜨렸습니다. 유용한 정보를 얻으려 했던 공간은 이제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온상’이 되어 M씨의 합리적인 판단력을 흐리고 있습니다.

작은 공방을 운영하는 S씨의 눈물

작은 공방 주인이 스마트폰 댓글을 보고 상처받아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
작은 공방 주인이 스마트폰 댓글을 보고 상처받아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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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씨는 자신의 손으로 정성껏 만든 수공예품을 온라인에 소개하는 것이 큰 기쁨이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작은 행복을 느꼈죠. 그러던 어느 날, 이유를 알 수 없는 악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걸 돈 받고 판다고? 양심도 없네.” “얼굴 보니까 딱 봐도 사기꾼 관상.”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의 비수가 S씨의 가슴에 날아와 박혔습니다.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순식간에 두려움과 상처로 얼룩졌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비겁한 폭력’은 S씨가 애써 가꿔온 꿈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습니다.

3. 우리가 마주한 ‘쇼크’의 진짜 의미

깨진 스마트폰 액정 위로 소셜 미디어 아이콘들이 조각나 흩어져 있는 이미지
깨진 스마트폰 액정 위로 소셜 미디어 아이콘들이 조각나 흩어져 있는 이미지

J씨, M씨, 그리고 S씨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소셜 미디어가 일으키는 ‘리얼리티 쇼크’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 충격은 단순히 ‘기대와 달랐다’는 실망감을 넘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뒤흔드는 더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첫째, ‘편집된 현실’이 주는 인지 부조화의 쇼크입니다. 우리는 머리로는 소셜 미디어 속 모습이 연출된 것임을 압니다. 하지만 J씨의 사례처럼, 감정은 끊임없이 타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나의 가장 평범한 순간을 비교하며 상처받습니다. 진짜 현실과 잘 짜인 가짜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나의 삶이 비정상적이거나 실패한 것처럼 느껴지는 강력한 인지 부조화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우리가 겪는 첫 번째 쇼크입니다.

둘째, ‘알고리즘’이 만드는 생각의 감옥 쇼크입니다.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 접속했지만, M씨의 경우처럼 기술은 오히려 우리를 편협한 ‘필터 버블’ 안에 가둬버립니다.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정보만 보여주는 알고리즘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토론할 기회를 빼앗아갑니다. 세상은 더 넓어진 것 같지만, 나의 생각은 점점 더 극단적이고 외롭게 고립되는 것,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쇼크입니다.

마지막으로, ‘익명성’이 휘두르는 폭력의 쇼크입니다. 모두에게 발언권이 주어진다는 민주적인 이상은, S씨의 눈물처럼 누구나 쉽게 타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현실의 ‘나’와 분리된 온라인상의 ‘나’는 책임감 없이 날 선 말을 내뱉고, 이것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깊은 상처를 주는지 외면합니다. 연결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이토록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차갑고 현실적인 세 번째 쇼크일 것입니다.

결국 ‘리얼리티 쇼크’는 소셜 미디어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과 기술의 명암을 얼마나 간과했는지를 깨닫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충격과 마주하는 것은 절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강력한 도구를 무작정 받아들이는 대신,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주체적으로 사용해야 할 의무와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진짜 연결은 무엇인지, 건강한 소통은 어떻게 가능한지, 그 해답을 찾아 나설 때입니다.

#리얼리티쇼크#소셜미디어#SNS이야기#상대적박탈감#가짜뉴스#악성댓글#디지털공감#현실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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